서희승, 세브란스병원 입원 76일 만에 사망한 이유는?

2012.09.07 16:46:39 호수 0호

[일요시사 온라인팀] 최현영 기자 = 중견 연극배우 서희승이 지난 2010년 9월 국내 굴지의 세브란스 병원에서 사망했다. 유족은 의료사고를 주장했고 법원은 결국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희승의 사망 이유는 간호사의 혈압 상승제 과다 투여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중환자실에서 간호사 1명이 환자 5명을 관리하는 바람에 환자가 방치됐다"며 "국내 최고 의료기관에서 환자 안전관리가 소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세브란스 병원은 의료사고가 아니라고 맞섰지만 지난달 16일 2심에서 유족 측 일부 승소 판결이 확정됐다.

지난 5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종로 엠스퀘어에서 제2회 ‘환자 shouting카페’를 개최하고 지난해 사망한 연극배우 서희승의 의료사고와 JCI 인증병원의 중환자실 실태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발표에 나선 고 서희승 아내 손해선씨는 4년 전 고인이 직장암 초기 진단을 받고 수술 이후 건강을 회복했다가 지난 2010년 5월 다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JCI 인증을 받은 세브란스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희승은 2007년 직장암 초기 진단을 받았으며 2010년 전립선과 신장에 암이 전이돼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다 2010년 6월24일 38.5도의 고열에 시달리던 고인은 세브란스 병원 응급실에 내원했고 입원 76일 만에 세상을 등졌다.

재판 과정에서 병원 측은 "서희승에게 주입한 노르핀 양이 혈압유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 사용할 수준이었고 당시 투입된 양도 심근경색을 일으킬 만큼 과다한 양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진료기록 감정촉탁 결과 잠금장치가 채워지지 않은 채 노르핀 혼합 수액이 10초간 투여됐으며 이 양은 40~60분간 투여될 양"이라며 "병원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결했다.

특히 당시 담당간호사가 산소기구를 가지러 간 사이 면허취득 4개월 차인 신입 간호사가 노르핀 잠금장치를 열어둔 채 정맥주입펌프를 열어 노르핀이 정맥으로 빠르게 주입됐다. 이는 병원 측이 환자 안전관리에 대한 기본적인 메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을 증명한다.

병원 측은 "통상적으로 노르핀 과다투여 시 혈압 상승, 폐부종 소견이 나타나야 하고 과다투여로 심정지, 부정맥이 발생하면 혈관수축제를 투여하고 심장전기충결술 등이 필요하지만 서희승씨는 1분30초간 심장 압박으로 의식이 회복됐다"면서 "과다투여와 심정지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병원은 서희승씨가 흉통을 호소하기 전 혈압을 측정한 적이 없어 혈압 상승 소견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사고 당일 방사선 사진에서 폐부종이 확인됐고 혈관수축제나 심장전기충격술만이 심정지, 부정맥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도 없다"고 판시하면서 병원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병원 측은 "이미 서희승씨가 말기 암인데다 증증 폐혈증 상태였기 때문에 노르핀 과다투여와 심정지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재판부은 이마저도 "이미 진료기록상 위험도가 경증이었고 의식도 명료했기 때문에 내원 당시 중증 패혈증으로 볼 수 없다"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 1심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인정했다.

5일 열린  ‘환자 shouting카페’에 참석한 법무법인 씨에스 이인재 변호사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권용진 교수, 환연회 안기종 대표 등 솔루션 자문단들은 유족들의 입장에 공감을 표하며 해결책 등을 제시했다.


이인재 변호사는 "병원이 적절히 사과와 합의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몸무게가 22kg이 증가하는 등 집중적 케어가 아닌 죽기 전에 거치는 과정처럼 돼있다는 실태가 안타깝다"며 "민사 외에 형사소송도 진행한다면 의료진의 기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기종 대표도 "중환자실의 안전 문제로서 인력 등의 문제점도 심각한 사례였다"며 "약물 과다 주입은 종현이 사건과 비슷하게 볼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사안이 환자안전법의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용진 교수는 제도적 차원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대책 등을 모색했다.

권 교수는 "중환자실을 가본 경험이 있는 그 누구라면 모두 다 느꼈을 문제"라며 "안에 있는 가족들을 볼 수 없고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도 알 수 없고 답답하다. 환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좀 더 개방,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환자실의 간호 인력이 환자와 1:1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현실적으로 환자 5명을 간호사 1명이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환자실 전문의도 필요하고 간호사들도 이중일이 돼서 힘들어 한다. 중환자실로 가는 경우 임금 등의 대폭 인상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인증병원이란 국내 최초로 환자의 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목적으로 환자가 들어온 순간부터 퇴원 시까지 치료의 전 과정을 평가해 인증하는 제도로 일종의 의료의 질과 환자의 안전을 보증하는 보증수표와 같다. 앞서 세브란스 병원은 JCI 국제 인증 획득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사진=MBC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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