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수첩>택배 노동자 과로사 행렬…‘그들의 14시간’

2021.04.06 09:20:14 호수 0호

분류 작업 6시간, 배송 8시간
“하차(분류작업) 시간만 조금 줄여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잖아요...”

건장한 성인 키만 한 높이의 박스들을 수레에 실은 채 배송원 이씨는 트럭 앞을 바쁘게 지나간다. 새벽부터 시작된 하차 작업이 오후까지 늦어지는 바람에 서둘러 택배를 배송해야 한다. 이날 이씨가 배송해야 하는 택배 박스만 400개가 넘는다. 지난 1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1차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사건 사고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 노동자는 총 21명에 달한다.



“분류작업에 들어가는 인력, 시간만 아껴도 그나마 할 만 하겠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택배 배송원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한다. 택배 배송원이 근무하는 14시간 중 분류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은 6시간, 길게는 7시간이다. 분류작업이 끝나고 나서야 ‘택배 배송원’으로서의 본 업무가 시작된다. 본격적인 수하물 배송은 오후 1시를 넘겨야 시작할 수 있다. 퇴근 시간은 배송원이 얼마나 지치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느냐에 달렸다.

택배업계의 빠른 배송 전쟁은 지나치게 경쟁적이다. 당일 배송보다 더 빠른 3시간 배송을 자랑하는 유통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한시라도 빨리 물건을 받고 싶은 소비자들 역시 ‘빠른 배송’에 엄지를 들어 환영한다.

당일 배송, 3시간 배송도 좋지만 이 모든 과정들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다. 택배 현장에는 배송원을 위한 존중이 없다. 배송원도 같은 사람이다. 16개월 동안 과로로 목숨을 읽은 사람만 21명이다. 이 행렬이 어디까지 이어져야 ‘죽음의 시스템’이 멈추게 될까. 합의안은 있다. 남은 건 실현이다.
 

 

 

 

 

 

 

 

 

 

 

 

 

 

 

 

 

 

 

 

 

 


일요시사=고성준 기자(joonko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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