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더!’ 배달업계 구인 전쟁

2020.08.25 08:11:58 호수 1285호

“라이더를 모십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음식배달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라이더(Rider)가 ‘귀하신 몸’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로 라이더 수급에 비해 배달 주문량이 급증한 데다 후발주자까지 속속 진입하면서 국내 배달 업체들간 라이더 확보 경쟁이 불붙고 있다.
 

▲ 배달의 민족 ⓒ문병희 기자


지난 7월 셋째 주(12∼19일) 한 주간 접수된 배달 주문 건수는 118만건으로 전년 동기(62만건)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지만 라이더 증가 속도가 배달 주문 증가 속도에 못 미치고 있어 곳곳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곳곳서 잡음

업체의 ‘배달 지연율’은 같은 기간 4만52건서 10만4706건으로 160%나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전체 배달 건수 15개 중 한 개만 배달이 지연됐지만, 올해는 11개 중 한 개 꼴로 지연되고 있는 셈이다.

배달 지연은 식당에 대한 소비자 평판 악화로 이어지고 점주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한 공유주방 대표는 “지역에 따라 라이더 수급이 다르다. 가령 분당은 구 성남에 비해 라이더가 부족해 배달대행 수수료 기본요금이 500원 이상 비싸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일부 라이더가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하면 ‘그럼 다음부터는 안 오겠다’고 하는 식이니 항의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위쿡, 고스트키친 등 일부 공유주방은 라이더를 ‘부분 직고용’해 차별화에 나섰다. 라이더 수급 문제로 배달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직고용한 라이더가 출동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입점하라는 얘기다. 라이더 직고용이 공유주방의 ‘마케팅 포인트’가 된 셈이다.

위쿡 관계자는 “배달대행사와의 제휴를 통해 입점주방들에 기본 배달비를 낮춘 직영 라이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 지연 올들어 11건 중 1건 꼴
쿠팡이츠 급부상 배달앱들 속내는?

최정이 고스트키친 대표도 “전담 배달대행업체와 계약을 통해 배달대행업체서 대부분의 주문을 처리하며 고스트키친 자체 라이더팀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불거진 라이더 부족의 이유로 쿠팡이츠의 공격적인 수수료 프로모션이 꼽힌다.

지난 18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가 사실상 양분했던 배달 시장에 지난해 론칭한 쿠팡이츠가 가세하면서 각종 라이더 우대 정책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주문량이 폭증했지만 이를 소화할 라이더가 부족해진 가운데 후발주자까지 속속 진입하면서 국내 배달 업체들간 라이더 확보 경쟁이 불붙고 있다.

쿠팡이츠는 배달 한 건에 최대 2만원대의 돈을 기사에게 지급하는 파격적인 배달료를 내놨다. 기본 배달료(5000원)도 업계 평균(4000원)보다 20%가량 높게 책정한 가운데 비가 오는 등 상황에 따라 배달료가 올라가는 할증 방식으로 웃돈을 얹어 주는 정책을 쓰고 있다. 
 

▲ 라이더유니온

이달 장마 기간 쿠팡이츠로 배달 아르바이트를 했던 A씨는 “비가 쏟아지는 늦은 밤에 서울 마포구 상수동서 마포역 인근까지 약 2.5㎞ 거리의 배달 콜을 잡았는데 평소(8000∼9000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2만3000원을 배달료로 받았다”고 말했다. 

배민은 약 2100명인 ‘배민라이더스’ 기사 수를 3000명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신입 라이더에게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프로모션 혜택을 지급한다. 60일 내 신입 라이더가 300건의 배달을 수행하면 30만원, 700건까지는 70만원, 1000건을 달성하면 100만원을 지급한다.


‘요기요’도 기사 신규 계약 보너스 50만원, 다른 기사 추천 채용 시 3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혜택을 내걸었다.

쿠팡의 갑작스러운 배달앱 드라이브를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각자 주판알 튕기기에 바빠 보인다. 배민과 요기요는 합병 명분을 쌓고,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를 노리는 전략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부상이 당장은 기존 배달앱에 위협이 되는 모양새지만, 배민과 요기요는 이를 핑계로 합병에 대한 세간의 독점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측면도 있고 합병에 대한 명분이 생기니 속으로는 쿠팡의 점유율 상승을 응원하고 있을 수도 있다”며 “쿠팡은 쿠팡대로 소프트뱅크로부터 추가 투자 유치가 긴요한 상황이다. 로켓배송만으로는 적자가 심하고 시장점유율 확대도 더디자 배달앱 시장서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내 투자 유치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체 우후죽순…인력 수급 비상
‘귀하신 몸’ 높은 수수료로 유혹

라이더들 사이에선 최근 벌어진 현상들을 지나치게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최근 라이더 부족 현상이 벌어지며 각 플랫폼이 처우 개선에 나서는 것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며 “무엇보다 언제까지 처우 개선에 나설지 아무도 모른다. 플랫폼들이 임의로 배달비를 올리고 낮추는 상황서 최근의 변화를 낙관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쿠팡이츠가 라이더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돌입했지만, 이 역시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 쿠팡이츠

쿠팡이츠의 라이더 대상 프로모션도 평상시 기준으로 보면 라이더들에 큰 혜택이 아니다”라며 “배달의민족이 라이더 1000명을 뽑는 가운데 상황(라이더 부족 현살)이 조금만 달라지면 치열한 콜 쟁탈전이 벌어져 라이더의 처우는 더욱 나빠질 것이며, 언제든 플랫폼들이 프로모션을 종료할지 모르고, 무엇보다 일반 배달비 책정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는 여전하다”고 꼬집었다.

라이더들의 목소리를 낼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이미 행동에 나섰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7월30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위해 노동부가 조속히 신고필증을 교부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노조 움직임

유니온은 “노동 법률가들은 커넥터와 같은 플랫폼노동자들은 경제적·조직적으로 종속된 채 일하고 있으며,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단결활동의 보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유럽을 비롯한 여러 나라서도 플랫폼 노동자가 법적으로 노동자냐 아니냐의 문제를 떠나 노동3권은 기본적 권리로 보장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한국의 플랫폼사 입장은 요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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