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 ‘김준현 몸값’의 불편한 진실?

2012.08.01 09:50:29 호수 0호

잘 나가는데…1분에 9천만원은 줘야지! “안 고~뤠?”

[일요시서사=김설아 기자] 최근 <개그콘서트>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코너 ‘네가지’의 뚱뚱이 캐릭터 김준현. 비주류에 속해있던 그가 ‘고뤠’라는 유행어로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 시작하더니 인기코너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어느새 대세 개그맨이 됐다. 식권으로 끼니를 때웠다던 그의 현재 수입은 3억 원 안팎. 각종 광고와 행사가 몰려든 탓인데 실수입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실제 대중에게 드러나지 않은 그의 몸값은 어마어마했다. 신촌의 한 유명 토익강사가 들려준 ‘불편한 진실’이다.



신촌에서 토익강사를 하는 강모씨는 자기 PR을 위한 1분짜리 동영상 제작에 앞서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으면서 임팩트를 강하게 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요즘 대세라는 개그맨 ‘김준현’.

연예인병 걸렸나

워낙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다 친숙한 캐릭터라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적당했다. 강씨는 곧바로 김준현 매니저와 접촉을 시도해 ‘1분 홍보 동영상’ 출연 협조를 요청한 뒤 금액을 물었다.

얼마 후 매니저로부터 연락을 받고 강씨는 경악했다. 광고처럼 몇 분을 위해 하루 종일 촬영하는 것도 아니고 딱 1분간 출연해주면 되는 간단한 영상이었기에 몇 십만원을 예상했던 터였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달랐다. 매니저는 강씨에게 1분 동영상 출연에 9000만원을 요구했다. 

강씨는 “아무리 대세를 점하고 있다지만 단순 홍보동영상을 촬영하는데 9000만원을 불러 당황했다”고 밝히며 “김준현을 포기하고 스스로 인기가 없다는 개그맨 김기열에게 같은 요구를 했는데 그 역시 4000만원을 요구하더라”면서 “요즘엔 수강생들에게 개그맨을 하라고 부추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 김준현 매니저는 사실여부를 묻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불쾌한 입장을 내비쳤다.

동영상 출연비용은 30초든, 1분이든에 시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간을 얼마나 사용할건지, 사용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영업적인 목적인지 공익적인 목적인지에 따라 다른 가격이 산출된다는 말.

김준현 매니저는 “하루에도 김준현과 관련한 통화를 40~50통 정도 받기 때문에 강사와의 관련 통화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면서도 “만약 홍보가 목적인 동영상을 1년간 게재한다고 했을 때는 9000만원도 적은 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현재 김준현의 경우는 1년짜리 CF계약 시 보통 1억8000~2억을 받는데 지금 상태로는 기간을 6개월로 줄인다고 해도 9천만 원은 적은 액수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현, 큰 몸집만큼 엄청나게 불어난 몸값?
“유통기간 짧은 개그맨, 단타로 확 벌어놔야”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해당 가격에 무리수가 있다”며 “그렇게 고가의 몸값을 가지고 있는 개그맨들이 국내에 몇 명이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홍보 동영상 촬영에 몸값과 계약기간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지만 1분짜리인데다가 홍보되는 곳이라고 해봤자 온라인상일 텐데 1년 미만의 계약으로 9000만원은 과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통상 기업이나 외부 동영상 등을 촬영할 때 가격 책정에 대한 제지나 정확한 기준은 없다. 다만 해당 연예인이 CF를 몇 편 찍었는지, 어느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지 인지도에 따라 계속해서 바뀐다”며 “실제 개그맨 김병만의 경우 700만원을 받던 행사에서 1500만원까지 뛰는데 몇 달이 안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영상 촬영에서 9000만원을 받는다고 해도 실제 김준현의 손에 들어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매니지먼트 계약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뜨기 전 선계약을 할 때 대부분 8(매니지먼트):2(연예인)나 7:3의 수익구조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가격을 부른 뒤 안하겠다고 하면 그만이니 매니지먼트가 요구하는 가격자체를 두고는 왈가왈부 할 수 없다”면서도 몸값 부풀리기를 하는 연예인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한창 인기가 상승하는 연예인들의 경우 기존에 받던 값보다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게 일종의 관습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해당 연예인을 출연시키고자 하면 몇 천만 원을 더 주고라도 쓰는 수요가 있기 때문에 부풀리기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인기에 따라 몸값이 결정되는 연예인이다 보니 인기가 떨어지면 가격이 확 떨어진다”며 “특히 연예인들 중에서도 개그맨들의 유통기간이 제일 짧아 개그맨들은 뜰 때 많이 벌어두지 않으면 나중에 힘들다”고 말했다. 탤런트, 가수에 비해 인기 유통기간이 짧은 개그맨들은 단기적으로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CF 등을 제외하고도 행사, 동영상 등 부수입원에 출연하고 받는 연예인 출연료야말로 객관적이지 못한 ‘부르는 게 값’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른다. 같은 개그맨이라도 개개인 수익이 천차만별이다. 행사비 등 부수입 역시 마찬가지다.

“부르는 게 값”

업계 관계자들은 “10년 전만 해도 신인들의 경우는 교통비만 받거나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무대이기만 하면 좋다는 생각으로 적은 출연료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요즘은 무조건 1000만원 대가 넘어가는 액수를 부르는데 활동영역이 넓어지면서 소위 연예인병에 걸린 연예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예계 불합리한 구조의 한 단면에서 비롯된 결과로 무턱대고 연예인들만 비난할 일은 아니지만 과연 그에 걸 맞은 출연료를 받고 있는지, 이쯤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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