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20대 국회의 마지막 분탕질

2020.05.11 10:20:53 호수 1270호

흥미로운 표현이 있다. 국민들이 국회 임기 마감 직전 매번 외쳐대는 ‘금번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다. 이번에 임기를 마감하는 20대 국회 역시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는데, 말인즉 지금까지 최악이 아닌 국회가 없다는 말로 귀결된다.



그런데 왜 모든 국회에 대해 이렇게 일관된 표현을 사용하는 걸까. 12대 국회 시절부터 정치판에 참여해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던 필자는 시간이 흐를수록 저급해지는 국회의원들의 자질로부터 그 이유를 찾는다.

사실 문명이 발달하면 그에 상응하는 인물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게 순리에 들어맞는다. 그런데 실상은 어떨까. 창피하지만, 정확히 그에 역행하고 있다. 문명 발전의 주역이 아닌 부산물들이 국회를 점령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한다.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정작 국가발전에 적합한 인물들은 가파르게 하향세를 타고 있는 정치가 아닌, 발전된 문명의 영역을 쫓기 때문이다. 아울러 문명에 역행하는 부류들이 선택하는 게 정치 영역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이제 제목에 언급했던 20대 국회의 마지막 분탕질에 초점을 맞춰보자. 이와 관련해 두 가지만 언급하고자 한다. 하나는 ‘사전투표조작설’, 다른 하나는 ‘국민발안제 개헌안’에 대해서다.

먼저 사전투표조작설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전신) 대표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자유당 시절처럼 통째로 조작투표를 하고, 투표함 바꿔치기를 할 수가 있겠나”라며 일갈했다.


개인적으로 살필 때 홍 전 대표가 입방정은 심하지만, 간혹 바른 말을 할 때가 있다. 즉 홍 전 대표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는 말이다. 물론 필자가 무수히 겪었던 투표와 개표 상황에 대한 관찰로부터 비롯된다.

이와 관련해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흥미로운 경험을 하나 소개하자. 1992년에 실시됐던 14대 총선과 관련해서다. 당시 집권당 당직자였던 필자가 참여했던 개표소서 거짓말 같은 일이 발생했다.

개표 종사자가 우리 측 후보자 지지표 두 장을 상대방 후보 지지표 98장 위에 올려놓고 100장의 투표용지 모두를 우리 측 후보자의 지지표로 계산하는 실수를 범했다. 물론 필자는 모른 척했고, 그로 인해 우리 측 후보가 가까스로 당선된다.

그러나 그 시간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필자만 알고 있던 게 아니라 여러 경로를 통해 상대 후보 측에서도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재검표를 통해 결과가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이후 동 사건으로 인해 개표는 물론 투표 상황까지 더욱 더 철두철미하게 관리되기 시작했다.

다음은 선거권자 100만명 이상 동의할 경우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에 대해서다.

국민발안제는 1954년 이승만정권 시절 이뤄진 사사오입 개헌에 처음 등장한다.

당시 동 개헌안서 국회의원 선거권자 50만명 이상 찬성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는 유신헌법서 폐지된다.

악법으로 평가받는 유신헌법은 왜 이를 폐지했을까.

악법의 입장서 바라봐도 말도 되지 않는 조항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발안하고 국회가 의결하는 이 제도는 국민들을 호도하는 치졸한 술책, 나아가 입법권을 지닌 국회가 스스로 존재 사유 자체를 부정하는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발상에 불과하다.


이제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고 있는 20대 국회가 막판을 향하고 있다. 일하지 않아도 좋으니 더 이상 분탕질 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울러 21대 국회는 최악으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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