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노키즈존에 대해

2018.11.07 10:00:03 호수 1191호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80년대 후반에 일이다. 휴일을 맞이해 모처럼 아내와 함께 놀이공원을 찾아 산책하던 중 갑자기 비명이 들려왔다. 순간 고개를 돌려 비명이 들려온, 청룡열차를 운행하던 곳으로 걸음을 옮기자 참혹한 광경이 시선에 들어왔다.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아기가 땅바닥에 내팽개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의아해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고는 심하게 혀를 찼다. 이야기인 즉 아기 어머니로 보이는 여인이 아기를 앞으로 안은 채 청룡열차를 시승하겠다고 고집했단다.

당연하게 제지를 당하자 여인이 아기 어머니임과 동시에 모성을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런데 청룡열차서 일 하던 사람이 정식 직원이 아닌 대학생으로 아르바이트하던 중이라 아기 어머니의 강변에 밀려 기어코 탑승을 허용했단다.

여인은 청룡열차가 운행되고, 공중서 거꾸로 매달리게 되자 자신도 모르게 아기를 안은 손을 풀게 되면서 기어코 참변을 당하게 된 것이다. 참으로 허망한 마음에 넋이 반쯤 나간 여인의 얼굴을 살폈다. 나이 20도 되어 보이지 않은 그녀의 모습을 살피며 ‘애가 애를 낳았구나’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떠올랐었다.

최근 <일요시사>서 “애들은 가라!” ‘노키즈존 찬반 논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또 ‘일요시사TV’를 통해 그 결과를 발표한 내용을 접하고 소회가 있어 한마디 하고자 한다.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음식점이나 카페 등에서 영유아들의 출입을 금지함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2014년 여름부터 실시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노키즈존은 확대되는 추세다. 그를 반영하듯 <일요시사> 설문 조사 내용을 살피면 찬성 88%, 반대 10%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필자 역시 찬성 그것도 적극적 찬성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 노키즈존이 음식점이나 카페뿐 아니라 이 사회 전 영역으로 또 장소에 맞춰 탄력적으로 확대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이유를 설명하겠다. 필자는 악기(바이올린과 만돌라)에 심취해 있는 아내와 싱어송라이터로 오디션을 통과한 딸아이가 있는 관계로 아내와 딸아이가 연관된 공연을 보기 위해 자주 공연장을 찾곤 했다.

그러나 공연장을 찾으면 공연장을 운동장마냥 여기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어린이들 때문에 공연 관람은 뒷전이고 인상까지 찡그리게 된다. 그런 이유로 아내와 아이의 공연을 점점 멀리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찾지 않을 정도다.

여하튼 노키즈존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경우 공공장소서 너무 나대는 어린이들의 보호자에게 항의하면 원만하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전자전이라고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는 점이다.

즉 나대는 어린이를 방관하는 보호자에게 주의를 요청하면 오히려 싸움으로 변질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제 자식이 나대도 수수방관하는 게다. 조그마한 소양이라도 겸비하고 있다면 어린이가 나대기 전에 그를 제지하게 마련이건만, 요즈음 일부 젊은 보호자들은 오히려 어린이의 기를 죽인다면 반발하고 있는 추세다.

그런 보호자를 살피면 앞서 언급했던 여인이, 그리고 데모대에 자신의 아이를 휠체어에 태워 앞장세우던 여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결국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노키즈존은 확대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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