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리스크’ 폭망한 식품업계 막전막후

2019.04.24 09:16:28 호수 1215호

돌이킬 수 없는 회장님의 일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부 오너 일가의 일탈로 식품·외식업계 전반에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모양새다. 기업의 ‘오너리스크’ 악영향이 해당 기업과 오너 일가에 그치지 않고 투자자와 고객에게까지 번지고 있기 때문. 이 같은 상황서 잇따라 터지는 사건들은 이미 밑바닥까지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더욱 추락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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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외식업계가 오너 일가의 횡령·탈세·마약·성추행 등으로 인한 이미지 추락을 면치 못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오너 일가의 외도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대리점 또는 가맹점으로 전가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일가 외도
피해 일파만파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의 상장폐지 여부가 이르면 이달 내로 결정될 전망이다. 지난 9일 업계에 따르면, MP그룹이 코스닥시장위원회로부터 부여받은 4개월간의 개선기간이 이달 10일로 종료됐다.

MP그룹은 이날 기준 7영업일 이내, 즉 이달 23일 전까지 개선 계획 이행내역서와 결과에 대한 전문가의 확인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거래소는 MP그룹의 서류 제출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코스닥시장위를 개최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의·의결한다. 코스닥시장위가 계획대로 잘 이행됐다고 판단할 경우 MP그룹은 상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MP그룹의 주식거래도 재개된다.


앞서 MP그룹은 정우현 전 회장이 150억원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되면서 2017년 7월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다. 이에 MP그룹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경영 포기 추가 확약, 주요 관계임원 사임 및 사직 등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고 상생경영을 통한 주주가치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MP그룹의 영업손실은 2018년 사업보고서 연결재무제표 기준 2017년 17억700만원 적자서 2018년 3억7700만원 적자로 그 규모가 축소됐다. 매장 수는 2015년 말 390여개서 2017년 말 290여개로 줄었지만, 2019년 3월 기준 280여개로 비슷한 수준이다.

MP그룹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문제가 된 임원의 경영참여 배제 등 상장유지와 거래재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개선기간 동안 계획했던 대로 잘 이행했다는 걸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추락 모자라 불매·상폐 위기 
유명인 앞세워 잘나갔지만…손님 뚝

아오리라멘은 승리의 ‘버닝썬 사태’ 이후 ‘매출 폭락’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승리의 라면회사로 유명세를 탔다가 되레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신한·KB국민·현대·삼성 4개 카드사로부터 아오리라멘의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지난 1월 최초 보도 전과 비교해 보도 후 3개월간의 매출이 최대 73% 하락했다.

최초 보도일인 1월28일 직후인 지난 2월 하루 평균 카드결제액은 1월 대비 22.9%포인트 감소했으며, 3월에는 1월 대비 46.7%포인트 감소했다. 아오리F&B는 지난달 공식 SNS에 “아오리라멘의 국내 43개 매장 가맹점주가 모두 승리의 지인 및 가족관계가 아니고 극히 일부일 뿐이며, 관련 있는 일부 가맹점은 폐업을 결정했다”며 “무고한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서울장수막걸리)의 처지도 다르지 않다. 남양유업은 고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씨의 구속으로, 서울탁주는 회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로이킴의 피의자 입건으로 불똥을 맞았다. 

황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됐으며 영장실질심사서 지인의 권유로 마약을 했다며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유명인 연루
발 빼기 급급


로이킴은 정준영 등과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 음란물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로이킴은 경찰 소환조사를 위해 지난 9일 오전 비밀리에 귀국했으며, 현재 소환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들은 남양유업과 서울탁주의 제품을 구입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며 불매운동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논란이 된 인물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리점주와 판매처 등이 피해를 입고 있다. 더 이상의 피해가 없도록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남양유업은 “황하나씨와 일가족들은 실제 남양유업과 전혀 관련이 없다. 창업주의 외손녀란 이유로 피해를 입고 있다. 일생을 낙농 발전을 위해 살다 가신 창업주의 명예 또한 실추되고 있다”며 “개인의 일탈행위가 회사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서울탁주 역시 “로이킴은 일반주주 중 1명으로 사내 영향력이 없는 일반주주일 뿐”이라며 “로이킴과 그 아버지의 회사인 것처럼 알려져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고 호소했다. 

원조 라면기업 삼양식품의 오너리스크도 갈수록 증대돼 회사의 재도약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법 마련됐지만
실효성은 그닥

앞서 전 회장은 구속된 상태서 ‘돈잔치’를 벌여 회사보다는 개인적인 부의 축적에 혈안이 됐다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난 15일 검찰과 식품업계에 따르면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정구속된 상태인 전 회장이 이번에는 탈세혐의로 재차 검찰수사를 받게 됐다. 전 회장은 정상 경영을 하지 않고 탈세 경영으로 이익을 남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서울지방국세청이 삼양식품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탈세 규모나 방법이 매우 심각하다고 판단, 이달 초 전 회장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은 지난 2월14일 사법부로부터 여직원 성추행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무죄를 주장하던 최 전 회장은 물론,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이미지의 실추까지는 면치 못했다. 
 

최 전 회장의 성추행 논란은 호식이두마리치킨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번져 가맹점의 매출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실제 2017년 해당 사건이 알려진 후 전월 대비 가맹점당 매출은 2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 전 회장 성추행 사건은 이른바 ‘호식이방지법’까지 탄생시켰다. 이 법은 오너리스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를 가맹본부서 배상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1월1일부터 시행 중이다.

가맹·대리점 피해…실효성 없는 법안
떨어진 신뢰 “더 이상 회복 어렵다”

교촌치킨도 오너리스크 명단서 빠지지 않는 단골손님이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권원강 회장의 6촌인 권 전 상무가 가맹점 직원들에게 폭행·욕설 등의 갑질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하이트진로는 ‘일감 몰아주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검찰은 하이트진로가 삼광글라스와의 맥주용 캔 제조 및 유통 과정서 비상장 계열사를 포함시켜 통행세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각종 오너리스크가 식품·프랜차이즈업계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마련된 오너리스크 방지법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시행 이전의 피해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 데다 책임 규명도 어렵기 때문이다. 
 

▲ 아오리라멘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부터 오너리스크를 해결하기 위해 표준가맹계약서에 오너리스크에 따른 가맹본부의 배상책임을 기재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경영진과 오너 일가의 일탈행위로 가맹점이 손해를 입더라도 입증은 온전히 가맹점주가 해야 하는 상황이라 보상이 쉽지 않다. 법이 시행되기 전에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들은 애초에 구제 대상에 오르지도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오너 일탈로 인한 매출 하락의 책임을 가맹점주들이 법적으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연예인 등 유명인 명성에 의존하는 가맹사업은 일반 가맹사업보다 위험성이 커 오너리스크 방지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떨어진 이미지
회복 방법은?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도 이미지를 먹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라며 “소비자와의 관계가 밀접한 만큼 오너리스크가 부담되는 건 당연지사다. 한번 떨어진 이미지와 신뢰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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