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선정

2012.07.24 09:46:39 호수 0호

'송별회'한 안택수 '환영회' 다시 할까?

[일요시사=한종해 기자] 한 조직의 수장이 퇴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임직원들과 송별회까지 가졌는데 퇴임 하루 전 임기가 1년 연장됐다. 송별회를 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환영회를 해야 할 판이다. 코미디가 따로 없다. "후련하다. 월급 받는 일은 다시는 안 하겠다"던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이야기다. 소식이 전해지자 안택수 신보 이사장은 "당황스럽다. 살다보니 별일이 다 있다"고 했다. 그 속사정은 뭘까?

 



안택수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이사장은 지난 12일 퇴임을 5일 앞두고 기자회견을 했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임직원들과 송별회를 하고 짐까지 미리 싸뒀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월급 받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퇴임 후에는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등으로 여행을 다녀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이사장은 아프리카 여행을 가기 위한 비행기 티켓까지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짐까지 쌌는데…

새 신보 이사장 선정도 마무리 단계였다. 신보 임원추천위원회는 홍영만 금융위원회 상임위원과 이해균 전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남상덕 전 한국은행 감사 등 3명을 최종후보로 압축했고 홍 위원이 사실상 내정됐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퇴임일(17일)을 하루 앞둔 16일 오후 금융위원회는 신보에 안 이사장 재연임을 통보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 13일 안 이사장의 1년 연임을 청와대에 제청했고 청와대가 이를 승인한 것. 이로써 안 이사장은 신보 36년 역사상 첫 재연임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고 지난해 7월 한 차례 연임된 것에 이어 두 번째 연임을 하게 됐다. 임기는 2013년 7월17일까지 1년 연장됐다. 안 이사장에 대한 송별회와 퇴임 기자회견은 '헛짓거리'가 됐다.

금융위는 "지난달 공공기관 평가에서 신보가 기관평가 A등급을 받고 기관장 평가도 B등급을 받은 점 등이 고려되면서 안 이사장의 능력이 검증됐다"며 "재연임의 경우 제청을 통해 유임이 이뤄지기 때문에 공모 절차를 중단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안 이사장 재연임 이유를 설명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설명은 안 이사장의 재연임에 대한 이유를 뒷받침하지 못한다. 금융위의 설명대로 안 이사장의 실적이 좋아 재연임에 크게 작용했다면 애초에 임추위가 구성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가 무리하게 홍 위원을 차기 신보 이사장으로 밀다가 홍 후보가 부산 출신이라는 점이 불거지자 청와대에서 안 이사장의 재연임을 결정했다는 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가 신보 이사장마저 PK(부산·경남) 출신으로 채워지게 되면 PK 출신이 금융 기관장 자리를 독식한다는 논란이 더 커질 것을 부담스러워 했다는 것.

체면 구긴 금융위 향후 인사 차질 빚을 듯
1년 재연임 확정 "살다보니 별일도"

실제로 지난달 경남 거제 출신인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6대 금융지주사 회장이 모두 PK 출신으로 채워졌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모두 PK 출신이고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PK 출신이다. 반면에 안 이사장은 경북 예천 출신이다.

여기에 신보 노조가 최근 금융당국의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며 반발함 점도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보 노조는 당시 홍 내정자에 대해 "금융위 고위 인사를 새 이사장에 사실상 내정해 놓고 형식적인 공모 절차를 진행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신보 노조는 임추위가 열리기 하루 전 신보가 금융노조 위원이 요구한 후보자 명단을 거부한 것을 두고 "외부 압력에 따라 정해진 계획대로 이사장 선임을 진행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이사장 선임 전면 무효화 투쟁을 벌여 나갈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신보 노조는 안 이사장의 재연임 소식이 전해지자 성명을 내고 "임추위를 열어 후보자를 공모하면서 이미 안 이사장 연임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서류심사와 면접 등 모든 절차를 한 상황에서 안 이사장을 재연임시킨 것은 초법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신보 노조는 천막투쟁 등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안 이사장의 재연임 결정을 철회하고 새 이사장 선임 절차를 후보자 공모부터 다시 시작하라"며 "(당국이) 금융위 출신 낙하산을 내려 보내려다가 역풍을 맞아 송별회까지 마친 현 이사장을 연임시키는 웃지 못할 일을 벌였다"고 반발했다.


"천막투쟁 불사"

금융위는 제대로 체면을 구기게 됐다. 향후 인사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전체 수장격인 김 위원장이 산하기관 인사조차 의도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북고와 서울대 정치학과(학사)를 졸업한 안 이사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15·16·17대 한나라당 의원(대구 북구을)을 지낸 뒤 한나라당 대변인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및 장애인특별위원회 위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지난 2008년 7월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취임했으며 지난해 한 차례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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