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회가 예산안 심사를 제외한 1년 농사를 끝마쳤다. 이 기간 국회의원들은 분주히 의정활동을 해왔다. 그중 상임위 활동과 대표법안 발의는 의정활동의 핵심으로 꼽힌다. <일요시사>는 상임위에서의 대표법안 발의 건수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일요시사>가 국회의원들의 대표법안 발의를 전수조사한 결과, 아직 소속 상임위에서 대표법안을 발의하지 않은 의원은 총 3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5일 기준). 전체 의원 중 약 10%에 해당하는 비율인데 어떤 의원은 상임위와 관계없이 단 1건의 대표법안도 발의하지 않았다.
좋다고?
상임위 발의 0건 의원 33명 중 국민의힘 소속이 18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8명으로 조사됐다(이인영 통일부 장관 제외). 그 외 7명은 무소속과 군소 정당 소속이다.
유독 국민의힘 의원들의 수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야권의 다선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2일 “제1야당의 활동은 여당을 공격하는 쪽으로 포커스가 맞춰지게 마련”이라며 “지역 이슈든, 정치적 이슈든 상임위보단 현안을 따라가다 보니 법안도 상임위 구별 없이 발의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당선된 횟수) 별로는 초선 의원의 상임위 발의 0건 비율이 가장 높았다. 33명 중 16명으로 전체의 48.48%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3선 의원이 6명, 재선과 5선 의원이 각각 4명, 4선 의원이 3명이었다.
한 초선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달 27일 “의원이 상임위 업무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려서 (상임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늦어진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임위 발의 0건 의원 33명 중 비례대표는 9명으로 조사됐다. 비례대표의 경우 지역구 의원에 비해 직능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상임위도 직능을 고려해 배치된다.
예를 들어 의사·약사 출신의 비례대표 의원들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배정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국회 내에서도 비례대표라면 자신의 상임위 관련 법안을 먼저 대표발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좌진 출신의 한 인사는 지난달 27일 “비례대표는 전문성을 인정받아 영입돼 관련 상임위로 배정되는 것 아니냐”며 “그러니 타 상임위 법안을 낼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그 상임위 법안을 먼저 내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존재한다. 상임위가 나눠져 있지만, 각 상임위가 관장하는 범위는 겹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비례대표는 전국구 의원이기에 한 상임위에만 얽매여 있기보다 전문성이 미칠 수 있는 타 상임위에서도 활발히 입법활동을 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다.
상임위 별로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소속 의원들이 가장 많았다(7명).
300명 중 33명…10% 넘어
국민의힘 소속 다수, 왜?
뒤를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기획재정위·교육위·정무위 소속 의원이 각각 3명, 보건복지위·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위·정보위·운영위·여성가족위·국방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소속 의원이 각각 2명, 환경노동위·국토교통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법제사법위 소속 의원이 각각 1명으로 조사됐다(여성가족위·운영위·정보위는 중복 상임위, 특별위원회는 집계에서 제외).
보좌진들은 외통위에 유독 상임위 발의 0건 의원이 많은 이유로 ‘특수성’을 꼽는다. 다른 상임위의 경우 생활밀착형 법안을 발의할 수 있지만, 외통위에서는 특별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법안 발의가 힘들다는 것.
단적으로 인기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의 경우 지난 5일을 기준으로 21대 국회에서 324건의 대표법안이 발의된 반면, 같은 기간 외통위에서 발의된 법안은 64건에 불과했다. 단순히 대표법안의 발의 개수로 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의원의 상임위 배정이 원내대표에게 일임돼있는 구조에 대한 지적이다. 국회 초반 의원들은 희망 상임위를 적어 당 원내대표실에 제출한다. 이에 원내대표실은 희망 상임위와 선수, 나이, 성별 등을 고려해 배분하는 구조다.
여권의 모 의원실 보좌진은 지난 3일 “1·2지망 상임위를 써서 제출하지만, 상임위를 배정하는 것은 원내대표의 절대적인 권한이다. 그러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전문성이 전혀 없는 상임위로 배정받을 수도 있다”며 “특히 초선 의원의 경우 배정되는 대로 가야 한다. 그렇기에 상임위에서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한다. 만약 국회 전반기가 지날 때까지 상임위 법안 발의 건수가 하나도 없다면 문제일 수 있지만, 지금 국정감사가 지났을 뿐”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오히려 소속 상임위 법안을 발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를 주장한 보좌진은 박덕흠 의원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박 의원 일가 건설사는 피감기관으로부터 3000억원을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12년부터 8년 동안 국회 국토교통위와 안전행정위, 예산결산특별위 등에서 활동했다.
의원이 임기 동안 상임위에서 자신의 이득을 위해 피감기관을 옥죄는 입법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해당 상임위에서 대표법안을 발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문제는?
상임위 발의 0건에 대한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이를 문제라고 지적하는 쪽은 의원이 상임위 활동은 제쳐두고 자신의 지역구 재선만을 쫓은 결과라고 지적한다. 반대로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쪽은 지역·단체의 현안을 입법하는 것이 의정활동이기에 오히려 특정 상임위로 의정활동을 한정하는 듯한 지적은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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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국민동의청원 명암
정치권의 예민한 이슈들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거쳐 각 상임위로 배정되고 있다.
낙태죄 폐지, 세월호 참사 대통령기록물 공개,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이 대표적이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는 100명 이상 사전 동의를 거친 청원이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소관 상임위로 넘어가 법제화를 논의하는 제도다.
각종 사회 문제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낙태죄 폐지의 경우 여성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외에도 허위 청원의 경우 이를 사전에 거를 장치가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자칫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