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승부차기 여신과 파넨카킥의 함수관계

2012.06.28 08:47:37 호수 0호

스페인-포르투갈 승부차기에서 파넨카킥을 성공한 라모스(15번)의 경기 모습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또 파넨카킥이 나왔다. 그리고 파넨카킥을 성공한 팀이 이겼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로 2012 준결승전에서 파넨카킥이 승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파넨카킥을 성공한 스페인은 웃었고, 파넨카킥을 얻어맞은 포르투갈은 흔들리면서 무너졌다.

파넨카킥은 체코의 전설적인 축구영웅 안토닌 파넨카로부터 비롯됐다. 유로 1976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파넨카가 마지막 키커로 나서 골키퍼를 넘기는 절묘한 칩슛으로 골을 성공해 '파넨카킥'이 완성됐다. 수싸움에서 골키퍼에 승리하면서 놀라운 장면을 만들어낸 파넨카였다.

이후 종종 페널티킥이나 승부차기에서 파넨카킥을 볼 수 있었다. 유로 2000에서 프란체스코 토티가 파넨카킥을 성공했고, K-리그에서도 데얀이 자신의 100호골을 파넨카킥으로 완성했다. 그리고 이번 유로 2012에서 안드레아 피를로와 세르히오 라모스가 승부차기에서 파넨카킥을 선보였다.

흥미로운 것은 피를로와 라모스가 성공한 파넨카킥이 경기 흐름을 뒤집었다는 점이다. 두 선수 모두 팀 동료가 먼저 페널티킥을 놓친 상황에서 파넨카킥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상대 다음 키커는 승부차기를 실패했다. '파넨카킥의 저주'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사실 파넨카킥은 엄청난 모험이다. 볼의 속도를 완전히 죽여서 골문으로 보내기 때문에 골키퍼가 조금이라도 눈치를 챈다면 힘 없이 잡혀버릴 수 있다. 골키퍼가 한 쪽으로 몸을 쓸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시도할 수 있다. 성공하면 상대에게 큰 굴욕감을 주면서 분위기를 드높일 수 있지만, 실패하면 파넨카킥의 속도 만큼 힘이 빠지면서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파넨카킥의 성공이 승리의 열쇠로 작용하는 것도 엄청난 모험을 뚫어내고 팀 전체 분위기를 살리기 때문이다.


토너먼트에 접어들면 항상 화제가 되는 것이 승부차기다. 이번 대회에서는 승부차기 여신이 파넨카킥을 향해 웃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파넨카킥으로 한 차례 웃은 가운데, '승부차기의 제왕' 독일이 어떤 모습을 보일 지도 큰 관심거리다. 두 차례나 파넨카킥이 나온 상황에서 파넨카킥이 또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준결승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승부차기에 등장하지 못했다. 스페인이 라모스의 파넨카킥으로 승기를 잡은 후, 마지막 키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성공하면서 조기에 승부차기를 끝내 버렸기 때문이다. 한데, 경기 전 '파넨카킥'의 창시자 파넨카가 이런 말을 했다. "호날두는 승부차기나 페널티킥을 넣지 못할 것이다." 여러모로 '파넨카킥의 저주'에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는 포르투갈이다.

승부차기는 잔인하다. '11미터 룰렛'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패를 한 선수는 '역적'이 되어 원치 않는 주홍글씨를 달고 다니기도 한다. 그래도 승부차기는 축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파넨카킥 같은 희대의 발명품이 나온 것도 승부차기의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서다. 승부차기나 페널티킥과 관련된 축구계 명언 하나로 글을 마친다.

"페널티킥 마크 앞에 서는 사람은 적어도 페널티킥을 실패하는 두려움을 뛰어넘은 선수다."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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