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테오젠 ‘유령 회사’ 정체

2020.10.12 10:09:02 호수 1292호

회사 찾아가니 대표님 집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최근 알테오젠 오너 일가가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스페라리서치’라는 법인이다. 바이오 분야와 함께 다소 이채로운 사업을 다루는 업체다. 눈길이 가는 건 이곳의 주소지다. 다름 아닌 알테오젠 대표 오너 일가의 거주지기 때문이다.
 

▲ 박순재 알테오젠 대표이사


알테오젠은 지난 2008년 설립된 바이오 기업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바이오베터(바이오시밀러 개량 신약)’를 전문적으로 다룬다. 2014년에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알테오젠을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겁다. 지난해 1조6000억원 상당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4조70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핫한 바이오

또 알테오젠은 이른바 ‘핫한 종목’으로 꼽히는 씨젠, 신풍제약과 함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에 편입됐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닥 시장서 가장 많이 매수한 기업으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주가는 18만원 선이다.

알테오젠 창업주는 박순재 대표이사와 정혜신 이사 부부다. 박 대표는 LG화학 연구원, 한화케미칼 개발본부장, 바이넥스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내공을 다졌다.


정 이사는 한남대 생명시스템과학과 교수로 LG화학 바이오텍연구소 책임연구원을 역임했다. 정 이사는 2010년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알테오젠 대표이사를 지냈다.

알테오젠 최대주주는 박 대표다. 지분율은 20.26%다. 정 이사는 지난 6월까지만 하더라도 4.18%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보유 주식을 지난달 9일 외국계 투자회사에 5만주를 매도(-0.19%)하면서 3.99%로 줄었다. 이들 부부의 자녀에게도 0.61%가 있다.

알테오젠 계열사는 3곳이다.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의약품 연구개발)’ ‘엘에스메디텍(의약품 도소매업)’ ‘세레스에프엔디(의약품 생산개발)’ 등이다. 본사와 마찬가지로 모두 바이오 분야와 맞닿아있다.

조단위 수출 계약·MSCI 편입…연일 주목
신생 계열사? 기존과 결 다른 사업 눈길

알테오젠은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와 엘에스메디텍을 100%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세레스에프엔디에서는 70%가 넘는 지분을 쥐고 있다. 박 대표는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와 세레스에프엔디서 각각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알테오젠 오너 일가는 지난 7월20일 ‘스페라리서치’라는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800만원이다. 주식은 전체 1000만주 중에서 3만6000주가 발행됐다. 법인 등기부등본에는 주식매수선택권과 관련된 사안이 등재돼있다.

스페라리서치는 생명공학 관련 기술·사업을 연구하거나 개발하는 업체로 보인다. 기존 알테오젠 계열사와 유사하지만 다소 결이 다르다.
 

▲ 알테오젠 본사 ⓒ알테오젠

스페라리서치 사업 목적에는 문화예술, 전시, 뮤지컬, 공연, 음반 제작, 출판, 광고제작 등이 적시돼있다. 벤처기업, 창업자 투자와 엑셀러레이팅, 중소기업창업 투자조합 자금 운용 관리 등도 찾아볼 수 있다. 기존 알테오젠 계열사에선 찾아볼 수 없는 사업들이다.

스페라리서치는 비상장사인 관계로 주주명부를 정확히 확인하긴 어렵다. 다만 추정이 가능하다. 스페라리서치 임원은 모두 2명으로 정 이사와 알테오젠 상무다. 정 이사는 대표이사로, 알테오젠 상무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정 이사 등이 스페라리서치 지분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눈길이 가는 건 스페라리서치 주소지다. 알테오젠 계열사들은 빌딩이나 공장단지에 입주했지만 스페라리서치는 다름 아닌 단독주택에 주소를 뒀다.


해당 단독주택은 박 대표와 정 이사 부부의 거주지다. 이들 부부는 지난 2015년부터 이곳에 주거하고 있다. 부근에 여러 단독주택들이 모여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스페라리서치가 이곳을 사업장으로 결정한 배경에 물음표가 찍힌다.

알테오젠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스페라리서치에 대해 처음 듣고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스페라리서치는 알테오젠의 신생 계열사보다 오너 일가의 개인회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스페라리서치’ 주소 오너 주택과 같아
사측 “아는 바 없다”…개인회사 추정

일각에선 스페라리서치를 알테오젠 사업 확장의 연장선으로 바라본다. 알테오젠은 지난 5일, 투자기관과 1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과 관련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자금은 생산 공장 증설 등에 쓰일 공산이 크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올 겨울 바이오시밀러 자체 생산 공장을 착공하고, 2024년부터 상업용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라리서치는 문화예술, 전시 등 바이오 분야와 다소 거리감이 있는 사업들을 사업 목적에 등재해놨지만 큰 줄기는 생명공학이다. 또 정 이사 등 스페라리서치 임원들이 모두 알테오젠서 재직하고 있는 만큼, 알테오젠의 사업 흐름에 따라 계열사로 편입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테오젠은 최근 3년간(2017~2019) 적자 흐름을 보였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액은 121억원, 137억원, 292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반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계속됐다.

영업손실의 경우 61억원서 76억원으로 불어났지만 적자 폭은 22억원으로 줄었다. 순손실은 74억원, 70억원 수준서 17억원으로 낮아졌다.

올해 성적표는 기대할 만하다는 평가다. 알테오젠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33억원이다. 직전년도에 비해 2.5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 동기간 영업손실 58억원은 영업이익 38억원으로 플러스 전환됐다. 순손실 역시 50억원서 순이익 40억원으로 반전됐다.

사업 연장선?

계열사 알토스바이오사이언스는 반기 기준 매출액은 없지만 순이익은 200만원이다. 엘에스메디텍은 59억원 매출에 1억원 순이익을 냈다. 세레스에프엔디의 경우 8억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34억원 순손실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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