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종군’ 이재명의 노림수

2018.12.17 10:52:05 호수 1197호

‘대선가도’ 시나리오대로 착착?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최근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자신이 맡고 있는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는 것. 이 지사는 왜 이 시점에 정치적 휴식기를 선언한 것일까. <일요시사>가 그 노림수를 분석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6·13지방선거 공소시효를 이틀 앞둔 지난 11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이 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시도’ ‘검사 사칭’ ‘성남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 3가지 핵심 의혹에 대해 직권남용과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적용했다.

재판장으로

이 지사는 기소되고 하루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당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백의종군의 이유로 “우리 당의 ‘원팀 정신’이 흔들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정치 인생 최대의 위기에 처한 이 지사가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고 분석한다. 백의종군이 향후 부활을 위한 ‘숨통 틔기’라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재판 종결 이후로 연기했다. 백의종군 선언 직후에 내려진 결정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별도 징계는 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 지사로부터)전화가 와 ‘당원으로서 권리행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지사는 민주당 당무위원, 중앙위원, 대의원, 참좋은지방정부위원회 위원 등의 당직서 일괄 사퇴한다. 


이어 “당의 단합을 위해 이를 수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최고위원 간 논의가 있었다”며 “아무쪼록 모든 당원이 일치단결해 우리는 한 팀이라는 마음으로 당이 분열되지 않도록 마음을 잘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리며 재판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제명 등 중징계를 면한 이 지사는 본인의 의지로 정계복귀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었다.

이 지사는 자신을 겨냥한 자진탈당 여론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지사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당 이미지를 실추시켜 문재인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끼친 만큼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였다. 특히 친문(친 문재인)계서 자진탈당 여론이 높았다.

이 지사는 기소에 대비한 플랜B를 마련해 놓은 듯 이틀 연속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던지며 자진탈당론을 잠재웠다. 검찰의 기소가 발표되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연 이 지사는 ”나는 여전히 자랑스러운 민주당의 당원이다. 평범한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며 당에 누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여러분도 공정사회 대동세상을 바라시면 나에게 탈당을 권할 것이 아니라 함께 입당해달라“고 강조했다. 
 

기소 시점을 계기로 친정서 터져나올 수 있는 자진탈당론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었다. 곧이어 이 지사는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백의종군 하루 뒤 “징계 없다”
친문 측 자진탈당 여론도 잠재워

백의종군을 선언한 후 이 지사는 이 대표에게 전화해 이 같은 입장을 호소, 결국 긍정적인 답을 끌어냈다. 친문계 수장인 이 대표가 이 지사에 대한 별도 징계를 하지 않기로 결정함으로써 친문계는 자진탈당을 주장할 명분을 잃게 됐다. 이 지사의 위기관리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외부적으로는 검찰이 ‘혜경궁 김씨’ ‘일베 가입 의혹’ ‘여배우 스캔들’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점도 이 지사가 부담을 더는 데 한몫했다.

혜경궁 김씨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공분을 샀던 사건이다. 트위터 계정인 혜경궁 김씨(@08__hkkim) 계정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 관해 꾸준히 비방 글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해당 사건이 불기소로 막을 내림에 따라 이 지사의 민주당 잔류 명분도 그만큼 커졌다.

이 지사 입장서 백의종군은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다는 측면서 의미 있다. 현 상황서 이 지사에게 내려진 당면 과제는 단연 자신에 대한 혐의를 벗는 일이다. 다시 말해 재판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정치적 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뿐더러 활동을 한다고 해도 여러 정치적 해석이 오히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정치를 잠시 접어두고 의혹을 벗는 데만 집중하기 위해 백의종군을 선언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은 이 지사가 대선 교두보를 살려냈다고 평가한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나가떨어진 상황서 민주당에게 이 지사는 소중한 자산이다. 이 지사 역시 대권도전을 위해 민주당이라는 배경이 필요하다.

당 내에선 지도부의 결정으로 인해 이 지사의 문제를 일단락지으면서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특히 이 지사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당의 부담감이 줄어든 데다 출당이나 제명 등 더 큰 갈등 확산을 미연에 방지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지층 사이에서는 당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어 갈등이 완전히 봉합됐다고 보기 힘들다. 일부 친문 지지층은 여전히 당 지도부의 이 같은 결정을 ‘이재명 감싸기’로 해석하고 분노를 표출하는 상황이다.

부담 덜어

백의종군에 대한 평가는 1심 재판 결과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1심 선고 결과가 이 지사에게 유리하게 나올 경우 그의 당내 입지는 지금보다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반면 1심서 당선 무효형 이상이 선고될 경우 이 지사는 물론 그를 안아왔던 민주당에게까지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화려한’ 이재명 변호인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2일 변호인단을 꾸렸다. 이태형 변호사와 법무법인 화우의 김유범, 이상현, 오경민, 석동우, 김효정 변호사 및 법무법인 평산의 강찬우, 하지인, 신성윤 변호사 등 9명을 선임했다.

강찬우 변호사는 지난 2015년 수원지검장을 끝으로 퇴직한 인물로 현직 시절 ‘특수통’으로 이름을 알렸다.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장,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법무부 법무실장, 대검 반부패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태형 변호사는 수원지검 공안부장 출신으로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김씨의 변호를 맡은 바 있다. 이 지사의 재판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 최창훈)에 배당됐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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