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형제애’…에이스·시몬스 ‘담합’ 실태

2009.01.28 14:29:39 호수 0호


동생은 형을 공경하고 따르며 형은 동생을 사랑한다는 의미의 ‘형제애’. 그러나 비뚤어진 형제애는 때론 재앙(?)을 부른다. 형제 경영인으로 유명한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와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가 부당하게 가격담합을 하다 적발된 것. 더욱이 이들은 국내침대시장에서 매출액 1, 2위를 차지하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아래 공정위)는 이들 ‘형제기업’에게 5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회사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함으로써 침대 판매시장에서 공정한 거래질서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빗나간 형제애’ 그 실태를 들여다봤다.

가격 담합 행위는 자유경제 시장의 ‘적’이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결정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들이 서로 짜고 공급가격을 고정시켜 버린다면 시장이 왜곡된다는 이유에서다.



소비자는 이로 인해 더 많은 돈을 지급하고 물건을 사야 하는 착취를 당하는 셈이 된다. 이런 이유에서 경영인끼리 ‘형제’라는 이유로 머리를 맞대고 가격을 담합하거나 가격경쟁을 회피해선 안 된다.

할인판매 전무 ‘이유 있었네’

그런데 형제 경영인으로 유명한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와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는 ‘형제애’를 앞세워 가격경쟁을 회피했다.

더욱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국내 침대시장의 1, 2위를 차지하는 굴지의 회사. 형이 대표로 있는 에이스침대는 지난 2007년 매출 1293억원을 올린 국내 가구업계 1위 업체(시장점유율 32%)이다. 동생 회사인 시몬스침대는 매출 480억원에 업계 순위 2위(10%)를 달리고 있다.

결국 국내 침대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형제의 담합 여파로 소비자는 침대를 사려 할 때 할인판매를 찾기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공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가 지난 2005년 7월부터 침대 소비자 판매가격의 할인을 금지하는 내용의 가격표시제에 합의, 시행해온 사실을 적발하고 각각 42억원과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에이스침대와 시몬스침대는 2005년 5월 열린 회의에서 할인판매를 금지하는 가격표시제를 결의했다. 담합 이유는 판매유통망 안정. 당시 미국, 유럽 등에서 들여와 고가로 팔리는 수입침대가 늘면서 소속 대리점들이 할인판매를 포함한 노마진 경쟁에 나서자 이를 제재하기 위함이었다.

가격표시제를 담보하기 위해 이들은 대리점으로부터 100만~150만원의 공탁금을 받았다. 게다가 대리점들이 가격표시제를 위반하면 50만~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3차례 이상 위반할 경우 징계, 경영주 교체, 계약 해지 등의 벌칙안을 마련해 시행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다. 에이스침대는 자신이 정한 침대가격표를 대리점에 전달하는 한편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가격할인 등을 한 대리점을 적발해 계약해지 등의 방법으로 재판매가격유지를 하기 위함이다. 이들 두 업체는 이런 할인금지 행위 등으로 약 7.3%에 해당하는 가격인상의 효과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계약해지까지 이른 경우는 없지만 각종 징계는 수십 건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격표시제는 침대를 소비자에게 팔 때 할인과 사은품 제공을 금지하는 등 일종의 정찰제 판매로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에이스침대에 시정명령과 41억9500만원의 과징금을, 시몬스침대에는 시정명령과 10억33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에이스침대 21개 지역협의회에 대해서는 시정명령과 법위반 사실을 대리점 통지하도록 명령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정조치는 침대판매시장에서 매출액 1, 2위를 차지하는 사업자의 법위반행위에 대해 제재를 함으로써 침대판매시장의 공정한 거래 질서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아울러 다른 침대제조업체의 법 위반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장남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과 차남 안정호 시몬스침대 사장의 아버지는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이어서 송상(개성상인)으로 불리는 안유수 회장이다.

할인금지 위반 땐 벌금

안 회장은 지난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에이스 침대 공업사를 창업한 후 45년 동안 침대업 한길만 걸어온 무차입 경영으로 유명하다. 젊은 시절 해외 출장 중 투숙한 호텔의 매트리스를 뜯어 소란을 피운 사실은 회사에서 지금도 전설로 전해진다고 한다.


1992년 안 회장은 시몬스침대를 인수했으며 9년 뒤 2001년 차남 안정호 사장에게 시몬스침대를, 이듬해에는 장남 안성호 사장에게 에이스침대 대표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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