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가 만들어 낸 잉글리시의 상승세

2021.07.26 08:19:52 호수 1333호

함께할 땐 두려울 게 없다

해리스 잉글리시가 치열한 접전 끝에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여덟 차례에 걸친 연장전 끝에 거둔 갚진 수확이다. 잉글리시가 우승하자, 그의 캐디인 에릭 라슨도 주목받고 있다. 인간승리의 주인공으로 부각된 양상이다.

 



해리스 잉글리시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코네티컷주 크롬웰의 TPC 리버 하일랜즈(파70)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에 8차례 연장 접전 끝에 크레이머 히콕(미국)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 1월 시즌 첫 대회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이후 6개월 만에 우승 트로피를 보탠 잉글리시는 개인 통산 4승째를 챙겼다. 우승 상금은 133만2000  달러.

상승세

3라운드 선두 히콕에 2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에서 나선 잉글리시는 5언더파 65타를 쳐 최종합계 13언더파 267타로 히콕을 따라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18번 홀(파4)과 17번 홀(파4)을 오가며 치른 연장전에서 둘은 위기를 만나면 기가 막히게 벗어나고, 버디 기회는 아깝게 놓치면서 승부를 끝없이 이어갔다.

5차 연장에서는 히콕의 버디 퍼트가 홀을 돌아나왔고, 6차 연장에서는 잉글리시의 버디 퍼트가 홀을 살짝 비켜 갔다. 6차 연장에서 히콕은 잉글리시의 버디 퍼트보다 더 먼 거리 파퍼트를 집어넣었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8차 연장에서 잉글리시는 4m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PGA 투어에서 8차 연장은 1949년 모터시티 오픈에서 벌어진 11차 연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긴 연장 승부다. 당시 로이드 맹그럼과 캐리 미들코프는 11차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자 공동 우승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숨 막혔던 8번 연장 끝 승리
올 시즌 2승…상금 133만달러

1라운드에 이어 3라운드 선두에 올라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쥘 기대에 부풀었던 히콕은 4라운드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올랐지만, 잉글리시를 뛰어넘지 못했다. 히콕은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와 텍사스대학 골프부에서 뛰면서 방을 같이 쓴 친구다. 스피스가 2017년 이 대회 연장전에서 이겨 우승한 장면이 중계방송 도중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발스파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샘 번스(미국) 역시 히콕의 가장 가까운 친구. 번스는 이날 연장전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친구를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6타를 줄인 마크 리슈먼(호주)이 1타가 모자라 연장전에 나가지 못하고 3위(12언더파 268타)에 올랐다.

선두에 2타 차로 최종 라운드에 나서 역전 우승도 기대했던 이경훈은 10오버파 80타를 쳐 공동 73위(2오버파 282타)로 추락했다. 이경훈은 버디는 단 2개 밖에 잡아내지 못하고 보기 7개, 더블보기 1개, 트리플보기 1개를 적어내는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이경훈은 2018년 PGA 2부 투어 바하마 그레이트 아바코 클래식 1라운드에서 80타를 친 적이 있지만, PGA 투어에 진출해서는 처음 80대 타수를 제출했다.

잉글리시가 8차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하자, 그의 캐디인 에릭 라슨도 주목받고 있다. 라슨은 마크 캘커베키아, 제프 오버턴, 재미교포 앤서니 김 등의 골프백을 멨던 PGA 투어의 베테랑 캐디다.

‘교도소 10년’ 캐디와 합작승
 술술 풀리는 찰떡 콤비 인증

그는 특이하게도 10년 동안 미국 연방 교도소에 복역한 이력을 지녔다. 라슨은 코카인을 판매하다가 적발돼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복역했다. 그는 복역을 마치고 곧바로 PGA 투어 캐디로 복귀했다. 은인은 캘커베키아였다.

1995년 벨사우스 클래식 우승 때 호흡을 맞췄던 캘커베키아는 복역 중인 그를 찾아가 “교도소에서도 똑바로 살라. 출소하면 내가 선수로 뛰는 한 너한테 캐디를 맡기겠다. 내가 아니라도 누구라도 너를 고용할 선수를 찾아주겠다”고 약속했다.

10년 뒤 캘커베키아는 약속을 지켰고, 둘은 2007년 PODS 챔피언십 우승을 합작했다. 캘커베키아가 더 젊은 선수를 보좌하도록 주선한 덕분에 라슨은 에버턴, 앤서니 김과 인연이 닿았다.

캘커베키아의 보증으로 마약 전과자라는 허물을 벗은 그는 예스퍼 파네빅(스웨덴), 팀 헤런(미국), 그리고 잠시나마 데이비스 러브 3세(미국)의 캐디로 일하는 등 1급 캐디로 자리 잡았다. 선수의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리지 않는 성실함과 착한 심성,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은 그를 누구나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캐디로 만들었다.


비결은?

라슨은 “죄를 지은 건 맞지만, 코카인을 복용한 적도 없고 PGA 투어에 코카인을 들이지도 않았다. 교도소에서 복역하면서도 캐디 일을 다시 할 날을 꿈꿨다”고 말했다.

라슨이 잉글리시의 캐디를 맡은 건 2018년. 둘은 올해 1월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처음 우승을 합작했다. 당시 7년 동안 우승이 없어 애를 태웠던 잉글리시는 라슨과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잉글리시의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라슨 역시 올 시즌 투어 2승 캐디가 됐다.

잉글리시는 “라슨은 나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거고 나도 그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라는 걸 잘 안다. 어쩌면 부부 사이보다 더하다. 라슨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그와 함께 경기하는 게 즐겁다”고 무한한 신뢰감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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