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 자른’ 담철곤 오리온 회장 '노림수'

2012.06.05 17:37:44 호수 0호

갑자기 꺼내든 수상한 ‘숙청 카드’…“혹 떼려다 더 큰 혹 붙일라”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자충수를 뒀다. 검찰이 비자금을 뒤지고 있는 자회사의 사장을 갑자기 헌신짝 버리듯 잔인하게 쫓아냈는데, 전횡 논란은 둘째 치고 당장 부메랑을 맞게 생겼다. 담 회장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또 다른 의도가 있을까.


지난달 25일 오전 9시 서울 논현동 박대호 스포츠토토 대표 집무실. 강원기 오리온 대표이사 등 오리온 임원 4명은 박 대표를 찾아가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결정사항이라며 해임을 통보했다. 이들은 들고 온 한 장 짜리 문서도 전달했다. 문서엔 한마디로 “나가라”는 내용이 담겼다.



‘대주주로서 결정사항을 통보합니다. 5월25일부로 대표이사 박대호의 직위 해제 조치를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이후로 이에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전까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할 것입니다.’

조기 수습 조치?

일방적으로 해고 통보를 받은 박 대표는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표는 “오너 대주주의 인사전횡”이라며 펄쩍 뛰었다.

오리온그룹 오너와 스포츠토토 CEO 사이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2개월 전부터다.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풀려난 담 회장은 지난 3월30일 열린 오리온 주주총회에서 3년 임기의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하면서 경영에 복귀했다.

같은 날 스포츠토토 이사회도 열렸다. 당시 오리온 측은 박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에서 각자 대표체제로 전환을 제안하면서 그룹 재무담당 출신인 정선영 스포츠토토 부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올렸다. 이는 담 회장의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은 스포츠토토 지분 66.64%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안건은 과반수가 넘은 사외이사(9명 중 5명)들의 반대로 부결됐다. 그러자 오리온은 ‘인사 수용권 거부’를 이유로 직권으로 박 대표의 해임을 이번에 통보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전횡 논란이 일고 있다. 오리온이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오리온은 “대주주로서 적법한 인사권 수용 거부”라고 설명했지만, 박 대표는 “이번 해임건은 상당한 절차상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강력히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박 대표의 직위해제를 놓고 적절한 조치란 반응과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는 검찰의 움직임이다. 이번 해임과 수사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 측은 해임 이유에 대해 “작금의 불미스러운 상황을 조기 수습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미스러운 상황은 스포츠토토에 대한 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풀이된다.

검찰은 지난 4월 스포츠토토 본사와 관계사 사무실, 임원들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수사선상엔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이 올랐다. 부정하게 빼돌려진 돈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검찰은 일단 지난달 30일 조 전 사장의 측근인 스포츠토토 김모 재경팀 부장을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은 조 전 사장과 공모해 5∼6개 계열사 임직원들의 임금을 과다계상 방식으로 지급한 뒤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전 사장의 친인척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회사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비자금 의혹’ 자회사 사장에 해임통보 논란
 수사 새 변수로 부상…‘부메랑’ 가능성도

결국 담 회장이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박 대표에게 물린 모양새다. 박 대표도 언론을 통해 “전문경영인으로서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의 추가 횡령, 회사돈 빼돌리기 등을 지적하자 해임하려 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이 저지른 죄를 누명 씌우려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담 회장이 혹 떼려다 오히려 더 큰 혹을 붙인 꼴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스포츠토토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박 대표를 갑자기 헌신짝 버리듯 잔인하게 쫓아낸 것이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검찰 수사가 윗선으로 향하자 이를 차단하려는 의도로도 분석된다. 그도 그럴 게 비자금 조성 배후에 오리온 오너일가의 연루 여부가 수사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에 그룹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를 추적 중인 검찰은 김 부장으로부터 비자금 일부를 조 전 사장이 썼다는 진술과 함께 “비자금이 고급 와인과 롤렉스, 카르티에 등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사장의 사치품 구입 등에 사용됐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오리온 비자금과 이번 수사가 진행되면서 담 회장과 조 전 사장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비자금 핵심 인물로 지목한 조 전 사장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여기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담 회장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구나 담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다. 착하게(?) 지내도 모자랄 판에 비자금 악재가 또 터진 것이다.

‘윗선’ 개입 포착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사장도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담 회장과 함께 풀려났다.

스포츠토토 이사회는 6월7일 예정돼 있다. 물론 최대 안건은 박 대표의 해임안이다. 박 대표는 순순히 물러날 리 없어 보인다. 담 회장과의 갈등이 표면화 될 조짐이다. 검찰 수사가 한창인 시점과 맞물린 박 대표 해임이 스포츠토토 비자금 의혹의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담 회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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