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무성’ 신림동 유령백화점의 정체

2019.09.23 11:14:39 호수 1237호

베일 싸인 채 13년 흉물로 방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신림역에 흉물로 방치된 유령 백화점이 있다. 13년이 지나도록 완공되지 않은 이 백화점은 사업 개발 과정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장기간 방치된 신림백화점을 두고 복잡한 권리관계가 얽혀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흉물인 신림백화점 개발사업이 또다시 표류할 것으로 보인다. 신림백화점 인수자로 낙점된 부동산 투자사 브이앤아이그룹이 잔금 납부를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9월19일 기준) 잔금 납부기일인 지난 19일에 맞춰 자금을 마련해 신림백화점 시행권을 취득하려고 한 브이앤아이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씨앤 주도
2006년 공사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기일 내 잔금 미납 시 매매계약서 제3조 1항에 따라 계약은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할 예정’이라고 명시됐다. 몰취란 민사 소송서 법원이 일정한 물건의 소유권을 박탈해 국가에 귀속시키는 결정을 의미한다. 

올해 6월 브이앤아이는 공매로 나왔던 신림백화점 인수를 추진해왔다. 거래는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됐으며, 매매가는 773억원으로 책정됐다. 브이앤아이는 우선 계약금(20%) 150억원을 납부했고, 나머지 80%인 623억원을 납부했어야 했다. 

브이앤아이는 신탁사인 무궁화신탁과 지난 6월20일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매매계약 절차 중지 가처분이 재판 중이라는 이유로 7월12일 2차 계약서를 작성했다. 10일 뒤인 22일 절차 중지 가처분 기각이 결정되면서 잔금 기일이 8월20일까지로 결정됐지만, 납부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계약 요건에 따라 기한이 이달 4일 자로 연기됐다. 그러나 계속된 납부 지연으로 무궁화신탁은 브이앤아이에 ‘이행최고’를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행최고란 상당 기간을 정해놓고 이행을 독촉하는 통지를 의미한다.

계약자 단체 중도금 납입 거부
잔금 납부 기한도 잇달아 연기

이와 관련해 브이앤아이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이전에 부실채권을 인수한 중원에셋에도 문의를 시도했지만 담당자와 연결할 수 없었다. 수신자는 “담당자가 (이와 관련해)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브이앤아이의 납부 기한 연기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매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자꾸 잔금 납부 날짜를 미루는 건 말도 안 된다. 개인 간 아파트 매매도 아니고 이상한 상황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견된 상황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브이앤아이가 자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연이어 잔금 납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주위의 시선은 의심의 눈초리로 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벨>과의 인터뷰서 “브이앤아이가 금융기관을 통해 잔금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지금까지 납부하지 못했다. 사채를 동원해서라도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행권과 관련해 무궁화신탁에 문의했지만 “계약 당사자가 아니면 아무런 이야기도 해줄 수 없다”며 대답을 일축했다.

신림백화점은 지난 2006년 7월 공사에 돌입했다. 당시 시행사는 플레이쉘, 시공사는 씨앤우방(이하 우방)이었다.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 프로젝트 관리는 씨비알이(CBRE)가 맡았다. 지하 7층부터 지상 12층 규모의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거창한 계획
부도로 표류

2007년 ‘씨앤백화점’이란 이름으로 매장 점포를 분양 모집했다. 연면적 1만2000평, 지하 7층서 지상 12층 규모인 이 패션 테마 백화점은 씨앤그룹이 운영을 맡았다. 지하에는 세계 음식 식당, 대형슈퍼, 가정용품점이 지상층에는 각종 패션매장이 들어선다고 홍보했다. 

중도금 30% 무이자 융자 혜택으로 등기부상 소유권을 가질 수 없었던 기존 백화점과 달리 토지·건물은 100% 등기분양으로 이뤄졌다. 분양가는 1100만∼3500만원선으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서 지하로 직접 연결된다는 소식에 인근 주민들을 기대했다. 


중견 건설업체 씨앤우방(우방)의 유통분야 첫 진출사업인 씨앤백화점은 자가 주택, 자가 상점에 이어 이른바 ‘자가 백화점’ 시대의 시작을 알리며, 2009년 입주가 예정됐다.

당시 씨앤그룹 계열 시행사인 플레이쉘은 백화점이 위탁 운영해 수익률을 배분해주는 ‘분양 후 위탁 운영’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업계 최초의 백화점 분양으로 그 상징성을 더했다.

우방의 연 11% 수익 보증서 발행, 책임준공 보증서 교부 등 유혹으로 인해 투자자들이 몰렸다. 공사비는 약 3000억원으로 농협은행 등으로부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아 800억원 자금을 조달했고 분양 계약자들로부터 약 1200억원을 확보하며 순조롭게 사업은 진행됐다. 공사에 들어간 선투자액은 40%였다.

