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특집> ③444명 후보 ‘희망 상임위’ 대해부

2020.04.10 16:02:24 호수 1266호

금배지 달고 진짜 파워 게임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매니페스토 운동’이란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공약과 정책을 유권자가 평가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운동의 일환으로 <일요시사>는 후보 444명의 희망 상임위를 알아보고 이들의 공약과 정책을 살펴봤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 8일, 홈페이지를 통해 444명의 총선 후보자 공개질의서 회신 내용과 명단을 공개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각 국회의원 후보가 어떠한 의정활동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도우려는 취지임을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선심성 공약

매니페스토본부에 따르면, 가장 많은 후보들이 희망하고 있는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였다. 질의서를 회신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후보 201명(응답수: 510) 중 99명(19.41%),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서 128명(응답수: 311) 중 70명(22.51%)이 해당 상임위를 희망했다.

이는 후보자들의 지역구 공약 중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공약이 다수 차지한 것과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후보자들이 응답한 질의서에선 철도, 도로 등의 기반 시설과 관련된 공약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그만큼 후보들이 지역 개발 정책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국토위는 국토교통부 등을 소관 부처로 두고, SOC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총괄하기 때문에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기 유리한 상임위로 꼽힌다. 의원들 사이서 국토위가 ‘노른자위’로 불리는 이유다.


국토위 다음으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가 뒤를 이었다. 민주당에선 74명(14.51%), 통합당에선 40명(22.51%)이 희망 상임위로 꼽았다. 산자위는 대기업· 산업 관련 법안 및 산업단지 조성 등 경제개발 이슈를 다루는 상임위로, 기업을 비롯해 수많은 기관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울러 산자위 소관 기관이 많아 움직일 수 있는 예산도 크다.

반면 진보정당으로 꼽히는 정의당과 민중당 후보자들은 노동·환경 정책에 주력할 수 있는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에 쏠렸다.

정의당에선 23명(19.1%), 민중당에선 21명(30.4%)이 해당 상임위를 희망했다. 이번에 공개된 후보자 공개질의서 내용에는 ▲의정활동 목표와 비전 ▲국회 현안 과제 ▲희망 상임위원회 ▲입법 활동 계획 ▲활동 계획과 경력의 연계성 ▲총 공약 및 분야별 공약 개수, 내용 ▲선거공보 5대 핵심 공약 및 우선순위 ▲공약 예산표 등이 담겼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와 관련한 입법 계획을 담은 후보들도 다수였다. 민주당 고민정(광진을)·김영배(성북갑)·우원식(노원을)·민병덕(안양시동안갑)· 통합당 권영세(용산) 후보 등은 코로나19 대책 법안을 입법할 계획임을 밝혔다.

미성년자 포함 여성의 나체 사진 확보 후 협박을 통해 엽기적인 성 착취 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이른바 ‘N번방 사건’과 관련한 법안 발의 계획을 밝힌 후보도 눈에 띄었다.

민주당 강선우(강서갑)·최지은(부산북구강서구을)·박광온(수원정)·정의당 여영국(창원성산구)· 통합당 박대출(진주갑) 후보는 사이버 성범죄에 대응하는 법안 마련 계획을 전했다.

예산 따기 쉬운 국토위·산자위 인기
1명당 공약 실현에 평균 10조1000억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에 동참하고자 하는 후보들도 적지 않았다.

민주당 정청래(마포을) 후보는 국회법과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등 국회 개혁과 관련해 2개 법률을 개정하고자 하는 계획을 밝혔다. 민주당 남영희(인천동구미추홀구을) 후보는 국회의원 주민소환 법률안과 국회의원 동일지역 3선 이상 금지 법률에 대한 입법 계획을 내세웠다. 무소속 박종원(고양을) 후보는 지방의원들에 대한 각 정당의 공천권 폐지의 다소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구 현안과 직결돼 거대양당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내세운 공약들도 돋보였다. 서울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된 강남구에 출마하는 민주당 김성곤(강남갑)·전현희(강남을) 통합당 태구민(강남갑) 후보 모두 종합부동산세법 개정 계획을 알렸다.

72주년을 맞이한 제주 43사건과 관련한 특별법 개정 역시 여·야할 것 없이 후보자들이 공약 1순위로 내세웠다. 정의당 고병수(제주갑)·통합당 부상일(제주을)·민주당 위성곤(서귀포시) 후보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앞장설 것을 약속했다.
 

▲ 국회 전경 ⓒ문병희 기자

매니페스토본부에 따르면 공개 질의서 회신 후보 444명의 공약은 총 1만3536개로, 후보 한 명이 평균 약 31개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4399조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후보자 1명당 공약 실현에 필요한 예산은 평균 10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노린 ‘선심성 공약’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본소득당 신지혜(경기고양정) 후보는 5대 공약 중 하나로 매월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부 산하 ‘기본소득위원회’ 구성으로 물가상승 등 생계 수준에 맞는 기본소득 액수를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본소득 공약을 내세운 또 다른 후보가 있다. 민주당 이성민(인천부평갑) 후보는 공약 5순위로 전 국민 보편적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필요한 예산을 187조원으로 산정했다.

공개질의 회신 후보자의 26%는 재정 추계와 공약 예산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6조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후보자에 대해서는 공약 내용과 이행 기간, 이행 절차, 재원 조달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선거공약서를 유권자에게 제공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은 해당되지 않는다. 총선 때마다 재원 대책이 부실한 ‘깡통 공약’이 난무하고 있는 이유다.

깡통 공약

일각에선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공약 이행 방법을 제시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니페스토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선거공약서는 선물 보따리가 아니라 고용 계약서”라며 “공직선거법 66조 초안에는 국회의원이 포함돼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국회의원이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게 선거공약서 이행 방법을 기재할 것을 압박해야 한다”며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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