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 장롱 시신 사건 전말

2020.05.11 15:37:55 호수 1270호

“할머니 없이 못 살까 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70세 할머니와 12세 아동의 시신이 장롱서 발견됐다. 충격적인 사실은 시신 사건이 가족의 범행이라는 점이었다.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비닐로 싸 장롱에 방치했다. 교도소 출소 후 돈 때문에 살해한 뒤 자신과 함께 동거했던 여자와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 검거 중인 상도동 살인 사건 용의자


최근 시신 유기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살해 범행을 저지른 후 시신을 숨긴 뒤 모르쇠로 일관하다 나중에 발각되는 경우다. 시신을 유기할 경우 대한민국 형법 161조(사체 득의 영득)에 따라 ‘사체, 유골, 유발 또는 관내에 장치한 물건을 손괴, 유기, 은닉 또는 영득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실종신고

제주 명상수련원서 명상 중 숨진 50대 시신을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수련원 원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2부는 지난달 27일, 유기치사와 사체 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명상수련원 원장에게 사체은닉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서울에선 살해한 시신을 은닉하고 모텔로 피신하는 시신 유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강력범죄로 교도소 복역 후 출소한 허모씨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모친의 빌라로 향했다. 70세 노모는 이혼한 그를 대신해 손자인 허군(12)을 혼자 돌보고 있었다. 지난 1월, 배달 일을 하던 허씨는 독립을 선언하며 모친에게 돈을 요구했고 모자는 언성을 높이며 다퉜다.


화를 참지 못한 허씨는 모친과 자고 있던 아들 허군도 목을 졸라 살해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허씨는 두 사람의 시신을 비닐에 싸서 장롱에 넣어둔 뒤 방치했다. 이후 빌라서 같이 동거했던 40대 여성 한모씨와 함께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 

허씨는 경찰 조사에서 “금전 문제로 다투다 모친을 살해했으며, 당시 잠들어 있던 아들도 홧김에 숨지게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그는 한씨와 함께 지내다가 시신이 썩는 냄새가 진동하자 모텔을 전전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허씨는 약 2개월 전 범행 직후 두 사람의 시신을 장롱에 넣어둔 채 한씨와 수일간 빌라서 지낸 것으로 확인됐다. 

초등학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된 지난달 16일, 허군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않자 학교 측에선 구청에 해당 사실을 전달하며 확인을 요청했다.

집 방문 후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서울시 동작구청 공무원이 첫째 며느리에게 연락을 취했고 둘째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첫째 며느리는 허군에 대한 실종신고를 했다.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이 집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간 지난달 27일 오후 1시였다. 경찰은 빌라 장롱서 비닐에 싸여 숨져 있는 A씨와 초등학생 손자 허군의 시신을 발견했다. 

70세·12세 시신 발견…범인은 핏줄
시체 냄새 나자 모텔로 피신

경찰은 지난달 28일 현장감식을 벌였고, 두 사람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망 시점은 약 2개월 전이라고 밝혔다. 또 자세한 사망 시점과 사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현장감식을 진행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했다. 바로 시신을 싸고 있던 비닐서 발견된 지문이었다. 지문의 주인공은 사건 발생과 함께 용의선상에 올랐던 허씨였다. 그는 실종신고 접수 소식을 들은 직후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잠적했던 바 있다. 

모친과 허군이 사망하고 두 달가량이 지났지만 아무도 알지 못했으며 인근 주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시신이 발견된 빌라 인근의 한 상인은 “실종신고를 한 며느리가 첫째 며느리(허군의 모친)고 둘째 며느리는 못 봤다. 아들과의 교류도 그다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상인들도 어제 경찰차가 와서 사건을 알았지 자세한 내막은 모른다”고 말했다.
 

허씨는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전원을 끈 뒤 잠적했지만, 곳곳에 설치된 CCTV까지 피하지 못했다. 용의자를 특정한 경찰은 결국 허씨를 지난달 30일 모텔서 검거했다.

경찰은 허씨가 검거될 당시 모텔에 함께 있던 한씨에 대해서도 범인도피죄를 적용,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기각했다. 허씨는 아들까지 죽인 이유에 대해 “할머니 없이 혼자선 못 살까 봐”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허씨와 허씨의 도주를 도운 공모자 한씨가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오후 1시15분경 법원에 출석했다. 이들은 고개를 숙인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오덕식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및 사체은닉 혐의를 받고 있는 허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허씨의 도주를 도운 혐의를 받는 여성 한씨에 대한 영장심사도 함께 진행했지만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다툴 여지가 있다. 현 단계서 구속은 피의자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의 청구를 기각했다.

사체 은닉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번 서울 동작구 초등학생 사망 사건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학교 현장·시도교육청·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유기적인 협조 체계를 구축해, 원격수업 기간에도 학생들의 소재·안전 확인과 학습권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파주 저수지 시신은?


최근 경기 파주지역 저수지 일대서 남성 시신 2구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파주경찰서는 40대 남성이 동네 후배를 살해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유기한 뒤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해 수사 중이라고 지난 1일 밝혔다.

경찰은 40대 남성 A씨가 동네 후배인 B씨를 살해하고 같은 달 28일, 지역 내 한 저수지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유서를 남겼지만, 범행 관련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네 후배를 저수지 주변에 유기하는 과정서 도움을 준 C씨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C씨는 “A씨가 시신을 차에 싣고 찾아와 도움을 요청해 시신을 땅에 묻을 때 불만 비춰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C씨의 진술을 토대로 A씨의 시신이 발견된 저수지 주변서 유기된 B씨의 시신을 찾았다.

경찰은 C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하고, 휴대폰 통화기록과 주변 CCTV영상 등을 토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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