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청 ‘총선 필승카드’ 현미경 해부

2019.04.12 15:05:08 호수 1214호

슬슬 곳간이 열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보수 야당의 호들갑일까, 당·정·청의 노림수일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문재인정부의 잇단 정책 결정을 ‘총선용 카드’로 규정하고 있다. <일요시사>에서는 총선용 카드로 의심받는 것들을 추려 심층 해부했다.
 

▲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 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기-승-전-총선’ 차원의, 일부 고교 3학년생들의 내년 투표권을 보는 꼼수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이 지난 10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서 한 말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역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고교 무상교육=총선용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1년 당겨
무상교육

다른 보수야당의 반응 역시 한국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인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임재훈 의원은 “지난해 세수가 충분히 확보돼 올해 2학기부터 시행하는 것은 찬성하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연 2조원가량의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다면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보수야당도 고교 무상교육 도입에 대해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 정 의장, 임 의원 모두 “고교 무상교육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으로부터 고교 무상교육 정책이 총선용이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9일 올해 2학기 고교 3학년부터 단계적 무상교육을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2020년에는 고교 2학년까지 확대하고, 2021년에는 고교 전 학생을 대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모두발언서 “교육받을 권리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라며 “초등학교, 중학교에 이어 고교 무상교육의 완성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 국민 삶에 도움을 드릴 것”이라며 “학비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가정의 부담이 크게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당·정·청은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기존의 고교 무상교육 로드맵을 1년여 앞당겼다. 보수야당이 고교 무상교육을 총선용이라고 지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2020년 4월15일에 열린다.

고3 무상교육, 올 2학기로 앞당겨
선거연령 19→18세와 맞물려 파장

공직선거법상 21대 총선의 선거인 명부 작성 기준일은 2020년 3월24일이다. 이를 기준으로 만 19세인 자는 투표가 가능하다. 올해 무상교육 혜택을 받게 될 고교 3학년생 중 생일이 3월24일 전인 자는 유권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민주당, 바미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서 18세로 낮추는 안을 추진 중이다. 선거연령 하향을 포함한 ‘선거제 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논의가 국회서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선거법 개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 고교 3학년 49만여명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 21대 총선의 판세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다. 당·정·청이 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우선 실시한다는 발표는 새로 유입될 유권자를 고려한 정책이라는 뒷말을 낳고 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갖는 더불어민주당

무상교육의 우선 대상자가 고교 1학년이 아니라는 점도 보수야당이 석연찮아 하는 지점이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시행을 하려면 고교 1학년부터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은 “당·정·청이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등이 아닌 학년으로 적용 대상을 구분한 이유도 불확실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선거연령 하향에 해당하는 고교 3학년부터 무상교육을 시행하는데 (당·정·청의)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고교 무상교육이 실시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보수야당은 회의적이다. 이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재원이 없다는 이유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국가부채는 심각하게 쌓여가고 경기는 둔화되면서 세금 낼 국민은 아우성인데 정부가 무상이라는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원 확보
가능한가?

당·정·청은 2024년까지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절반씩 부담해 고교 무상교육의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고교 3학년 무상교육 예산은 교육청의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기로 했다. 2021년 고교 전 학년 무상교육을 위해서 17개 시도교육청이 내야 하는 예산규모는 약 1조원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연 2조원의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 그러나 당·정·청이 밝힌 계획은 시도교육감의 협조에 기대는 방식이다. 이에 ‘누리과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16년 박근혜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 부담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겨 보육대란을 초래한 바 있다.

교육부는 이미 각 시도교육감의 협조를 구했다는 입장이다. 설세훈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각 시도 교육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가서 설명하고 협의했다”며 “고교 무상교육의 필요성에 모두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3년 뒤 새 교육감이 선출돼 당·정·청과 대립각을 세운다면 고교 무상교육은 큰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문제는 2024년 이후다. 교육부는 향후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밝히고 있지 않다. 이주희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과장은 “2024년까지 5년간은 무상교육에 필요한 실소요금액을 국고에서 지원하지만, 이후에 어떻게 할지는 그때 가서 방안을 논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고교 무상교육을 완성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과 진영 신임 행정안전부장관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도 총선용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다.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이유로 문재인정부가 총선용 추경에 올인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나아가 나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정부에게 “분리 추경 해주시라. 추경안을 두 개로 내주시라”라고 요구했다. 재난 추경과 비재난 추경을 분리해서 제출하라는 뜻이다.

그는 “일단 가장 시급한 과제인 화재복구와 피해주민 지원, 그리고 포항지진 및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세우고 추진하겠다. 이 정권의 ‘총선용 끼워팔기 추경’서 ‘재난 안전 추경’을 따로 뽑아내서 초스피드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비재난 추경에 ‘소득주도성장’ ‘일자리’ 등이 포함된다면 반대하겠다”고도 했다.


