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코웨이 먹은’ 넷마블의 속사정

2019.10.23 09:45:27 호수 1241호

또 뱉어내는 건 아니겠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최대 모바일게임사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게임업계서 예상치 못한 깜짝 행보다. 국내 게임업계 ‘빅3’ 중 한 곳인 넷마블이 비(非) 게임 분야 기업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지난 16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했다. 넷마블은 웅진씽크빅이 보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300억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이 올해 초 넥슨 인수에 참가했던 만큼 게임사업에 대한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업계는 웅진코웨이 인수 소식에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다. 

깜짝 입찰

넷마블은 10일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 인수 본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며 “게임 사업에서 확보한 IT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의 발전과 더불어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품을 경우 이동통신사들과 손잡고 스마트홈 인프라 선점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게임 개발 인프라를 활용해 ‘뜨는’ 구독경제, ‘뜨는’ 스마트홈 시장에서 선점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웅장한 청사진 이면에는 감추고 싶은 속내가 있다. 업계에선 게임 사업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는 전언이다. 게임 사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을 확보하려는 시도라는 얘기다.


웅진코웨이는 국내 보유 렌털 계정이 총 738만개로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1조4867억원, 영업이익 2734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해마다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사명을 넷마블게임즈에서 넷마블로 바꿨다. 사업목적에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음원 등을 추가, 적극적인 신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지난해 4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 25.71%를 2014억원에 사들여 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방 의장은 올 초 매물로 나온 넥슨 인수를 추진하면서도 비게임 산업 투자도 지속적으로 모색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 웅진코웨이 사옥

김정주 NXC 대표가 올초 넥슨을 매물로 내놨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넥슨을 매물로 내놓기 전 지속적으로 신사업 투자를 단행해왔다. 코빗, 비트스탬프, 타고미 등 가상통화(암호화폐)뿐 아니라 유모차 스토케, 레고거래 브릭링크 등에 투자했다. 

게임업계에선 김 대표가 이미 오래 전부터 게임산업에 대해 회의론을 갖고 회사 매각를 염두에 뒀었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넥슨 매각은 무산됐다. 10조원 넘는 가격표에 비해 성장성에 물음표가 찍혔기 때문이다.

한게임서 출발한 NHN은 일찌감치 게임을 비주력 분야로 분류했다. 이준호 NHN 회장은 2013년 네이버와 분사 직후 간편결제, 클라우드 등 IT 기술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 3월에는 사명을 NHN엔터테인먼트서 NHN으로 바꿨다. 향후 게임 비중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구독경제 선점?…안정적 매출 확보 차원
게임사들의 비 게임 사업…게임산업 위기 단면

엔씨소프트는 AI(인공지능)를 차기 신사업으로 설정하고 원천기술 R&D(연구개발)를 진행 중이다. AI 센터와 NLP(자연어 처리)센터는 김택진 대표 직속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스푼즈, 투턱곰 등 캐릭터 브랜드를 출시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IP(지식재산권)와 콘텐츠,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레진엔터테인먼트를 비롯 그외 드론제조업체 바이로봇·유비파이 등에도 투자했다. 최근 컨퍼런스콜서도 “미국과 한국 등지서 M&A 대상을 물색 중”이라고 밝혀 추가적으로 신사업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최근 게임사들의 비(非) 게임 사업 행보들이 한국 게임산업의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한다. 국내 게임사들은 각종 규제와 질병코드 논란, 중국 업체들의 급성장 등으로 난관에 봉착한 상황이다.


서비스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대박’ 게임 하나로 영위하던 과거 방식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하다. 

최근 들어선 중소 개발사는 물론 대형 게임사들 역시 신작 부재, 흥행 실패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경영 환경도 달라졌다. 노조 설립이 잇따르고 새로운 업무환경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과 각종 규제도 여전하다.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의 경우 개발 기간이 2∼3년 이상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흥행 가능성은 담보하기가 어렵다”며 “신사업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해야 게임 개발에 재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게임과 융합하기 쉽고 기존 개발역량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도 있는 AI, 블록체인 등 새로운 IT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앞으로도 투자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게임사들의 신사업 계열사 중에서는 적자를 기록하는 사업도 상당수”라며 “무리한 사업 확장은 경영난, 구조조정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의 정체성에 맞는 전문 분야를 키우기 위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한 의지

넷마블은 별도 컨소시엄도 없이 단독으로 입찰전에 뛰어들 정도로 웅진코웨이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인수 여력도 충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선협상대상자는 물론 실제 인수까지도 점쳐지고 있다. 넷마블 관계자는 “넷마블은 게임산업 강화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우량 자회사 확보로 인해 넷마블의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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