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떠도는 ‘비행 블랙리스트’ 실체

2018.11.27 09:28:26 호수 1194호

항공기 못 타는 회장님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항공기 탑승주의보가 발령됐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모 항공사 1등석에 탑승해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눈길이 쏠린 것은 서 회장 갑질 의혹의 근거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한 언론사는 해당 항공사의 내부 보고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1등석 단골 고객인 재계 주요인사의 행동에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일,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규모 바이오제약 기업 셀트리온을 이끌고 있는 서정진 회장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갑질 의혹이 제기된 곳은 항공기 1등석이었다. 서 회장은 이곳 1등석에서 폭언 등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괴롭히고 

JT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 회장은 기내 승무원을 상대로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LA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1등석에 탑승했다. 서 회장은 당시 이코노미석에 있던 직원들을 1등석 전용바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무장이 규율을 이유로 이를 제지했고 서 회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항의하는 과정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눈길이 쏠리는 점은 해당 매체가 서 회장의 갑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던 근거 자료다. JTBC 뉴스는 비행이 끝난 뒤 사무장이 서 회장의 행적을 보고한 문건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된 문건은 서 회장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게 왕복 얼마짜리인 줄 알아? 왕복 1500만원짜리야. 너희들이 그만큼 값어치를 했는지 생각해봐. 젊고 예쁜 애들도 없고 다들 경력은 있어 보이는데 고작 이런 식으로 이런 걸 문제화해서 말하는 거야. 너는 네 일을 잘한 거고 나는 이런 규정이 있는 비행기는 안 타면 그만이다. 두고 봐, 연 매출 60억원을 날리는 거야!”

서 회장은 측은 관련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 측은 “서 회장은 저녁 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한 차례 주문했으며, 취식 시 덜 익었음을 표현했고, 주변서 이를 들은 승무원이 먼저 재조리 제공을 제안해 한 차례 다시 제공받았다”며 “이후 재주문 요청은 없었다. 서 회장이 승무원 외모 비하 발언 등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보도 내용 역시 본인이나 동승했던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재계에선 항공기 탑승주의보가 떨어졌다. 보고서 형식으로 자신의 행적이 문서화돼 곤혹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항공사 탑승과 관련해 재계의 주요인사 갑질이 종종 문제가 된 바 있어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보고서 형태로 오너들 갑질 공개
승무원 내부 통신망에 자주 거론

지난 2013년 불거진 포스코에너지 A 상무의 라면 갑질 논란은 항공기 갑질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회자되곤 한다. A 상무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근거도 보고서(승무원일지)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상무였던 A씨는 이에 대해 “고객정보에 해당하는 승무원일지를 인터넷에 유포해 명예와 사생활에 불이익을 입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내 고법까지 간 결과 패소했다.

법원은 “승무원들이 사내 사이트에 경위를 기록한 사내 보고서를 작성해 게재하고 언론에 사건이 보도되고 해당 승무원일지가 SNS,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유출의 구체적 경위나 행위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승무원일지에 A씨의 개인정보가 포함돼있지 않는 등 대한항공이 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4월15일 인천국제공항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A씨는 탑승 후 ‘밥이 설 익었다’ ‘라면이 짜다’ ‘아침 메뉴에 죽이 없다’는 등 불만을 표시했고 이 과정서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승무원은 미국 공항에 도착해 A씨의 폭행 사실을 알렸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현지 조사를 받거나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 A씨는 입국을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후 사건이 알려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논란이 일자 포스코에너지는 같은해 4월22일 A씨를 보직해임하며 진상조사 후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A씨는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는 이를 수리했다.

점잖기로 소문난 A회장
비행기만 타면 본성을?

2016년에는 기내난동 동영상이 퍼지면서 구속된 임두준씨가 화제가 됐다. 임씨는 두정물산의 임병선 회장의 아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은 임씨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팝가수 리차드 막스가 임씨의 행각을 제압하는 것을 돕고 SNS에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임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비즈니스석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A씨(56)의 얼굴을 한 차례 때리는 등 2시간가량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았다.

또 포승줄로 묶으려던 객실 사무장 B씨(36·여)를 포함해 여승무원 4명의 얼굴과 복부 등을 때린 혐의도 받았다.

항공기 기내 갑질이 불거지자 꿈자리가 뒤숭숭할 인사도 보인다.

모 기업 B 회장 역시 그의 갑질 의혹에 대한 뒷말이 솔솔 나오고 있는 것. 점잖기로 소문난 B 회장이 비행기만 타면 본성을 드러낸다고 알려지고 있다. 해외를 자주 나가는 B 회장은 승무원들을 괴롭히고 성회롱도 심하다는 전언이다. 음식도 꼬투리를 잡기 일쑤라는 것. 한 항공사의 승무원들 사이에선 B 회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탑승을 거부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희롱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에 갑질 논란의 경우 보고서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면 이미지 타격이 상당하다”며 “재계의 주요 인사들의 경우 그 여파가 해당 기업에게까지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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