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꽝손' 코오롱 장남 '꿀보직' 맡은 사연

2021.05.14 11:40:50 호수 1319호

자질론 벗기고 금테로 포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이규호 코오롱 부사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정당성’을 두고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호언장담에 비해 이 부사장의 경영성과가 미미한 탓이다. 이 부사장은 승계 마무리 전 부진 세탁을 위한 발판으로 자동차 시장을 택했다. 일각에선 후계자가 호실적이 보장된 계열사로 이동하는 것은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8년 전무로 승진한 지 2년 만이다. 당시 코오롱그룹은 “이규호 전무는 그룹 패션사업을 총괄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전환 작업 등을 이끈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떤 성과?

1984년생인 이 부사장은 2012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차장으로 입사해 부장-상무보-상무-전무로 오르며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그룹 핵심 중 한 곳인 코오롱글로벌에서 부장을 지냈고 2015년 이후에는 코오롱인더스트리로 넘어와 패션부문 최고운영책임자로 사업을 이끌었다.

지난 2018년 11월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은 전격 퇴진을 발표한 뒤 “아버지로서 재산은 물려주겠지만,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남 이 부사장에게 언제 경영권을 물려줄 것이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하지만 “자신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잘 해낼 것”이라고 확신하며 사실상 이 부사장이 후계자라는 점을 은연 중 밝히기도 했다. 당시 이 부사장의 나이가 35세의 젊은 나이였던 것을 감안해 그룹을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갖출 때까지 경험을 쌓으라는 의미가 컸다. 


이 전 회장은 아들의 경영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도록 ‘캐시카우’인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을 맡겼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맡았던 시점부터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 부문 2018년 매출액은 1조45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패션사업을 맡은 이후 2019년 9729억원, 2020년 8680억원으로 하락세를 그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이외에 이 부사장이 2018년 초부터 초대 대표이사를 맡아온 셰어하우스(공유주택) 계열사 리베토 역시 연간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7월 조용히 리베토 대표이사직과 사내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이 부사장은 코오롱글로벌에서 수입차 유통·정비 사업을 하는 자동차 부문을 이끌게 됐다. 

코오롱그룹이 수입차 판매에 뛰어든 것은 1987년부터다. 소형차 수입을 시작으로 1988년 4월 수입차 시장이 전면개방된 시점부터 코오롱상사를 기반으로 BMW의 국내 판매를 도맡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입차 종합정비 사업을 하는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의 보통주 100% 인수를 의결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코오롱오토케어서비스는 볼보 딜러 사업을 하는 코오롱오토모티브 지분 100%와 아우디 딜러 사업을 하는 코오롱아우토 지분 99.33%를 보유하고 있다.

기존 판매 브랜드에 아우디와 볼보를 추가하며 다양한 차량 라인업을 갖춘 셈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25년까지 수입차 유통 부문에서 2조5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수입차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수입차 판매는 코오롱의 주수익원 중 하나다. 최근 3년간 매출은 2018년 1조1481억원, 2019년 1조1329억원, 2020년 1조4436억원으로 꾸준히 상승 중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BMW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21%로 전년 대비 3%포인트 증가했다. BMW 내 코오롱글로벌의 시장점유율은 25%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써 이 부사장은 조현상 효성 부회장과 수입차 시장 선두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게 됐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3남인 조현상 부회장은 지난 2000년대부터 효성의 수입차 사업을 이끌며 인수·합병(M&A) 등을 주도해 수입차 사업을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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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은 ▲더클래스효성(벤츠)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 페라리·마세라티) ▲신성자동차(광주·전남 벤츠) ▲효성토요타(토요타) ▲효성프리미어모터스(렉서스) ▲더프리미엄효성(재규어·랜드로버)을 통해 국내에 수입차를 판매한다.

조 부회장은 각 관계·계열사의 최대주주로 효성의 수입차 판매 사업을 이끌고 있다. 효성의 주력 수입차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과 신성자동차의 지분을 각각 93.04%, 42.86% 보유한 에이에스씨의 지분 100%를 갖고 있으며 FMK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조 부회장은 부동산 매매·임대업을 영위하는 신동진의 최대주주(80.0%)며 신동진은 더프리미엄효성, 효성프리미어모터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조 부회장의 ‘필승 카드’는 벤츠다. 효성 내 주력 수입차 딜러사인 더클래스효성은 지난 2019년 연간 매출액 약 1조1200억원을 기록했다. 더클래스효성은 지난 2018년 연간 매출액 약 1조100억원을 넘긴 이후 매출액 1조원 클럽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효성은 코오롱이 넘어야할 산이다. 코오롱은 지난 2015년 이후부터 벤츠의 인기에 힘입어 수입차 업계 선두자리를 차지한 효성의 실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수입차 브랜드 폴리폴리오 확대와 정비 사업의 매출액을 모두 합하면 올해 효성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판매량이 위축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하지만 효성과 코오롱은 사업확장을 통한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할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이 물러난 지도 올해 벌써 3년 차가 됐지만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일각에선 이 부사장의 코오롱글로벌 입성이 지금까지의 부진을 세탁하기 위한 ‘후계자 밀어주기’라는 말들도 나온다.

이 부사장이 코오롱글로벌에서 기대치에 밑도는 성과를 내더라도 차기 회장에 오르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하지만 승계 정당성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언제 인정?

한 업계 관계자는 “후계자가 주요 계열사 곳곳을 거치며 사업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호실적이 보장된 계열사로의 이동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전 회장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승계를 하지 않겠다’는 말이 이 부사장의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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