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무더위’ 누진세 공포 내막

2019.06.17 10:27:51 호수 1223호

국민 위하다 한전 망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름이 빨라졌고 더워졌다. 78월 절정을 이루던 더위는 56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기승을 부린다. 40도를 육박하는 기온에 사람들은 시원한 곳을 찾는다. 전력 소비량은 끝도 모르고 치솟는다. 더위를 피해 시원함을 느끼고 나면 전기세 공포가 밀려든다.
 



전기세 공포의 핵심은 누진제다. 전기 사용량에 따라 요금 단가가 높아진다. 누진제는 1974년 고유가 상황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 실시됐다. 처음에는 3단계 누진으로 요금 차이는 최대 1.6배 정도였으나 19792차 오일쇼크 당시 12단계까지 대폭 확대됐다. 이후 19957단계로 조정 과정을 거쳤다가 2005126단계의 누진구조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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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누진제도는 사용량에 따라 필수사용 구간인 200킬로와트시(kWh) 이하(1단계), 평균사용 구간인 201~400킬로와트시(2단계), 다소비 구간인 400킬로와트시 초과 등 3개 구간으로 나뉜다. 구간별 요금 단가는 각각 93.3, 187.9, 280.6원이다. 최대 구간에 최저 구간의 3배에 달하는 요금을 부과하고 있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현행 누진제가 주택용에만 적용되고 있는 데다 경제 수준과 인구 변화 등 사회 상황을 감안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특히 전기 사용량이 증가하는 여름철마다 누진제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는 전기요금 누진제 TF(이하 누진제 TF)를 구성했다. 소비자·시민단체와 전력·소비자 분야의 학계, 국책연구기관, 법조계 등 각계각층의 민간전문가 15명이 참여했다. 누진제 TF201612월 개편된 이후 2년간 운영된 현행 주택용 누진제의 성과와 문제점을 평가하고 최종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활동했다.


누진제 TF는 지난 3일 여름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을 내놨다. 산자부와 한전은 각 개편안의 장단점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서 산자부는 누진제 TF가 소비자들의 여름철 냉방기기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요금 불확실성 제거에 중점을 두고 3개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누진제 TF가 내놓은 대안은 현행 누진체계를 유지하되 여름철에만 구간을 확대하는 방안(1) 여름철에만 누진 3단계를 축소하는 방안(2) 연중 단일 요금제로 변경, 즉 누진제 폐지(3)이다.

여름철에만 누진구간을 확대하는 1안의 경우 지난해 시행했던 한시 할인 방식을 상시화한다. 기록적인 더위를 기록했던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전기요금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7~8월 두 달간 주택용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1·2단계 누진구간을 늘리는 한편, 사회적 배려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복지할인 규모를 30%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여름철 전기 사용 부담 커져
누진제 TF 3 가지 개편안 내놔

지난해 여름처럼 1안으로 결정될 경우 1629만가구에 월 1142원씩의 할인이 적용된다. 누진제 TF가 내놓은 3가지 개편안 중 가장 많은 가구에 혜택을 제공하면서 현행 누진제도의 틀은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누진단계를 축소하는 2안은 여름철에 한해 요금 부담이 가장 큰 3단계를 폐지, 전기료 폭탄에 대한 불안을 없애는 방안이다. 이 방안이 채택되면 609만가구의 전기료를 월 17864원씩 깎아주게 된다. 사실상 누진제를 폐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전력 소비량이 많은 일부 가구(400킬로와트시 이상 사용)에만 할인혜택이 부여된다는 단점이 있다.

3안은 누진제를 아예 없애는 내용이다. 887만가구가 월 9951원씩 할인 혜택을 받는다. 누진제 논란은 근본적으로 해소가 가능하지만, 1416만가구에 대해서는 월평균 4335원의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누진제 TF가 내놓은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정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온라인을 통해 수렴하고 있다. 온라인 여론은 누진제를 아예 폐지해 전기요금 걱정을 덜어달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누진제가 폐지될 경우 1400만여가구의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어 최종 권고안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대국민 공청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 현장은 한전 소액주주들이 난입하면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소액주주들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정책에 따른 부담을 한전이 지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 행동대표는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전기요금을 인하하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을 펴고 있다. 정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억압해 한전 경영진은 적자를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달 안에 한전 경영진을 배임죄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들 “한전 적자 심해” 반발
한전, 요금 원가 공개 언급했다 수습

한전은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5248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 6299억원, 당기순손실 7611억원 등 대규모 적자(연결기준)를 냈다. 한전 적자를 둘러싸고 그 원인을 찾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대표적이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이미 적자가 심한 상황서 누진제를 개편하면 그 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한다. 누진제 TF가 내놓은 3가지 개편안을 시행할 경우 한전이 연간 부담해야 할 추정액은 12847억원(지난해 여름 기준), 21911억원, 32985억원이다. 지난해 여름 한시적으로 누진구간이 확대되면서 전기요금 할인분을 보전하기 위해 한전이 부담한 돈은 3611억원에 달한다.
 

이에 한전은 전기요금 원가 공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지난 11일 공청회서 전기요금 청구서에 기본료와 사용료, 부가가치세 등이 기재되는데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도록 전기요금과 관련한 원가 구성 등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 원가를 영업기밀로 취급해왔다. 이날 발언 이후 한전이 정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추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사실상 정부에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다. 논란이 크게 불거지자 한전에서는 그런 취지는 아니었다고 일단 한발을 뺐다.

한전 vs 정부?

한전 관계자는 “(권기보 영업부장의 발언은)전기요금 개편 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전기요금에 대한 상세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자 공감한다는 취지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서 전기요금 산정에 들어가는 발전·송전·배전·판매비용 등의 정보를 청구서에 상세하게 기재할 필요가 있다고 한 것일 뿐 원가를 공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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