재난·비재난
분리 무시하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별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재난 추경을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강원 산불, 미세먼지, 포항지진과 같은 재해를 극복하려면 정부 지원이 한시가 급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은 재난 추경을 ‘절름발이’ 추경이라며 장애 비하 발언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떻게든 추경에 ‘세금 일자리’를 끼워넣겠다는 심산”이라고 민주당을 비난했다.

당·정의 입장은 다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한국당이 신속한 추경 처리를 위해 요구한 재난 추경안 분리 제출에 대해 “함께 제출할 것”이라며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추경을 총선용이라고 폄훼하고 있다”며 맞섰다.

앞서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강원도 산불 피해 지원 방안, 미세먼지 저감 대책, 민생경제 긴급 지원 계획 등이 담긴 추경 예산안을 보고했다.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홍 부총리는 올해 추경안 규모가 7조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세먼지 대응을 포함해 국민의 안전을 강화하는 것이 추경의 한 축이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 재정당국에서는 산불 진화·예방 인력확충, 산불 대응 헬기 구매 비용 등 산불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는 구상을 검토 중이다.

3·8개각 역시 총선용이라는 시선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달 8일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서 “김부겸, 김영춘, 김현미, 도종환, 유영민, 홍종학 등 내년 총선을 위해 경력 한 줄 부풀린 사람을 불러들이고, 박영선 등 한 줄 달아줄 사람들로 교체 투입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당·정이 서로 바통을 주고받은 것이다. 강원도 산불 현장서 전임자인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장관은 진영 신임 장관에게,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장관은 문성혁 신임 장관에게, 도종환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박양우 신임 장관에게,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박영선 신임 장관에게 각각 인수인계를 했다.

반면 최정호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장관 후보자가 동시 낙마하며, 김현미 국토부장관, 유영민 과기부장관은 여의도 복귀에 실패했다.  

추경 7조 중 강원 산불은 얼마?
당정 바통터치, 한 번 더 남았다

총선 출마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청와대를 통해 김 장관이 올해 연말까지 국토부를 이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8월에 민주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보다 약 4개월 늦은 복귀가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김 장관은 3선 국회의원이다. 비례대표로 시작해 경기 고양정서 내리 재선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김 장관의 복귀가 늦어진다고 해서 4선 가도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반면 유영민 과기부장관의 상황은 다르다. 그는 민주당 현 부산 해운대갑 지역위원장으로 부산 해운대갑은 바미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재선에 성공한 지역구다. 

유 장관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그는 지난해 말 일부 민주당원들 앞에서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만큼 출마 의지가 강하다. 그러나 장관으로 취임 후 지역을 관리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은 유 장관이 최근 청와대에 “빨리 후임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최근 부산·경남(PK) 민심이 집권여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유 장관이 조바심을 내게 하는 요소다. 민주당은 4·3재보궐선거서 두 지역 모두 다른 당에게 내줬다. 비록 경남 창원·성산은 진보 단일화로 정의당과 손을 잡고 승리를 거뒀지만, 의석을 늘리는 데는 실패했다.
 

▲ 당정청 고교무상교육 협의 후 기념촬영 갖는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당내에선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경남도당위원장인 민홍철 의원은 선거 직후 “비겼으나 졌다”며 “경남의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소회를 밝혔다.

민주당은 논평을 통해 “이번 재보궐선거서 기록적인 투표율을 보인 것은 ‘정치로 민생을 살피라’는 국민들의 간절한 여망일 것”이라며 “이번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 여야가 민생경제 회복과 개혁 입법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다소 부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총선용 인선은 그 효과가 이미 검증됐다. 박근혜정부에서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청와대 개각을 단행, 경쟁력을 갖춘 다수의 장관들을 당으로 돌려보냈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 해양수산부장관을 지낸 이주영·유기준 의원, 행정자치부장관을 지낸 정종섭 의원,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지낸 윤상직 의원 등이 그들이다.

난감해진
두 장관님

이들은 모두 20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사표를 낸 청와대 참모진들도 총선 때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미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문재인정부와 민주당이 마다할 리 없다. 김 장관, 유 장관 두 사람을 제외하고도 21대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큰 장관은 다수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부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올해 연말쯤 중폭 개각이 전망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총리추천제’ 국회의장 왜?

문희상 국회의장이 다가올 21대 총선서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는 안을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 기념사를 통해 그는 “국회서 총리를 복수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을 2020년 총선서 국민투표에 부쳐 다음 정권서 시작하는 개헌에 대한 일괄타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말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완화하는 차원서 제안됐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에 공감한 여야는 이를 극복할 분권형 개헌안을 논의했으나, 권력구조 개편 등 핵심 쟁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에 실패한 바 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국회의 총리 추천제에 대해 “여야가 각각 추천한 총리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을 대통령이 택하는 방식으로, 국회가 추천한 만큼 임기가 보장돼 ‘책임총리제’를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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