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호날두의 국가대표 딜레마

2012.06.14 09:09:25 호수 0호

 

[일요시사=심재희 칼럼니스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또 한 번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맹활약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두 얼굴의 호날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호날두는 14일(한국시간) 새벽에 펼쳐진 덴마크와의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포르투갈이 펠레스코어 승리를 챙긴 가운데, 팀의 주포로서 상대 골네트를 흔들지 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는 등 이해하기 힘든 부진에 허덕였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호날두는 최근 5경기째 골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시즌 막판 6경기에서 모두 득점포를 가동했던 막강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작아지고 있는 호날두다.

호날두의 국가대표 딜레마는 연계 플레이의 부재로 인한 부담에서 찾을 수 있다. 호날두는 레알과 포르투갈에서 모두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지만, 느끼는 부담감이 크게 다르다. 레알에서는 편안하게 공격전개를 펼치지만, 포르투갈에서는 왠지 모를 답답함이 느껴진다.

호날두의 플레이 중심은 스피드다. 바람같은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허물어뜨리는 것이 장기다. 여기에 호쾌한 슈팅과 가공할만한 헤딩력으로 골 사냥을 펼친다.

레알에서의 호날두는 윙으로 기본 배치되지만 중앙 쪽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길이 항상 열린다. 메수트 외질이라는 지원자가 확실히 공격 조율을 해주고, 카림 벤제마와 곤살로 이과인이 횡적인 움직임까지 가미하면서 호날두와 스위칭 플레이를 효율적으로 펼친다. 패스의 속도와 공격전개 스타일이 호날두가 가진 장점과 잘 어우러진다.


하지만 포르투갈 대표팀에서 호날두는 자신의 스피드를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격 스타일이 호날두의 입맛에 맞지 않다. 원톱 자원들의 움직임의 폭이 좁고 종적으로 제한되어져 있어 호날두의 중앙 침투가 용이하지 않다. 반대 쪽 날개로 나서는 나니 역시 호날두의 플레이와는 엇박으로 놀아나고 있다.

스피드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포르투갈 공격진의 약점은 호날두의 위력을 반감시키고 있다. 호날두가 측면에 고립되어 의미 없는 스텝 오버를 펼치거나, 중앙으로 침투하면서도 볼을 잘 잡지 못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이 경기 속에 녹아들지 못하는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스로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 겹치다 보니 천하의 호날두도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부담감의 덫에 빠진다면 제 아무리 호날두라도 제대로 된 플레이를 펼칠 수가 없기 마련이다.

결론적으로 호날두가 국가대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의 스타일을 어느 정도 바꾸는 자세가 필요하다. 레알의 공격 스피드와 전개 방법이 포르투갈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그 역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적절한 템포 조절과 함께 동료들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도 '슈퍼스타 호날두'가 될 수 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호날두의 기량이 환상적이라고 해도 팀 속에 녹아들어야 빛이 날 수 있다. 호날두가 바뀌어야 포르투갈도 살고 호날두 자신도 살아날 수 있다.

OBS 축구해설위원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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