이후 착공에 들어가며 입점은 2009년 3월로 계획됐지만 1년 만에 적신호가 켜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시공사였던 우방이 돈이 부족해서 공사에 차질이 생겼다. 받은 돈을 공사에만 사용해야 하는데, 계열사 지급보증으로 인해 자금이 빨리 떨어졌다. 회사 구조상 공사비가 계열사로 지급되다 보니 자금난이 오면서 시공사와 시행사가 모두 부도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우방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차질을 빚었다. 2011년 채권단 최대주주인 농협은행이 새 시공사로 금호산업을 선정해 공사가 재개되는 듯했지만, 2012년 3월 분양 계약자들이 단체로 중도금 납부를 거부하면서 개발이 중단됐다.

그 무렵 시공사였던 우방으로부터 공사 대금을 지불받지 못한 영창토건 등 하도급 업체들의 유치권 행사도 이어졌다.

농협은행은 2013년에 채권을 공매 매물로 내놨다. KB부동산신탁과 교보증권이 인수 의사를 드러냈지만,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후 중원에셋이라는 업체가 300억원대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이때 신탁사는 한국자산신탁서 무궁화신탁으로 바뀌었다.

신림백화점서 ‘씨앤백화점’으로 변경됐던 상호는 ‘ART 백화점’으로 또 바뀌었다. 호텔로 사업을 변경한다는 이야기가 풍문으로 들리면서 공사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겼다.


복잡한 
권리관계

하지만 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백화점의 앙상한 골조가 그대로 유지됐으며 재건보다 기본적인 유지·보수만 될 뿐이었다. 관악구 한 관계자는 “인수자가 사업을 계속 추진할 의지가 있는지, 되팔아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백화점이 사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은 요인으로 여전히 복잡한 권리관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관악방송 현대HCN뉴스와의 인터뷰서 “신림백화점 사업이 문제점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는 시행사, 시공사, 자금을 빌려준 금융사, 그리고 수분양을 받았던 분야주들에 대한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금융권이나 시행사와 달리 수분양자들은 한 푼의 수익도 없이 은행 이자만 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보니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심리도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입장에선 신림백화점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해 상권 활성화, 시설 도입 등 운영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보상비를 다 해주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심 도로에 뼈대만 앙상한 건물
백화점 개발사업 갈등으로 올스톱

공사가 멈춘 상태서 우여곡절이 계속되면서 신림백화점은 신림동의 흉물로 방치됐다. 인근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이에 따라 결국 다시 한 번 공매를 통해 원매자를 찾았다.

부동산개발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도 개발 의사를 드러낸 소규모 시행사들이 있었지만, 사업 추진이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무궁화신탁이 플레이쉘을 상대로 승소하면서 신림백화점 개발사업이 재개됐고 무궁화신탁이 신림백화점 공매를 시작했다. 공매는 8회차까지 유찰했으며, 브이앤아이가 9회차 공매서 8회차 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보였지만 잔금납부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림백화점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잔금 납부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준다 준다
차일피일∼

일각에선 브이앤아이가 구두로만 보상을 약속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에게 보상을 해준다고는 구두로 약속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잔금에 대해 굉장히 불안한 상태인데 보상까지 이어질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천 흉물도 보니…

인천해양경찰 출장소가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해경이 인력을 파출소로 통합하면서 기존 출장소가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인천해양경찰서에 따르면 14개 출장소 가운데 상주하고 있는 지원이 없는 곳은 월미·소래·월곶·선수·창후리·용기포 등 총 6곳이다. 해경은 수년 전부터 인력 부종 등을 이유로 출장소 인원을 파출소로 통합했다. 

상주 직원이 없는 해경 출장소는 지역 곳곳에 흉물로 남아있다. 인천 대표 관광지인 월미출장소는 1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으며 건물 외벽은 금이 가 있거나 검게 녹슨 자국이 선명했다. 

내부에는 각종 공구가 사방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월미도를 찾는 관광객들은 낡은 건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른 출장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인천 해경은 남동구 소래 출장소와 옹진군 용기포 출장소 등도 무인출장사라는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에도 인천 해경은 출장소 인원을 파출소로 옮기는 통합근무인 ‘본청 지침’이라는 이유로 출장소 관리를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인천 해경은 “순찰 직원이 출장소를 관리하고 있다”며 “공간을 활용하거나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육경)은 빈 치안센터와 파출소를 청소년 카페, 공부방,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부평구 삼산 치아센터 ‘청소년 카페’, 미추홀구 주안 치안센터 ‘승학골 북카페’ 등이 대표적이다. 

해경 관계자는 “본청 지침에 따라 출장소를 인근 해양사고 시 응급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순찰하는 직원이 종종 가서 태극기를 교체하는 등 관리하고 있어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은방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해경 출장소는 해양사고 발생 시 장비 등을 현장에 빠르게 조달하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며 “다만, 관광지 등 도심에 있는 출장소는 건물 리모델링을 통해 외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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