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노리는 마켓컬리 불신론

2021.04.30 11:37:04 호수 1320호

바람 잘 날이…역풍까지 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쿠팡의 성공신화를 지켜본 마켓컬리가 뉴욕 증시 상장 준비를 공식화했다. 갈길이 구만리지만 블랙리스트 사건 등 터져 나오는 논란들은 더욱 더 마켓컬리의 발목을 붙잡는다. 또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두고 일부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마켓컬리 물류센터

쿠팡에 이어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의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성장한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최근 김슬아 대표 이름으로 주주들에게 보낸 정기주주총회 소집 통지서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4259억원)보다 123.5% 증가한 9523억원(연결기준)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IPO 추진

이는 주요 대형 마트의 온라인 쇼핑 매출과 비슷한 규모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의 지난해 매출은 1조2941억원이며, 홈플러스의 지난해 온라인 매출은 1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2억원으로, 전년의 1012억원보다 적자 폭이 15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누적 적자는 26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배 성장한 매출 증가율에 비해 영업 적자 확대 폭은 크지 않아 내부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평이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현재까지 유치한 투자금이 4200억원 수준이어서 누적 적자를 고려해도 아직 자금에 여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주총회 통지서에 나온 실적과 관련해 “주총 참가자들을 위해 대략적인 숫자를 먼저 전달한 것”이라면서 “정확한 숫자는 회계 과정을 거쳐 이달 말께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마켓컬리

마켓컬리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에 이어 연내 국내외에 상장해 자금 조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적 개선과 상장 추진 소식에 지난 17일 기준 마켓컬리 주식 거래가는 상장 주식 거래플랫폼인 ‘서울거래소 비상장’에서 5만7700원으로 전날 대비 23.74% 치솟았다.

마켓컬리의 기업가치 또한 1조3213억원으로 불어났다.

쿠팡 본보기로 준비
불안한 시선에 부담

만약 마켓컬리가 쿠팡에 이어 미국 증시로 향할 경우, 회원 수 700만명을 보유한 거대 플랫폼 기업의 성장 동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샛별배송으로 통칭되는 새벽배송을 바탕으로 국내 온택트 트렌드의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쿠팡처럼 막대한 자금을 유치해 새로운 퀀텀점프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감이 커져가는 가운데 마켓컬리는 회사와 관련한 각종 논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물질 논란부터 시작해 바람 잘 날 없는 마켓컬리가 최근에는 일용직 근로자를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업계에 따르면 마켓컬리 블랙리스트는 일용직 노동자를 현장에서 솎아내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마켓컬리 측은 “근무태도가 불량한 노동자와의 계약을 중지하기 위한 평범한 리스트”라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일용직 근무자들은 이에 맞서 부당해고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켓컬리 측이 주장하는 근무태도가 불량한 노동자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대행업체들에게 돌리면 5개 이상의 대행업체는 해당 리스트에 오른 노동자들에게 일을 넘기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가 공유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대중들의 분노를 샀다.


노동자들의 주장은 “블랙리스트의 기준이 너무 터무니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파서 조퇴를 하거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불만을 제기할 시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제보자 A씨에 의하면 2019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마켓컬리 냉장·냉동센터에서 근무했다. 주 업무는 주문 상품을 꺼내고 포장하는 일로 A씨는 저성과자로 뽑히면 현장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사 측의 눈 밖에 나지 않도록 노력했으나 지난 1월6일부터 일감이 끊겼다고 주장했다.
 

▲ ▲ⓒ마켓컬리

표면적인 이유는 두 번의 조퇴였으나 A씨는 관리자 갑질 및 성희롱 전력을 본사 법무팀에 고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발 당시 마켓컬리는 일부 사실을 시인하고 부당하게 무더기로 해고했던 노동자들을 복직시켰다고 한다.

A씨는 “확인된 블랙리스트 일용직만 5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근로기준법 제40조(취업방해의 금지)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를 위반하는 행위다.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은 마켓컬리와 김슬아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서울강남고용노동지청에 지난 8일 고발하고 나섰다. 권오성 해방 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켓컬리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는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해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켓컬리는 “블랙리스트란 용어로 확산이 되고 있지만, 사실 ‘업무 평가 리스트’정도였을 뿐”이라며 “물류센터 특성상 일용직 근무자의 업무 태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작년 10월부터 6월까지 업무 평가 리스트를 관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원 블랙리스트 등 
각종 논란에 골머리

마켓컬리의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물질 논란부터 품질 논란까지 잊혀질만하면 떠오르는 논란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 마켓컬리는 ‘4번 달걀’ 판매 논란에 휩싸였다. 달걀 껍질에는 총 10자리로 된 계란 생산정보가 담겨있는데 이 중 산란일자(4자리), 생산자 고유번호(5자리)에 이어 마지막 숫자는 사육 환경 번호를 의미한다.

사육 환경 번호는 1~4번까지로, 1번은 닭을 풀어서 키우는 방사, 2번은 케이지와 축사를 자유롭게 다니는 평사, 3번은 개선된 케이지, 4번은 일반 케이지에서 자란 닭을 의미한다.
 

▲ 마켓컬리 본사 ⓒ카카오맵

이 논란은 핵심은 평소 마켓컬리가 ‘동물 복지’를 챙기는 ‘착한 소비’를 내세우는 기업이면서, 왜 ‘4번 달걀’ 즉 비좁은 일반 케이지에서 비위생적으로 키우는 닭의 달걀을 판매했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중들은 “동물 복지를 내세우던 기업이 4번 달걀이라니 속은 기분”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마켓컬리는 환경단체의 거센 비난을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일각에선 마켓컬리가 토종 스타트업들의 연합체인 코스포의 의장사라는 점에서 김슬아 대표 및 경영진들이 미국 증시행을 시도할 경우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을 두고 일부에서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마켓컬리도 쿠팡과 동일한 선택을 할 경우 비슷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무엇보다 토종 스타트업의 ‘간판’이라는 점에서 역풍이 불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선 집중

나아가 코스포는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유망 스타트업의 상장보다는 인수합병 및 매각을 통한 엑시트 전략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때 카카오 인수 제안을 거부하는 한편, 상장을 시도하며 무엇보다 미국행을 타진할 가능성이 높은 마켓컬리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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