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지긋지긋한 말장난

2020.06.19 10:07:58 호수 1275호

지난 5월 초 <일요시사>에 게재했던 ‘김종인의 80대 기수론’을 통해 “40대 중에서 경제전문가가 차기 대권을 잡아야한다”는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었다.



그 이유로 정치 영역, 특히 한 국가의 지도자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의 몫이 아니고, 또 인간 수명이 82.8세(2020년 1월 기준)인 점을 들어 40대는 시기상조로, 그의 주장은 본인이 직접 권력을 잡겠다는 욕심으로까지 확대해석했었다.

그런 그가 5월 후반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40대 기수론과 관련해 질문받자 “젊은이들이 미래를 이끌어가야 하니까 젊은이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렇다고 ‘40대다, 50대다’ 연령대에 고정시켜 생각할 것은 아니다. 40대서 못 찾으면 대선을 포기할 건가.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아닌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그의 생각에 일대 변화가 일어났다. 이 대목서 혹시 김 위원장이 필자의 칼럼을 읽어 보고 느낀 바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일어난다. 그것은 필자가 지적했던 두 가지에 대해 정확하게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여하튼 그의 심경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먼저 차기 대통령의 연령대에 대해서다. 당시는 40대로 못 박아 40대 기수론까지 등장했었는데 이제는 연령대에 고정시킬 일은 아니라고 했다.

다음은 차기 대통령의 자격 조건에 대해서다. ‘경제전문가’가 ‘철두철미하게 준비된 정치인’으로 바뀌었다. 말인즉 경제전문가면서 탁월한 정치 역량을 겸비한 인물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말을 곱씹어보면 결국 본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로 비쳐지는데 혹시 필자만의 기우는 아닐까. 아니면 천상천하유아독존의 사고를 지니고 있는 그의 안하무인격의 말장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어떤 경우인지 최근 그가 들고 나선 기본소득제에 대해 살펴보자.

김 위원장은 통합당 비대위 회의 공개발언서 “포용성장을 위한 각종 제도를 확립하고, 보건 체제를 재정립하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여건 조성과 아울러 이로 인해 파생되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그날 오후 “기본소득을 당장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산업사회가 인공지능(AI)이 투입되고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생산 방법으로 들어갔을 때, 우리도 그런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지금부터 기본소득이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형성해야 하고, 재정으로 어떻게 뒷받침할 것이냐 연구를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고 언급했다.

필자가 살필 때 한마디로 지독한 말장난으로 비쳐진다. 아무리 양보해 생각해봐도 우리 나이로 81세인 그의 생전에 생색내기용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제를 실시할 정도의 상황이 전개되지 않으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런데 세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되도 않을 일을 언급하고 있다.

문득 얼마 전 일이 생각난다. 점심시간에 식당서 식사를 하고 있는 중에 옆자리서 흥미로운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나이 80세가 넘으면 살아있는 사람이나,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라는 내용이었다.

그 이야기에 현재 83세로, 향후 100세 정도는 가볍게 살 정도로 정정한 큰 누나를 생각하며 쓴웃음을 지은 적 있었다. 여하튼 지금 이 순간 나이 들수록 입은 닫고 주머니를 열어야 한다는 어르신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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