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 잡은’ 황교안, 판갈이 청사진

2019.06.10 10:25:02 호수 1222호

법조인 쳐내고 경제인 꽂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이 21대 총선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2020경제대전환’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영입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자유한국당 사상 역대급 규모다.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이번에 영입된 전문가들이 향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다. 법조인들이 주류를 이뤘던 기존 당협위원장에게 대대적인 물갈이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 ‘2020 경제 대전환 위원회’ 출범식서 발언하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2020경제대전환위원회(이하 대전환위)는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출범식을 가졌다. 해당 위원회는 각계 전문가와 청년, 여성까지 참여하는 매머드급 위원회로 77명(국회의원 28명, 교수 30명을 포함한 민간위원 49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김광림 최고위원,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세연 여의도연구원장 3명이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직능별로
전문가 투입

민간위원 중 여성·청년은 18명이다. 징비록을 발간하는 데 일조한 ‘문재인정권 경제실정 백서위원회’ 위원 32명이 대전환위에 참여했다. 또 당 정책국 전문위원, 여의도연구위원 전원도 대전환위서 활동한다.

대전환위는 ▲비전2020 ▲활기찬 시장경제 ▲공정한 시장경제 ▲따뜻한 시장경제 ▲상생하는 노사관계 등 총 5개 분과로 구성됐다. 각 분과에는 현역 국회의원과 전문가가 짝을 이뤄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대전환위를 총괄하는 ‘비전 2020’을 제외한 각 분과는 전문 영역을 갖고 있다. ‘활기찬 시장경제’는 성장·고용·일자리·부동산·규제, ‘공정한 시장경제’는 공정거래, ‘따뜻한 시장경제’는 복지·보육·저출산·고령화, ‘상생하는 노사관계’는 최저임금·근로시간·비정규직 문제 등이다. 이들은 대전환위서 관련 정책을 구상한다.


대전환위는 황교안 대표가 야심차게 내놓은 조직으로 경제·정책통으로 분류되는 당내 의원들을 해당 위원회에 대거 참여시켰다. 지난달 27일 황 대표는 ‘민생투쟁 대장정’을 마친 뒤 기자회견서 ‘정책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2020대전환위 출범…대부분 황의 사람들
영입된 인사들 중 당협위원장 임명 전망

황 대표는 대전환위 출범식에 참석해 “2020경제대전환 프로젝트는 우리 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일 프로젝트”라며 “비판을 넘어 대안 중심으로 논의 방향을 잡아주기 바란다. 위원회가 만드는 정책들은 내년 총선과 더 나아가 대선까지 우리 당을 이끌 견인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거리·근거리를 전부 보는 다초점 렌즈처럼 경제정책을 추진해주기 바란다. 벼랑 끝에 몰린 민생경제를 구하기 위한 근거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경제의 근본 체제를 바꿀 원거리 정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위원들에게 당부했다.
 

황 대표는 대전환위 구성에 공을 들여왔다. 대전환위 측 관계자는 “청년은 우리 당 청년 최고위원인 신보라 의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개중에는 현재 우리 당 당협위원회에 활동하는 분들도 있다. 실무적으로 대전환위서 정책을 만드는 전문가 교수들은 모두 대학교 출신”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대전환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직능’을 고려했다. ‘위원들을 추천받을 때 직능도 고려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전환위 관계자는 “그렇다. 학계에 있는 교수들은 전공분야를 갖고 있지 않나. 직능별로 구분해 노동을 전공한 교수, 복지 전문가, 국민연금 전공자, 소상공인연합회에 기획실장을 했던 분도 우리 소속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5개 분과
영역 나눠

이 같은 대전환위를 두고 ‘대선조직’을 방불케 한다는 시각이 있다. 위원회의 방향성과 규모, 참여한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단발성 조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황 대표가 문재인정권의 약점으로 ‘경제’를 찍었다고 보면 된다. 21대 총선을 넘어 다음 대선까지 이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전했다.

당장 내년에 열리는 21대 총선서 대전환위 위원들을 당협위원장으로 활용하는 계획도 나왔다.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이하 신정치특위) 측 관계자는 지난 3일 “2020경제대전환 프로젝트에 합류한 사람들이 향후 당협위원장을 맡을 것”이라며 “이 사람들은 다양한 분야서 활동한 전문가들이다. 황 대표는 이들을 총선 전면에 내세우려 한다. 기존에 당협위원장 중에서는 법조인 출신들이 많았는데, 이들을 쳐내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법조인 출신 당협위원장들은 자연스레 물갈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관계자는 “각 분야서 어렵게 모신 사람들”이라며 “당연히 당협위원장까지 고려한 영입일 것이다. 총선까지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최대한 많은 사람을 영입해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2020경제대전환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신정치특위는 지난 3월20일 출범한 기구로 황 대표 체제서 공천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신보라 ‘청년영입’ 주도
직능별 전문가로 ‘꽉꽉’

신상진 신정치특위 위원장은 출범 당시 “공천 시스템 개혁, 국회의원 특권 개혁, 선거제도 개혁 등 크게 세 가지를 논의할 것”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 시스템은 물론, 신인들의 정치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 선거 비용을 줄이는 방안 등을 두루 다룰 것”이라고 기구의 역할을 설명한 바 있다.

대전환위 측은 “황 대표가 이번에 영입한 위원들을 당협위원장으로 활용한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면서도 아직 총선까지 기간이 있어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환위 위원장을 맡은 한 의원실 측은 “우리가 공천권자는 아니다. 그런 이야기(대전환위 위원들을 당협위원장으로 임명할 것)가 나온다는 정도는 알고 있는데, 그 시점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황 대표는 대전환위의 규모를 계속적으로 키워갈 생각이다.

대전환위 관계자는 “토론회를 하면서 추가적으로 추천받을 분이 있으면 여러 분야서 더 받을 계획이다. 지금보다 더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직능별로 더 고려를 해서 (대전환위에) 영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환위는 이달 중 ‘경제대전환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까지 3∼4회에 걸쳐 주요 분과별 토론회 또는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후 정기국회가 시작하는 9월 이전에 대안과 성과를 마련해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하고, 그 결과를 국민과 언론에 공개할 계획이다.

총선 전
집안 단속


황 대표는 본격적인 총선 나들이에 앞서 집안 단속에 나섰다. 그는 자당 의원들의 잇단 막말 논란과 관련해 ‘공천 배제’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다. 후속 조치로 지난 6일 신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막말 방지를 위한)실효적인 조치를 하려면 결국 다가오는 총선 공천서 불이익을 주는 수밖에 없겠다”며 “그래서 감점, 또는 경우에 따라 공천 배제원칙에 들어가는 것으로 강한 조치 방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막말 삼진아웃제’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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