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에 따른 근대통신(우체·전신·전화) 역사

2019.01.28 09:44:29 호수 1203호

이봉재 / 진한엠앤비 / 3만원

20년 전 어느 날이었다. 고물상 앞을 지나던 중 우연히 땅바닥에 덩그러니 쓰러져 있는 빛바랜 공중전화기를 발견했다. 
그 순간 “아! 공중전화기도 휴대폰 같은 최신 통신기기의 보급으로 언젠가는 사라져버리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에 홀린 듯 공중전화기를 구입해 집으로 가져왔다. 
그러나 이 일이 본격적으로 근대통신역사 사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계기가 되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후 통신 관련 기기와 수많은 사료(史料)들을 수집하면서 근대통신역사를 정리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러나 근대 우체와 전신, 전화에 관한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우편·전신·전화를 중심으로 한 근대통신역사를 파악하고 정립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었다. 일백 수십년 전의 근대통신역사와 관련된 사료들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료들을 찾아내어 정리하는 일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대 우체와 전신, 전화를 관할하던 초창기 통신기관은 어디였고 어떻게 변했는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전화가 개통된 시기는 언제였으며 전화기는 어떤 명칭으로 불리웠는가?” 등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부터 난관에 부딪쳤다. 이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자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료마다 서로 상이하게 기술하고 있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도리 없이 관련 문헌 원본을 찾아내 하나하나 대조하며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자료들에 많은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고, 통신사료수집가이자 연구자로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소명의식에 따라 펜을 들게 되었다. 
이 책은 1882년 상운이 처음으로 조선에 덕률풍 같은 전기통신기기를 들여오고, 우체와 전신을 관장하는 우정사가 설립된 이후부터 1905년 일제에 통신권을 빼앗기기까지의 우체와 전신·전화를 중심으로 한 근대통신역사의 기록을 담았다. 
모든 사실은 기존 문헌들과 새로 발굴한 사료들을 토대로 정리했다. 관련 근거인 문헌은 첨부하거나, 문헌 출처를 모두 밝힘으로써 앞으로 근대통신역사를 연구하는 분들이 관련 문헌이나 사료를 다시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었다. 
특히 이 책을 집필하면서 조심스럽게 다룬 내용 중 하나는 백범 김구 선생과 관련된 내용이다. 근대통신역사를 논하는 이 책에서 김구 선생과 관련된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사연이 있다. <백범일지>에는 1896년 10월2일 한성과 인천 간에 전화가 개통되어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기록은 어떤 전화개설이나 사용기록보다 시기적으로 앞서 있다. 따라서 공적기록이 아닌 사적기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전화개통시기를 정립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백범일지>에 기록된 전화개통일에 대한 연구는 통신역사뿐만 아니라, 일반역사와 사법역사 그리고 당시의 행정절차까지 두루 살펴보아야 하는 어려운 부분이었다. 부족하나마 관련 문헌(공적기록)들을 새롭게 찾아내는 등 이를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앞으로 통신연구가와 사학자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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