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실종사건 '왜?'

2019.08.05 09:57:40 호수 1230호

연기처럼 사라진 아이와 어른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실종의 사전적 의미는 종적을 잃어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게 됨이다. 실제 실종자의 가족들은 사라져버린 사람의 생사를 알지 못해 오랜 시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한다. 어른과 아이 할 것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실종사건은 어느 새 한국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 떠올랐다.
 

▲ 청주 조은누리양 수색에 나선 군인들


이메일 주소와 커뮤니티 아이디만 가지고도 신상정보를 탈탈털 수 있는 시대다.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다루는 데 민감하지 않다면 성별, 연령, 출신, 직업 등을 쉽게 알아낼 수 있다. SNS를 즐겨 이용한다면 사는 곳은 물론, 뭘 좋아하고 뭘 샀고 누굴 만났는지도 파악이 가능하다.

CCTV
많아도…

전국 곳곳 CCTV가 없는 곳이 없고 무슨 일만 나면 SNS를 통해 목격담과 동영상이 확산되는 시대에 실종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 깜빡하는 새 사라질 수 있는 어린이·치매노인·정신장애자는 물론, 사리분별을 확실히 할 수 있는 성인이 어느 샌가 사라져 자취를 찾을 수 없는 일도 다반사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이 낮은 실종수사에는 인력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상태다. 그마저도 실종 기간이 길어지면 수사 순위는 뒷전으로 밀린다. 가족들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실종자를 찾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현수막을 거는 등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 사이 실종자 가족의 삶은 경제적·심리적으로 망가지기 일쑤다.

지난달 23일엔 청주서 여중생이 없어졌다. 14세의 조은누리양은 가족과 함께 등산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조양의 소식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조양에게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양을 찾기 위해 군··소방의 합동수색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지만 흔적은 어디서도 나오지 않고 있다.


청주 상당경찰서와 육군37사단에 따르면 육군 특공·기동부대 등 400여명, 경찰 70, 소방인력 25, 충북도청·청주시청 공무원 25명 등 총 520여명이 조양을 찾기 위해 나섰다. 14마리의 수색견도 투입됐다. 경찰 드론수사팀과 육군, 지자체가 보유한 드론으로 공중수색도 진행했다.

그로부터 10일 뒤, 군 수색견이 지난 2일 오후 2시40분쯤 충북 보은군 회인면 신문리에서 조양을 발견했다. 수색 중심지였던 청주시 가덕면 무심천 발원지와 500~600m 가량 떨어진 곳이다.

수색견을 쫓아 함께 수풀로 따라온 군 장병이 조양을 업고 함께 하산했다. 장기간 실종에 따라 탈진 증세를 보이고 있으나,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양은 발견 당시 의식이 있었고 대화도 가능한 상태였다”며 “이름을 부르자 대답을 했다”고 발견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린아이를 잃어버린 부모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들은 평생 동안 아이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못한다. 2003년 부산 해운대 장산 성불사로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모영광군의 어머니 박혜숙씨는 지금도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모군은 세 살배기 아이였다. 건강한 모습으로 자랐다면 올해 18,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것이다.

생사 알지 못해 냉가슴
가족들은 평생 찾아다녀

당시 모군은 소풍을 떠난 곳에서 대열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군의 실종을 알게 된 인솔교사 3명이 산 곳곳을 찾아다녔지만 모군의 모습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이후 경찰과 119구조대 등 대규모 인력이 모군을 찾기 위해 동원됐다. 모군의 부모, 회사 동료와 학교 선후배, 친척들이 힘을 합쳐 부산 시내에 10만장의 전단지를 뿌렸다.

모군의 실종 이후 어머니 박씨는 자주 방송에 출연했다. 실낱같은 희망을 놓지 못했던 것. 박씨는 아동 실종 관련 단체 대표를 맡아 아들뿐만 아니라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헌신하고 있다.

정부는 2012년 아동 실종을 예방하고 실종아동을 빠르게 발견하기 위해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지문사전등록제를 실시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문을 미등록한 아동의 경우 실종되고 발견되기까지의 소요 시간이 평균 94시간이다. 골든타임인 48시간의 2배가량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말까지 아동들의 지문사전 등록률은 48.3%에 불과하다.

2016원영이 사건을 계기로 부모의 학대나 방치로 인해 사회서 사라진 아동에 대한 제도가 마련됐다. 20163월 계모와 친부의 학대로 당시 7세에 불과했던 신원영군이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였던 신군은 예비소집에 불참했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야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부모에 의한 실종과 아동학대 논란이 불거지자 201610월 교육부는 미취학 아동의 관리 강화를 위해 초·중등교육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 특히 예비소집에 나타나지 않는 아이들을 학교장이 신고하도록 한 것.

교육청에 관련 기록을 조회하고 직접 탐문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법 개정 이전까지는 아이가 학교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학교에선 교육청과 주민센터에 보고만 하면 됐다.

지난 2월에도 교육부와 경찰청은 취학 대상 아동 19명에 대한 소재 파악에 나섰다. 예비소집에 참석하지 않은 아동에 대해서는 학교장이 유선으로 학교방문요청을 통한 면담을 시행하고 주민등록전산정보자료 및 출입국 사실을 확인, ··동사무소와 협력해 가정방문 등을 실시한다. 학교 차원서 아동의 소재가 발견되지 않으면 관할 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한다.

