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출처불명’ 코로나 괴담 백태

2020.02.03 10:38:05 호수 1256호

전염병보다 무서운 혓바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염병의 무서운 점은 확산 속도와 범위를 가늠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의심환자와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다. 문제는 전염병 확산보다 더 빠르게 퍼지는 미확인 정보들이다. <일요시사>가 메르스 사태 때와 유사하게 확산되고 있는 우한 폐렴 괴담을 짚어봤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우한 폐렴)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이은 대규모 전염병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난 것. 정부는 확진환자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면서 우한 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눈만 마주쳐도?

문제는 전염병보다 빠르게 퍼지고 있는 미확인 정보들이다. 미확인 정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살이 붙어 괴담급으로 부풀려지는 모양새다. 2015년 메르스가 퍼졌을 때, 2018년 메르스 환자가 다시 발생했을 때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에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들불처럼 번져 사실처럼 유포됐다.

공기 중으로 감염된다’ ‘치사율이 40%에 이른다’ ‘환자가 있던 병원에 들르기만 해도 감염된다’ ‘○○를 먹으면 메르스에 걸리지 않는다등의 미확인 정보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퍼져 나갔다. 정부의 서툰 대응은 괴담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고 더 나아가 확진환자에 대한 도 넘은 비난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이 상당했다.

이후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전염병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괴담도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하지만 올해 연초부터 우한폐렴이 발병하면서 괴담 역시 다시 창궐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우한 폐렴이 시작된 중국과 관련해서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고 있다.


공기 중으로도 감염된다?= 우한 폐렴을 유발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눈과 코, , 점막을 통해 침투할 수 있다. 감염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튄 침방울이 호흡기나 점막에 닿을 경우 옮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산 김치를 먹으면 감염된다?= 중국산 재료로 만든 김치로 전파될 위험성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중국산 김치가 현지서 만들어졌다 해도 국내로 들어오는 과정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현재로선 중국산 김치를 먹고 우한 폐렴에 걸릴 가능성은 없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서 시작
잘못된 정보와 미확인 정보 확산

감염환자와 눈만 마주쳐도 걸릴 수 있다?= 우한폐렴 발병 초기 각막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달 28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각막을 통해 우한폐렴이 전염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눈을 바라보기만 해도 옮을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루머’”라고 강조했다.

무증상 상태(잠복기)에도 전염될 수 있다?= 김우주 교수는 지난달 27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이 우한 폐렴의 잠복기가 평균 10일인데 잠복기에도 전염성이 있다고 발표해 놀라움을 줬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검증이 필요하다. 홍역이나 수두, 인플루엔자처럼 잠복기에 전염력이 있는 감염병이 있긴 하다. 하지만 우한 폐렴의 경우 잠복기에 전염력이 있다 해도 상대적으로 매우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중국여행 시 주의사항

손 세정제로도 예방 못한다?= 알코올이 70% 정도 포함된 손 세정제를 사용하면 바이러스가 죽는다. 보통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가량 씻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알코올 손 세정제를 갖고 다니며 수시로 손을 씻으면 우한 폐렴을 예방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카페에 방금 서울의 한 지하철역서 중국인이 쓰러졌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지하철역에 쓰러진 남성을 두 사람이 일으키려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쓰러진 중국인은 술에 취한 상태였고, 우한 폐렴과는 무관했다.

국내 3번째 확진환자가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 쇼핑몰에 들렀다는 소문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유포되면서 지역사회가 들썩였다. SNS를 중심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폭주했다. 소문은 질병관리본부서 이 확진환자가 해당 쇼핑몰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히고 나서야 가라앉았다.

인천과 제주도, 경남 창원, 광주, 울산, 수원 등 전국 각지서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괴담이 돌았다. 소문은 대부분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빠른 속도로 번졌다.

허위신고에 몰래카메라까지
방심위 “가짜뉴스 모니터링”


지난달 29일에는 광주서 한 20대 남성이 여자친구와 중국에 다녀왔는데 열이 난다고 신고했다. 우한 폐렴 가능성을 우려한 상황실 근무자는 전화를 건 남성에게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으라고 답했다.

보건당국은 광주 북부경찰서와 공조 수사를 벌여 남성에게 역전지구대로 나와 달라고 했다. 하지만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중국에 다녀온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새벽에 PC방서 게임을 하는데 옆 좌석 손님이 중국에 다녀왔다고 해서 재미삼아 신고했다는 것. 경찰은 이 남성을 경범죄처벌법상 허위신고 혐의로 입건했다.

유튜브에도 우한 폐렴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유튜브 영상에는 거리에서 사람이 갑자기 쓰러지거나 의료진으로 보이는 인물이 진료 도중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대부분 검증되지 않은 영상들이라 국민들에게 공포감을 자아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29일에는 유튜버 4명이 이용자가 많은 기차역 광장 등에서 우한 폐렴 환자 발생 상황을 가장해 몰래카메라를 찍는 일이 일어났다. 흰색 방진복을 입은 2명의 유튜버가 환자로 가장한 또 다른 일행을 쫓는 모습에 국민들은 영문도 모르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경찰에 잡힌 이들은 우한폐렴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확인 소문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칼을 빼들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지난달 28우한 폐렴과 관련해 사회적 혼란과 국민의 과도한 불안을 야기하는 허위 조작 정보에 대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함께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중점 모니터링 실시와 자율규제 강화를 지원하고 포털 사업자에게 정확한 대응요령 등에 대한 홍보를 협조 요청했다. 방심위는 우한폐렴 관련 가짜뉴스를 중점 모니터링해 개연성 없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해당정보 삭제조치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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