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발’ 민주당 최악의 시나리오

2019.09.30 10:08:53 호수 1238호

4년 농사 망칠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연일 하락세다.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여당 지도부는 조 장관에 대한 함구령을 내렸다. 민주당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 최근 조국 정국 속 더불어민주당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의 의뢰로 지난 23일 발표한 9월 3주차 주간 집계(16∼20일)서 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전 주차 대비 2%포인트 떨어진 45.2%로 나타났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전주 대비 2%포인트 오른 52%를 기록했다.

위기론 팽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역시 전주 대비 1.4%포인트 떨어진 38.1%를 기록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2.4%포인트 오른 32.5%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반대로 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조국 사태’에 대한 여파로 읽힌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16∼18일까지 취임 후 최저치(43.8%)를 기록했다. 조 장관의 가족과 관련한 검찰 수사 내용이 언론을 통해 확산된 시점과 맞물린다. 이후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으로 지지율이 상승, 최저치 경신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입장에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검찰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조 장관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자신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초유의 사건이자, 오전 9시부터 11시간에 걸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었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어느 때보다 엄중하게 보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이번 압수수색에 대해 “어이가 없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검찰이)별건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못된 수사 행태로 검찰이 국민의 심판대에 오르는 불행한 일은 없길 바란다”고 우려했다.

사상 초유의 법무부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민주당 내부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민주당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지난 24일 국회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 후 브리핑을 통해 “조 장관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가 있었고, 강력한 (검찰)성토도 있었다”며 “조 장관에 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 우리가 잘 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선 출구 전략과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로 갑론을박이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의원총회 발언자 14명 중 9명이 조 장관과 관련한 발언을 했다. 특히 금태섭 의원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며 조 장관의 거취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구속 여부를 1차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만약 정 교수가 구속되면, 당도 더 이상 조 장관을 지키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고려한 전망으로 읽힌다. 

“기소된다면” 당내서도 우려
지도부 책임론으로 번지나…

반면 정 교수의 구속 여부와 무관하게 ‘조국 지키기’를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검찰의 전방위 수사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조 장관이 관련 의혹에 직접적으로 연루돼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발 피의사실 공표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팀을 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원내 대변인은 검찰 고발과 관련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대응해야 한다며 강하게 목소리를 냈고, 지도부는 (관련 사안을)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고발 여부와 시점 등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예방한 조국 법무부장관

반대 의견도 있었다. 중진인 송영길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을 고발하겠다는 것은)말도 안 되는 소리로, 집권당임을 포기하는 행위”라고 성토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공개 의원총회서 나온 발언들에 대해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입장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일까.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24일 칼럼을 통해 “조 장관 부인이 구속되고, 조 장관이 ‘피의자’가 되어 ‘기소’까지 되는 상황이 도래하면 여권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이 기소돼도 장관직은 유지할 수 있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현역 장관 신분으로 피의자 심문을 받은 전례가 있다. 

그러나 장관직을 유지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 문제다. 앞서 조 전 장관이 무죄추정의 원칙을 내세우며 구속 전까지 장관직을 내려놓지 않았을 당시, 조 장관은 서울대 교수 시절이던 지난 2017년 1월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도대체 조윤선은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며 수사를 받는 것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 검찰이 조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한 이후 청와대가 뒤늦게 조 장관의 거취를 결단하는 상황이 가장 하책으로 꼽힌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기소 이후 조 장관을 팽한다면 그동안 지지해온 사람들까지 떠나갈 수 있다”며 “총선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민주당 내부에서는 내년 총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위기감이 팽배하다. 중도층 민심 이반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은?


민주당 지도부가 핵심 지지층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과 궤를 같이 한다.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의 ‘팬덤(fandom) 정치’로 중도층을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상황서 만약 조 장관이 기소된다면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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