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고등교육, 벽을 허물어야

2018.12.10 09:36:21 호수 1196호

우리나라에는 원칙적으로 해외 대학이 진출할 수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비롯한 일부 지역에 한해서만 해외 대학 설립이 허용된다. 그러나 이는 지리적 제약에 불과하다. 북미와 유럽의 많은 대학에서는 이미 온라인 학습으로만 학위 취득이 가능한 과정이 개설돼있다. 심지어 일부 전공은 박사학위까지도 온라인 과정을 통해 취득할 수 있다. 



국내에 거주하면서도 해외 대학의 학위를 취득할 수 있으며 더 이상 국가의 규제로 해외학위 취득을 막을 수 없게 됐다. 

온라인 수업은 대리 수강 등 부정행위에 취약하고 교수와 학습자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온라인 학습만의 문제는 아니며 기술의 발전으로 이 같은 단점은 빠르게 보완되고 있다. 영국의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서 홀로그램 교수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교수와 학습자 간의 의사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 할 수 있다.

MOOC를 비롯한 온라인 학습은 메가트렌드(megatrends)로 보인다. 어느 집단이나 사회가 저항한다고 해서 막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 시대적 흐름에 잘 대응하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온라인 학습은 여러 규제에 막혀 있다. 전통적인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전체 수업의 20% 이내로만 개설해야 한다. 반대로 사이버대학은 대면 수업이 전체의 20%를 넘을 수 없다. 기존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더 개설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온라인 대학은 ‘사이버’ ‘디지털’ 등의 명칭을 붙이도록 해 기존 대학과 구분을 지어놨다. 

오랜 전통을 가진 명문 대학도 100% 온라인 학위를 개설, 학습 방식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졸업장을 수여하는 해외 대학들과는 확연히 다른 운영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국내 고등교육에 이 같은 규제가 적용된 것은 나름의 목적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여러 이해관계자를 고려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현재의 고등교육 방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온라인 학습에 많은 이들이 적응해 가고 있다. 특히 2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 다르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환경에 익숙해져 있다. 최근 몇 년간 몰라보게 발전한 자동통번역 기술은 해외 교육 수강에 큰 걸림돌이었던 언어장벽을 낮추고 있다. 

대학 간 칸막이를 해놓고 버틴다고 해 언제까지고 보호 받을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벽을 허물어야 한다. 전통적인 대학에는 온라인 강의를 대폭 허용하고, 온라인 대학에는 필요한 만큼 대면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대학에 꼭 ‘사이버’ 등의 명칭을 붙이도록 하여야 하는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을 향한 해외 대학의 도전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대응방안을 잘 마련한다면 도전에 맞서는 것을 넘어 해외로 진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IT 기술과 교육자의 역량이 합해진다면 세계 시장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 그리고 대학관계자들이 뜻을 모아 국내에도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과 같은 혁신적인 대학이 나올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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