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후폭풍’ 잠재울 문의 히든카드

2019.10.28 10:10:30 호수 1242호

‘최후의 보루’ 힘 받는 청와대 쇄신론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 이후 분위기 쇄신을 위한 개각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조 전 장관의 사퇴 이후 후임 법무부장관을 찾고 있지만 쇄신용 개각은 고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 전 장관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문재인정부가 분위기 전환을 위해 중폭개각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퇴 관련 청와대 개각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퇴로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문재인정부는 집권 3년차로 최근 조 전 장관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임기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레임덕에 대한 우려 속에 인적 쇄신의 필요성이 청와대 안팎으로 계속해 제기되면서 ‘물갈이’에 동원될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들도 함께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최저 지지율
레임덕 우려

청와대는 최근 조 전 장관의 후임자을 찾기 위해 인사 시스템을 다시 작동시킨 분위기다. 청와대는 법무부장관만 교체하는 이른바 ‘원포인트 인사’를 줄곧 밝혀왔지만 일각에선 국무총리를 포함, 국토교통부와 교육부·외교부 등을 한 번에 중폭개각해 분위기를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계속해 제기되고 있다.

‘개각 카드’는 위기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청와대가 지금까지 이용했던 방법 중 하나다. 청와대 입장 발표는 개각설로 인한 공직 사회의 어수선함을 미리 차단하고자 하는 전략에 불과하고, 중폭개각으로 장관 인사청문회 때마다 거치는 야당의 혹독한 검증과 공세를 최소화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조 전 장관에 대한 인사 실패로 타격을 입은 청와대는 이번 법무부장관 내정에 청문회를 무난히 넘길 현역 국회의원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 국회의원의 경우에는 선거를 치르면서 이미 검증을 받은 만큼 인사 실패로 인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현역 의원이 청문회서 낙마한 적이 한 번도 없고, 청문회서 의원에 대한 평가가 다소 관대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후임으로 가장 크게 거론되는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다. 전 의원에 따르면, 전 의원의 법무부장관행에 민주당 의원들의 권유와 청와대 참모들의 직·간접적인 권유가 있었다.
 

▲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 의원은 지난 23일 경기도의회 민주당이 마련한 정치아카데미 행사 특강서 “다른 대안이 없고 필요하다면(법무부장관을) 마다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서 검찰 개혁의 위중함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총선을 하는 것으로 정리를 한 상태”라며 법무부장관행에 대한 선을 긋고, 내년 총선 출마 준비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전 의원은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법조인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민정수석일 때 민정비서관을 지낸 중진 의원이다. 현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3철’로 불리며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그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력이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구상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전언이다.

법무부장관 원포인트 개각 주장
총리 포함 ‘중폭 개각’ 가능성↑

정치 9단으로 꼽히는 대안정치연대 박지원 의원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 후임으로)전해철 의원이 확실한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 의원을 제외하고는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오수 법무부 차관,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과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 등이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다. 후임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김 차관이 장관 직무를 대행한다. 김 차관은 검찰 출신으로 검찰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은 인물이지만 오히려 검찰 출신인 점이 법무부장관행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폭개각을 관측하는 이들은 법무부장관 후임을 비롯한 개각이 이르면 11월 중순서 12월 초에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가 인사에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감안하면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12월 초에 개각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번 중폭개각에는 법무부장관 자리 외에도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경기 고양시병),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경기 고양시정),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된다. 
 

▲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특히 이 총리의 경우 문정부의 출범부터 함께하며 문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라는 영예를 얻은 이 총리는 대표적 지일파로 최근 방일로 인해 대권주자로서 몸값이 더 뛴 상황이다. 이 총리가 이번 개각 후보에 포함된다면 내년 총선서 ‘조국 정국’으로 떨어진 당의 지지율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조국 정국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은 계속해 하락하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세력 지지율이 한국당에 밀리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여권 관계자들 사이서 조국 정국에 의한 책임론이 일고 있는 이해찬 당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당내서 나오는 배경이다.


11월 중순?
12월 초순?
 

