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글 만다라’ 우실하

2021.02.01 09:31:15 호수 1308호

‘코로나 물러가라!’ 한글로 쓴 부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북구 소재의 아트노이드178이 우실하 작가의 ‘한글, 우주를 품다! 한글 만다라와 신년화’ 전시를 준비했다. 우실하는 동북아시아의 고대 역사와 문화, 종교, 사상 등을 연구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한글 만다라 18점과 신년화 13점을 선보인다. 
 

▲ 우실하, 한글 만다라 2020 - 1, 종이에 채색·우유, 123.3×246.5 cm, 2020


우실하 작가의 한글 만다라는 훈민정음 28자의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모음 11자와 자음 17자의 제자 원리에 담긴 천·지·인 사상과 주역의 하도, 그리고 인간의 발성 기관과 음양오행 간의 관계를 작품 속에 조형적으로 풀어냈다. 

여러 겹 쌓고

만다라는 우주적 원리를 도상화한 것이다. 한글 만다라는 한글의 제자 원리 안에도 우주적 원리가 내재돼있다고 보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실하가 그동안 연구하고 구상해온 것들을 새롭게 그린 신작이 소개된다. 

각 작품에는 우유와 먹의 농담을 이용한 여러 층의 레이어가 중첩돼있다. 배경의 글씨는 ‘세종어제훈민정음’의 서문과 한글의 자음·모음을 이용한 것이다. ‘훈민정음 서문’의 경우 앞면에 우유를 이용해 보이지 않게 쓰고, 뒷면에서 다시 먹의 농담을 달리해 썼다.

50년 그림세계 처음 소개
훈민정음 28자 제자 원리 


실제 그림에서는 읽을 수 없는 ‘글자 아닌 글자’로, 구성적인 요소로 활용했다. 한글 만다라의 여백에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먹과 색의 농담을 이용해 여러 층의 레이어로 구성했다. 

신년화 작품은 우실하가 2009년 기축년부터 매년 그려온 것으로, 올해 신축년을 맞아 12지지의 해를 모두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의 신년화는 당해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부적을 응용하고 있다. 

해당연도 간지의 갑골문(자라나 거북의 배 껍질과 동물의 뼈에 새긴 문자), 금문(고대 청동기에 새겨진 문자), 도문(고대 토기에 새겨진 문자), 초간(초나라 때 대나무나 나무 조각에 쓴 문자), 초백(초나라 때 비단에 쓴 문자), 진간(진나라 때 대나무나 나무 조각에 쓴 문자) 등에 보이는 고대의 글씨와 족휘(고대 부족의 상징 문양)의 부호들, 그리고 당시 상황에 맞는 부적 등을 이용해 구상한다.

주변 여백에는 우리 모두의 소망과 기원을 대신해 한글을 파자해 쓰고, 우유를 이용해 탁본 기법을 응용해 그렸다. 
 

▲ 우실하, 2021 신축년 신년화 (辛丑年 소의 해), 종이에 채색·우유, 101.5×50.3cm, 2020

올해 신축년 신년화에는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전염병 퇴치부’를 그려 넣었다. 신축년의 신(辛)자와 축(丑)자의 갑골문과 금문을 오래된 순서로 5개씩 쓰고 탁본 기법으로 도드라지게 했다. 신축년의 신과 축이 각각 칼과 맹금류의 발톱을 의미하는데, 우실하는 이를 통해 코로나19 전염병을 ‘휘어잡고 잘라버리길’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작품에 담긴 사상적 배경 외에도 작가 특유의 제작 기법은 또 다른 흥미를 유발한다. 우유를 이용해 글자와 형상들을 여러 겹으로 쌓거나, 붓글씨를 탁본 기법에 적용해 글자를 도드라지게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달성한 기법들은 작품의 의미를 한층 부각시킨다. 

2009년부터 신년화 그려
먹과 우유의 농담 이용

김태은 아트노이드178 디렉터는 “우실하는 명리학, 음양의 원리, 역사적인 문양과 도상, 중국 문명과 한국 문명의 발자취, 한글의 원리 등 지금까지 연구해왔던 내용을 제한된 형식 안에 총체적으로 이끌어오는 데 성공했다”며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들은 중심과 무한한 변용을 동시에 품고 있는 만다라와 닿아있다”고 설명했다. 

김노암 LG시그니처아트갤러리 예술감독은 “이번 전시의 주제인 ‘한글의 품은 우주’는 우실하의 책 <동북공정 너머 요하문명론>의 서문 제목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작가가 새로운 천년의 빛을 찾는 과정을 스스로 오랫동안 궁구하고 실천해왔고 그 결과, 이처럼 생동하는 감각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회화로 전시를 열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탁본 기법


이번 초대전은 우실하가 지난 50여년 동안 그려온 그림 세계를 외부에 정식으로 소개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우실하는 “그동안 나름대로 쉬지 않고 그림을 그려왔지만 환갑이 돼서 정식으로 여는 첫 개인전에 선보이는 작품이 전문가들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걱정도 되고 궁금하기도 하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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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실하는?]

1961년 경북 상주 출생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박사

▲경력

한국항공대학교 인문자연학부 교수
동양사회사상학회 부회장
고조선단군학회 부회장 
세계NGO역사포럼 기획위원
중국 내몽고홍산문화학회 회원

▲전시

‘고암(顧庵) 이응노(李應魯)의 정신세계 속으로’(2020)
‘Bibliotheque: 접힘과 펼침의 도서관’(2010)
‘ART FAIR 서교난장’(2009)
‘자유의지전’(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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