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독일과 네덜란드의 2% 차이

2012.06.18 09:19:10 호수 0호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아주 작은 차이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축구다. 골의 희소성이 조그만 차이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작은 차이를 좁히고 늘리기 위한 싸움이 바로 축구라는 종목의 매력이기도 하다.



유로 2012 죽음의 B조에서 독일과 네덜란드의 희비가 엇갈렸다. 우승 후보로 평가받았던 두 팀은 너무나도 다른 조별예선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독일은 3전 전승으로 8강행 열차에 기분 좋게 탑승했고, 네덜란드는 3전 전패의 수모를 겪으면서 귀국길 보따리를 싸게 됐다.

독일과 네덜란드는 조별예선 3경기에서 모두 1골차 승부를 펼쳤다. 독일은 1-0, 2-1, 2-1 승리를 챙겼고, 네덜란드는 0-1, 1-2, 1-2 패배를 당했다. 거짓말처럼 1차전부터 3차전까지의 결과가 정반대였던 두 팀이다. 이런 결과는 앞서 언급했던 2% 차이에서 기인한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경기력 차이는 준비 자세에서 비롯됐다. 독일은 상대에 경기력의 중심을 맞췄고, 네덜란드는 자신들에게 그 중심을 뒀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百戰不殆). 축구에서도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이다. 독일은 자세를 낮추고 상대를 철저히 분석한 다음 자신들의 장점을 잘 살렸고, 네덜란드는 자신들의 힘만 믿다가 상대에게 덜미를 잡혔다. 상대를 알고 모르고의 차이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았다.

두 팀은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나란히 준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독일은 유로 2008에서 준우승을 차지했고, 네덜란드는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모두 스페인에 무릎을 꿇었다. 한데, 대회가 끝난 후 대처 자세에 좀 차이가 있었다. 독일은 '스페인 배우기'에 나서면서 자신의 스타일의 변화를 줬고, 네덜란드는 '아쉬운 준우승'이라고 자위하면서 자신들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 결과가 이번 대회의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결정적인 2% 차이가 벌어진 이유다.

축구에서 전술을 논할 때, 개인전술 부분전술 팀전술이 언급한다. 물론 3가지 전술이 모두 중요하다. 개인전술이 가장 기본이 되어 부분전술을 완성하고 그리고 팀전술로서 한 팀의 경기력이 결정된다. 때문에 개인보다는 부분, 부분보다는 팀전술이 만들기 어렵고 더 중요하다고 평가받는 것이다.


네덜란드의 개인전술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팀들 가운데 톱 클래스였다. 하지만 부분 전술은 중하위권, 팀 전술은 하위권이었다. 경기의 주도권을 잡고도 패배의 쓴 잔을 들고, 선수들과 감독이 설전을 벌이면서 분위기를 망치는 모습. 네덜란드의 조별예선 탈락의 이유는 바로 그들 내부에 있었다.

독일의 3연승 이유는 반대로 분석하면 된다. 개인보다는 부분, 부분보다는 팀 전체를 생각한 전술의 판을 들고 나왔기에 독일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2%의 결정적인 차이로 인해 죽음의 B조에서 운명이 엇갈린 독일과 네덜란드. 슈퍼스타 11명도 잘 짜여진 팀보다 위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게 한다.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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