이 총리 후임자 인선의 어려움으로 이 총리의 사퇴가 늦어질 경우, 곧바로 민주당 당 대표 선거로 직행해 당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중도층을 포섭할 수 있는 이 총리를 총선서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해 총선을 진두지휘 하는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정부의 연내 중폭개각이 있다면, 그 시점이 이 총리의 여의도 복귀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총리직 이후 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당 복귀를 염두하는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지난 7월 방글라데시 다카에 방문할 적엔 “전 지금 이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제 심장은 정치인”이라고 말해 이 총리의 마음이 ‘행정부’보다 ‘입법부’에 향해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 1일 대정부질문에선 이 총리의 남은 임기를 묻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함진규 의원의 질문에 “(총리직을)너무 오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 총리가 만약 올해 안에 총리직서 내려온다면 총선 출마 가능성이 높다. 정계에선 대권 주자로서 상징성을 갖는 ‘서울 종로’와 ‘세종’을 이 총리의 출마 예상 지역으로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11월 말과 12월 초에 법무부를 포함한 중폭개각에 이 총리를 포함시킨다면 조국 정국으로 인한 책임 개각설서 다소 벗어날 수 있다. 이 총리의 교체설이 계속해서 화두가 된 만큼 이 총리의 오래된 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총리 교체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선도 있다. 총리의 경우는 야당의 인준이 필요한데, 총선을 앞둔 시점서 후임 총리에게 야당이 조국 정국 때와 같은 공세를 이어간다면 당청의 지지율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또,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던 이 총리의 완벽주의자 성격상 ‘포스트 조국’의 어수선한 상황에선 청와대에 계속해 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임기 말 혼선
되풀이?

총선 출마 의지가 강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역시 유력한 개각 대상으로 꼽힌다. 지난 9월 총선 불출마설에 휩싸인 두 장관은 총선 출마 의사가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불출마설에 두 장관 모두 부인했고, 특히 김 장관 측은 출마 의지가 확고함을 강조하며 “임명권자의 뜻을 따른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다”고 전했다.

유 장관은 자사고·특목고를 일반고로 전환해 고교서열화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11월 중에 발표할 예정으로, 문정부 교육 정책에 대해 주어진 임무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 장관은 지난 21일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서 “총선에 출마하느냐”는 한국당 이학재 의원의 질의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답하며 총선 출마 의사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장관 취임 이후 총선 출마 의사를 묻는 질의가 나올 때마다 “임면권자의 뜻에 따르겠다”며 즉답을 피해왔던 것과 결이 다른 반응이다.
 

▲ 국회 시정연설하는 문재인 대통령 ⓒ국회사진취재단

김 장관의 경우에는 문정부 초기에 합류한 ‘원년멤버’로 장관 초임 시절엔 일산시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아 재선 성공엔 어려움이 없는 듯 했다. 하지만 2기 내각 당시 후임자로 지명된 최정호 후보가 낙마하면서 김 장관의 총선 계획은 차질을 빚게 됐다. 김 장관은 ‘3기 신도시’ 정책으로 민심의 역풍을 맞았지만 “(내년 총선)출마를 한다면 일산서 할 것”이라며 ‘지역구 변경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경우 '총선 차출설’이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제기되며 개각 후보로 입에 오르고 있다. 강 장관은 지난 24일 총선 출마설과 관련해 “거취에 대해서 여러가지 소문은 있지만 제가 정식으로 들은 바는 한 번도 없고 저도 생각이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총선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조각
어려워진 ‘포스트 조국’ 구하기 

청와대와 정부가 인지도가 높은 ‘정치신인’을 총선 간판으로 내세워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를 유도하는 전략은 여권서 자주 사용했던 방식이다. 강 장관 본인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출 후 출마 가능성이 높은 지역구로는 서울 서초갑이 거론된다. 서초구는 현재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의 지역구로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서울의 25개 구청장 중 유일하게 한국당 소속(조은희 구청장)이 당선된 ‘보수의 성지’기도 하다. 

이외에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출마 후보자 명단에 올라 있다. 홍 장관은 본인의 고향인 강원 춘천에 출마해 한국당의 텃밭인 강원도를 공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의원 겸직 장관은 총선 출마 시 선거 90일 전 공직을 내려놔야 하는 만큼 내년 1월10일까지는 장관직을 그만둬야 한다. 현재까지 의원 겸직 장관 가운데에선 진영 행정안전부장관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조국 트라우마’ 분위기가 감돈다. 장관 후보자들은 반드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데 당분간은 야당에게 공격받을 수 있는 빌미를 최대한 줄이는 게 정국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냐는 계산이다.

아울러 청문회 부담이 커 후임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조 전 장관의 청문회 당시 야당은 조 전 장관의 자녀가 입시 때 작성한 자기소개서까지 공개하며 조 전 장관을 공격했다. 청문회 부담으로 후보들이 장관행을 꺼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관 구하기는 더욱 어려운 정국이 됐다.

1월10일…
카운트다운

조국 정국으로 인해 공정과 평등을 내세운 문정부가 큰 타격을 크게 입으면서 청와대는 개각 후보의 도덕성을 더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조국 정국으로 무너진 도덕적 가치를 지금 시점에 바로 세우지 못하면 다음 대선의 결과 역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은 문정부의 총선 출마자용 마지막 개각이 될 것이다. 개각에는 민주당의 물갈이 등 여권의 총선 전략과도 맞물릴 것으로도 예상되면서 정계 개편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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