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대통령의 고용 연장에 덧붙인다!

2020.02.24 10:11:41 호수 1259호

현행 60세로 정해진 정년과 관련해 먼저 필자의 사생활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3년여 전부터 경기도 포천시 소재 한 식품회사 포장팀서 정규직 사원으로 육체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그곳에서 필자는 금속검출기를 통과한 완제품을 20kg 보관 용기(콘)에 받아 이를 냉장창고에 보관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완제품을 콘에 받아 정리하는 일은 그런대로 수월하지만, 한 번에 평균 150kg, 하루 평균 5톤에 육박하는 제품들을 선입선출(先入先出, 먼저 들어온 제품을 먼저 내보내는 일) 원칙에 따라 냉장창고에 보관·정리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필자가 맡고 있는 업무와 관련해 동료와 자주 언급하곤 한다. 필자의 업무량은 젊은 친구들 기준으로 한 사람으로는 무리고 그렇다고 두 사람이 하기에는 소모적인 측면이 강한, 즉 한 사람 반 정도의 업무량이라고 말이다. 

육체노동을 전혀 해보지 않았던 필자의 지난 시절을 잘 알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그 친구가 그런 나를 두고 자주 놀려대고는 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육체노동을 했던 게 유일하지 않냐”라고.

필자가 젊은 친구들 기준으로 한 사람으로는 버거운 일을 그것도 나이 60이 넘은 상태서 그다지 힘들지 않게 수행할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삶의 과정서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 요령으로 인해서다.


필자는 그 업무를 맡으면서 전임자들과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다. 제품을 보관하고 정리하는 이동수단을 달리한 것이다. 전임자들은 한 줄의 콘만 옮길 수 있는 대차를 사용했던 반면 필자는 한 번에 두 줄을 이동시킬 수 있는 카트를 이용했다. 그로 인해 반 사람 몫의 일을 더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은 나이와 육체의 문제다. 필자의 유소년 시절 시각으로 필자 나이를 판단하면 필자는 그저 안방 아랫목서 곰방대나 물고 손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정상이다. 속된 표현으로 지금 죽는다 해도 호상으로 불릴 정도다. 회갑을 넘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상태가 그럴까. 천만에다. 필자의 유소년 시절 기준으로 작금에 필자를 바라보면 필자의 육체 나이는 40대 후반 정도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비단 육체만 그런 게 아니다. 정신 건강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 변화에 발맞춰 인간 수명, 그리고 노화의 진행 속도 역시 변화된 것이다. 그래서 100세 시대란 말이 등장했고, 현재는 남자 평균수명이 80세에 불과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시기에 100세 시대는 현실화될 전망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언급한 부분에 대해 살펴보자.

문 대통령은 재계의 반발을 의식해 ‘고용 연장’이란 단어를 사용한 모양인데 그 이면을 살피면 ‘정년 연장’으로 풀이된다. 고용과 정년에 따른 재계의 부담 때문으로 보이는데, 여하튼 만시지탄이지만 적극 환영하는 바다. 

그런데 정년 연장뿐만 아니다. 그와 맞물려 작금에 시행되고 있는 경로 우대와 관련한 모든 제도 역시 시대에 맞게 변화시켜야 한다. 60대를 노인 취급하다니, ‘턱없는’ 소리다. 그를 확실하게 입증하기 위해 시시콜콜한 통계수치 대신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든 것이다.

한마디 덧붙이자. 주중에는 육체노동으로, 주말에는 정신노동으로 바쁘게 시간을 보내며 행운을 즐기는 필자에게 한창 팔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할 일 없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와 술 한 잔하자는 친구들을 보면 속상하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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