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전차군단 울린 '악마의 재능' 발로텔리-카사노

2012.06.29 09:23:56 호수 0호

발로텔리-카사노 맹활약, 이탈리아 결승 진출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악마의 재능'이 전차군단을 집어삼켰다. 잘 나가던 독일도 악마와 같은 재능들 앞에서 침몰하고 말았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악마의 재능' 안토니오 카사노와 마리오 발로텔리가 모처럼 함께 진가를 발휘했다.

카사노와 발로텔리는 이번 대회 이탈리아의 선발 투톱으로 나서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활약상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뭔가가 조금 아쉬웠다. 두 선수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을 고려하면 2% 정도 부족해 보였다. 카사노는 심장수술로 인해 체력적인 문제점을 보였고, 발로텔리는 특유의 폭발적인 득점포가 가동되지 않았다.

조용하던 카사노와 발로텔리는 이번 대회 최강의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독일과의 대결에서 폭발했다. '악마의 재능'을 확실하게 터뜨리면서 독일의 우승 꿈을 날려버렸다. 강한 팀을 상대로 더 강해지는 '악마의 본능'이 깨어난 것이다.

카사노와 발로텔리가 악마 본능을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전반만으로 충분했다. 선취골 상황이 압권이었다. 카사노가 절묘한 움직임으로 독일의 거구 수비 두 명을 따돌리고 왼발 크로스를 올렸고, 발로텔리가 중앙에서 높은 타점의 헤딩슛으로 독일의 골네트를 갈랐다.

기세가 오른 발로텔리는 대포알슛으로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전반 막바지로 접어드는 순간에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독일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었고,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상황에서 강력한 오른발 아웃프런트슛으로 시원한 추가골을 뽑아냈다.


두 악마의 전반 맹활약상은 이탈리아 쪽으로 승부의 추를 완전히 기울게 했다. 그 동안 '이탈리아 징크스'를 털어내지 못했던 독일은 다급한 마음으로 답답한 후반전을 보낼 뿐이었다. 세밀한 패스워크도 정교한 마무리 슛도 이뤄지지 않았다. 전반에 터진 이탈리아 '악마의 재능'의 굵직한 두 방에 독일은 너무 심한 대미지를 입고 그대로 쓰러졌다.

악마의 재능을 이끌어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의 사령탑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다. 프란델리 감독은 두 선수의 조합에 문제점이 제기된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두 악마의 재능을 믿고 선발 투톱으로 계속 출전시켰고, 결국 가장 강력한 상대 독일 앞에서 두 악마가 동시에 폭발했다.

프란델리 감독은 이번 대회 내내 명장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면서 카멜레온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적절하게 선수들을 변신 배치시키면서 팀 전력 누수를 막고 있다. 스페인과의 조별예선 1차전에서 다니엘레 데 로시를 스위퍼로 위치시켜 재미를 봤다. 그리고 독일과의 준결승전에서는 부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조르지오 키엘리니와 티아고 모타를 출전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전체적인 전술 포인트와 용병술 등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나저나 독일의 '이탈리아 징크스'는 정말로 지긋지긋할 듯하다. 17년 동안 이탈리아를 이기지 못했니 말 다했다. 2002한일월드컵 당시 독일 유학 중이었던 필자는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한국이 이탈리아에 승리를 거두자 한 독일이 "당케 쇤!"(고맙다)이라는 말을 하면서 아이스크림을 사줬었다. 그들이 이탈리아 만나길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이번 유로 2012에서도 독일은 '이탈리아 징크스'를 넘지 못했다.

결국 결승전은 리턴매치가 벌어지게 됐다. 예선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이탈리아와 스페인이 격돌한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결승까지 오른 이탈리아. 특유의 티키타카로 무적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스페인. 과연, 앙리 들로네는 어떤 나라에 안기게 될까?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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