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대규모 설치미술’ 구동희

2019.08.05 09:27:19 호수 1230호

배달의 시대를 조명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야흐로 배달의 시대.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문 앞에 놓여있다. 전화 한 통이면 집안서 온갖 음식을 다 배달받아 먹을 수 있다. 플랫폼별로 속도 경쟁이 붙어 로켓배송, 총알배송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 delivery still image


구동희 작가는 서울을 기반으로 설치·조각·비디오·사진 이미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메리갤러리·갤러리 로얄·시청각·PKM갤러리·두산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록번드 미술관·샤르자 비엔날레·테이트모던·국립현대미술관·미디어시티 서울·퐁피두센터·부산비엔날레·광주비엔날레·난징트리엔날레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설명 없이

구동희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지점은 배송·배달이다. 그는 지난 20일부터 서울 종로구 소재 갤러리 아트선재센터서 개인전 딜리버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인 재생길’, 2017년 샤르자 비엔날레서 소개한 재생길-비수기전시에 이어 전시공간과 이를 둘러싼 장소의 물리적인 형태와 사용의 맥락을 활용한 대규모 설치작업으로 이뤄졌다.

재생길 전시는 서울대공원에 대한 작가의 기억과 그곳서 일어난 사건·사고를 바탕으로 철골 구조물을 사용해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작품으로 꾸몄다. 샤르쟈 비엔날레에선 전시 공간 주변의 건축적 형태와 샤르자의 기후를 반영한 구조물을 제작했다. 반면 딜리버리 전시는 누구에게나 일상적인 일이 된 배달과 배송이 출발선이다.


구동희는 일상서 발견되는 특이한 지점을 포착하고 이를 공간서의 설치와 영상 이미지로 변환해 실제 현상 이면에 있는 사실이나 비가시적인 세계의 입체적 구조를 드러내왔다. 딜리버리 전시에선 복잡한 이동의 망과 그 경로 안에서 일어나는 운동과 그 속도의 변형을 전시장 안으로 불러 들였다.
 

아트선재센터 특유의 건축적 구조를 참조해 영상과 설치가 포함되는 통합된 작업을 소개했다. 또 이전에 언급한 모든 전시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바라보는 것이 아닌 관객이 이동하면서 몸으로 하는 경험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은 배달 서비스를 폭발적으로 소비하는 사회다. 특히 국내 배달 음식 시장은 2017년 약 15조원서 지난해 20조원가량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을 통한 거래는 3조원에 육박한다.

빨라진 배송속도 전시장 안으로
일상에서 발견되는 특이한 지점

20133347억원서 5년 만에 10배 넘게 증가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어플 이용자수는 87만명서 2500만명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배달 어플을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1인 가구의 확대, 운송 시스템의 발달에 따라 음식 외에도 배달이 불가능한 품목이 없을 정도로 시장은 확대됐다. 압축 성장의 한국 사회서 속도는 배달 시장서 그 어떤 서비스 분야보다 중요한 척도다. 주문 당일 배송, 새벽 배송, 총알 배송이라는 이름이 붙은 속도 경쟁과 품목을 가리지 않는 음식 배송은 말 그대로 일상이 왰다.

평범한 사건과 경험에서 작업의 대상을 구하는 구동희는 이번 전시서 배달이라는 현상을 조명하면서도 그 현상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이나 비평을 중심에 두고 있지 않다. 그보다 배달 특유의 속도감을 변형하고, 이를 둘러싼 환경서 다양한 시점을 전환해 배달의 움직임을 차용했다.
 

▲ delivery poter wide

또 그 시간을 왜곡하면서 이를 전시장 안을 이동하는 관람객의 경험으로 치환했다. 구동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전시장 어디서도 작품 설명을 볼 수 없다관람하는 분들의 시각적 체험을 유도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전했다.

구동희는 TV, 인터넷 등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자료를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자료를 영상, 설치와 같은 시각적 구조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색 과정서 발견되는 실제 이면의 특이한 지점을 수집해 이를 왜곡된 이미지로 축소·확대하거나 다른 이물이나 현상과 접합한다. 이 과정서 이미지들은 시점 전환으로 크기와 공간감이 계속 변하는 설치와 만나 기묘한 감각적 경험을 배달한다.

몸으로 경험


아트선재센터 관계자는 구동희의 이번 개인전은 작가가 오랜만에 총체적인 공간 설치를 통해 또 다른 감각의 전환을 꾀하는 전시라며 처음과 끝이 이어져 있고 안과 밖에 겹쳐져 있으며 실제와 그 이면이 맞닿아 있는 이 기묘한 세계는 평면에 담긴 이미지만으로는 그 굴곡을 파악하기 어려운 몸의 체험으로 관람객들을 초대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91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구동희는?]

개인전

딜리버리아트선재센터(2019)
초월적 접근의 압도적인 기억들페리지갤러리(2018)
‘CrossXPollination’
갤러리로얄(2016)
밤도둑시청각(2014)
‘Extra Stimuli’ PKM
갤러리(2013)
구동희 개인전두산갤러리(2012)
‘No dog walking on the roof’
두산갤러리(2012)
합성적 체험아틀리에 에르메스(2008)
‘Disturbance’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2006)

단체전

디지털 프롬나드서울시립미술관(2018)
13회 샤르자 비엔날레아랍에미리트(2017)
숭고의 마조히즘서울대미술관(2015)
올해의 작가상 2014’ 국립현대미술관(2014)
숨을 참는 법두산갤러리(2014)
애니미즘일민미술관, 서울(2013)
‘Expanded Cabinets of Curiosities’
아르코미술관(2013)
외 다수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