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 - 아트스타 2021’ 서현규

2021.01.25 10:02:49 호수 1307호

‘원각사지 십층석탑’ 철탑으로 재해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봉산문화회관서 ‘유리상자-아트스타 2021’ 전시를 준비했다. 1974년 10월부터 1979년 7월까지 개최된 ‘제1~5회 Contemporary Art Festival DAEGU’에 참여한 작가들의 실험적 태도를 기점으로 현재에 이르는 실험미술, 특히 설치미술의 일면을 소개한다. 올해 첫 번째 전시는 서현규 작가의 ‘봉산 십층철탑’이다. 



서현규의 설치작업 ‘봉산 십층철탑’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국보 2호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모티브로 한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조선시대 석탑으로는 형태가 특이하고 장식성이 뛰어나 유래를 찾기 힘들 만큼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과거의 해석

서현규는 탑골공원 유리 보호각 안에 보존돼있는 석탑의 모습에 착안해 봉산문화회관 유리상자와 시각적 감성을 공유하면서 철탑으로 재해석했다.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 전시는 전시 공간 밖에서 관람객이 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24시간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항상 찾을 수 있는 도심 속 생활 예술 공간으로 각광받고 있다. 

서현규는 재해석의 도구로 가로 150㎜, 세로 40㎜, 높이 62㎜의 파스너란 건축 재료에 주목했다. 파스너를 이용해 모듈 큐브를 만들고, 다시 큐브를 조립해 작품의 형을 구성했다. 그 위에 스테인리스스틸 미러를 이용한 판재를 부착한 뒤 기와 모양의 철판을 제작해 세부적인 밀도감을 높였다.

조립을 통해 파스너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현대적 조형미를 구현했다. 


서현규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봉산 십층철탑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은, 실재와 재해석된 복제품 사이의 관계성을 표현한다”며 “봉산 십층철탑은 파스너의 구조적인 결합을 통해 기계미학의 조형성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유리각으로 덮인 석탑서 착안
특이하고 장식성이 뛰어난 작품

박연숙 평론가는 “봉산 십층철탑은 기계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에게 과거의 역사적 대상을 오늘의 시선을 바라보도록 한다”며 “서현규의 작업은 기술과 자연이라는 이분법적 해석의 양극 경계면에서 기술과 인간의 화해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매체를 사용해 과거의 유물을 해석하고 오늘의 시각으로 구현하는 매우 흥미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서현규는 유리상자 전시공간의 폐쇄된 특성을 원각사지 십층석탑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 보호각과 동일한 구조적 맥락으로 읽어냈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은 비둘기 배설물과 산성비로 인해 훼손이 심해져 1999년 유리 보호각으로 완전히 덮어 씌웠다.

유리 공간이라는 공통요소에서 출발했지만 봉산 십층철탑은 유리 보호각의 통제나 차단이 불러오는 단절만이 아니라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외부로의 확장이라는 요소를 갖추고 있다. 

박 평론가는 “작가는 주변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파스너와 철, 그리고 스테인리스를 주로 사용해 기계의 원초적 구조의 틀과 우리를 마주서게 했다”며 “돌과 흙, 나무와 더 가까웠던 우리의 조상이 이들을 사용해 탑을 건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작가는 기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친근한 재료를 사용해 오래된 기억에 현재의 생생함을 소생시켜 놨다”고 강조했다. 

높이 5m에 가까운 철탑 구조는 회색 파스너의 다양한 사각 형태의 조합을 통해 금속의 차가움과 날카로움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원각사지 십층석탑의 옥개석에 해당되는 부분은 철탑서 철판으로 구성됐고, 석탑의 낙수면에 기와 문양을 표현하기 위해 철판 표면을 거칠게 그라인딩했다. 

파스너 겹겹이 쌓아 재현
기계미학의 조형성 나타내

또 탑의 상륜부부터 기단부에 이르기까지 군데군데 사각 형태로 부착된 스테인리스는 둔탁한 거울 역할을 한다. 이때 유리상자의 닫힌 구조는 거울을 통해 다시 외부를 반영해 밖으로 열린 구조를 이루게 되는 이중적 양상을 띤다. 


거울에 투영되는 외부의 이미지들은 유리상자라는 전시 공간의 한계를 부수고 공간을 확장시킨다. 관람객들은 이 과정에서 철탑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관람객들이 철탑 주변을 움직일 때마다 거울에 투영되는 이미지가 고정된 구조물에 생명감을 더하는 덕분이다. 

박 평론가는 “서현규의 작업은 현재의 기술로 과거의 유물을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이질적인 개체들 간의 공존과 상호 관계 맺기로 해석할 수 있다”며 “오래된 유물에 내재된 감동은 그 세월의 무게감, 그 자리에 수없이 오고 갔을, 지금은 이미 사라진 과거의 수많은 존재들에 대한 상상과 맞물려 있다”고 전했다. 

조동오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서현규는 단순히 이미지만 현대적으로 복제한 것이 아니라 보존과 소통의 의미까지 작품 속에 내포하고 있다”며 “보존을 위해 존재만의 가치로 전락한 탑을 굳어버린 차가운 기계적 이미지로 재해석한 은유적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의 구현

그러면서 “내부 구조가 보이는 봉산 십층철탑을 통해 내외가 소통될 수 있도록 만들려는 소망을 유리상자 안에 가두는 과정을 통해 드러낸다. 현재 도심 속 섬같이 혼자 호흡하고 있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이 가지는 소망, 존재의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3월28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서현규는?]

▲학력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전공 및 동대학원 졸업
경북대학교 일반대학원 디지털미디어아트학과 박사 수료

▲개인전


‘유리상자-아트스타 2021 Ver.1 서현규’ 봉산문화회관(2021)
어울아트센터(2018)
‘올해의 청년작가전’ 대구문화예술회관(2016)
봉산문화회관(2014)
에덴밸리갤러리(2010)
수성아트피아(2009)
갤러리 로(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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