늘어나는
실종사건

아동 실종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면서 사회적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어금니 아빠로 알려진 이영학은 2017930일 서울 중랑구 자신의 집에서 딸의 친구 A양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성추행한 뒤 살해했다. 후로 A양의 시신을 강원도 영월의 한 야산에 유기했다.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된 당일 112에 실종신고를 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A양 휴대전화의 최종 기지국 위치를 중랑경찰서 112상황실에 알렸다. 상황실은 망우지구대 순찰차와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에도 출동을 지시했다. 하지만 망우지구대 경찰들은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랑서 여성청년수사팀은 출동 무전에 알았다고 응답한 뒤 실제 출동하지 않았다. 다른 경찰은 소파에 엎드려 잠을 자느라 무전을 듣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팀은 다음 날에도 A양의 실종사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 없이 가출·미귀가 4건이 있다고 형식적으로 업무 인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A양의 부모와 함께 탐문에 나섰을 때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A양의 부모가 근처 교회에 CCTV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열람을 부탁했고, 이영학의 집에 도착해 내부 수색을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영학이 집에 들어갔는지 확실치 않아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결국 A양의 부모는 친구 소유의 사다리차로 집 내부를 확인해도 되는지를 묻고 직접 확인해야 했다. A양은 끝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어금니 아빠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면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따른 비판이 빗발쳤다. 법원도 A양의 가족들이 경찰의 초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7(부장판사 오권철)는 국가가 A양의 가족에게 18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경찰관들의 직무상 의무 위반 행위와 A양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따라서 국가는 경찰관들의 직무 집행상 과실에 대해 A양과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은 실종수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실종 사건 발생 초기부터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색과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형사, 지구대 등이 함께 현장에 출동하도록 했다.

없어졌다가
범죄 희생양

이전에는 실종이나 가출 신고가 접수되면 실종자 수색을 위주로 초동대응을 하다가 그 과정서 범죄가 의심되면 강력사건으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종아동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아동 실종 신고는 44.3% 증가했다. 201415230, 201519428, 201619869, 201719954, 지난해 21980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도 지난 3월 기준 아동 실종은 4442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아직 발견되지 못한 아동도 606명이나 된다.

늘어나는 성인 실종도 큰 문제다. 아동 실종에 비해 성인 실종자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나주봉 전국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모임(이하 전미찾모) 회장은 성인 실종은 실종 사건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가능성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 경찰은 성인 실종을 단순 가출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 성인 실종자의 95% 이상(2015년 기준)은 실종신고가 접수되고 24시간 안에 집으로 귀가했는데 5%가 문제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든 끝내 사회로 돌아오지 못한다.

부산서 신혼부부가 실종된 사건은 3년째 미스터리다. 경찰이 공개수사로 전환했지만 단서나 제보가 적어 장기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6528일 부산 수영구의 한 아파트서 살던 전씨 부부가 사라졌다. 당시 경찰은 아파트 주변 CCTV를 분석했지만 부부가 집안으로 들어간 흔적만 나왔을 뿐, 나간 흔적이 없어 여러 추측을 낳았다.

실종·가출 사망자 10명 중 9명 성인
현행법으론 아동·치매환자에 밀려

현행 실종아동법상 경찰이 위치추적과 수색수사가 가능한 대상자는 18세 미만 아동과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에 국한돼있다. 이 외의 사람이 실종됐을 경우 경찰은 가출과 실종 여부를 구분하고 검찰에 위치추적 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그 사이 실종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

지난해 11월 대학생 조모씨가 집에 간다는 메시지를 남긴 후 실종됐다. 조씨는 실종 1주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됐다. 서울 석촌호수서 발견된 그는 부검 결과 익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술을 마시고 귀가하다가 호수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경찰의 늑장대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실제로는 현행법상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 ⓒ청주 상당경찰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92월 연도별 실종자·가출자 사망 통계 현황자료를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실종 접수된 성인 가출자가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건수는 4737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치매환자 345, 지적장애인 138, 실종아동 72건 순이었다.

최근 4년간 치매환자·아동·지적장애인·성인 가출자에 대한 실종신고 접수 건수는 총 458369건에 이른다. 이 중 293784건이 성인 가출자 신고다. 아동·치매환자·지적장애인에 대한 신고 접수가 각각 83928, 44835, 35822건이다. 실종 신고가 접수됐지만 찾지 못한 사람은 4614명으로 이 중 4380건이 성인 가출자다.

현재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실종아동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실종자 수색·수사 등에 관한 법률안’(실종자법) 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들 법안은 보건복지부와 경찰청 등으로 역할이 혼재된 실종자 업무를 정리하고 성인 실종자 대응 체계를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어른 실종에
관심 가져야

김승희 의원은 입법 사각지대에 놓인 성인 가출자가 가출 후 사망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범죄 등으로 인한 성인 가출자의 사망 피해를 막기 위해 성인 실종자 입법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나주봉 전미찾모 회장은 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기구로 실종자 찾기 종합센터’(가칭)를 신설해 18세 미만 실종 전담팀 치매환자·지적장애인 실종 전담팀 성인 실종 전담팀 입양 관련 전담팀 등을 운영하면 실종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자발적 실종자들 ‘일본, 매년 10만명씩 증발’

지난 2017년 프랑스의 저널리스트인 레나 모제와 그녀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스테판 르멜이 <인간 증발>이라는 책을 내놨다.

이 책은 두 사람이 일본 각지의 그늘진 뒷골목을 5년 동안 돌아다니며 쓴 것으로 일종의 탐사 보고서다.

실패한 괴로움에 잠적

이들은 일본서 매년 10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증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중 85000명 정도는 스스로 모습을 감춘 사람들이다.

자발적 실종자들은 빚, 파산, 이혼, 실직 등 각종 어려운 상황서 오는 수치심과 괴로움을 견디지 못해 아무 말 없이 사라져서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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