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골프투어’ 현주소

2008.12.30 11:27:20 호수 0호

환율상승·경기침체로 ‘상종가’

예년 같았으면 지금쯤 해외로 나가는 골퍼들로 공항이 붐빌 시기이지만 올해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원 달러 환율이 급상승했고 국내외 경기가 침체일로를 걷게 되면서 따뜻한 나라를 찾아 떠나려던 국내 골프관광객들이 제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골프투어의 현주소를 좇아봤다.


서울 강남에서 큰 중국집을 경영하는 강모(48)씨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로 친구들과 해외골프여행을 계획했다가 환율상승과 유류 할증료로 인해 비싸진 항공료 때문에 해외투어를 포기하고 2박3일 동안 70여만원으로 제주도 골프투어를 다녀왔다.
이처럼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골프를 포함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지난해 5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으며 9월과 10월에는 무려 20%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9월의 방한 외국인은 58만7853명으로 작년 동기의 55만7825명에 비해 5.38%가 늘었지만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81만874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1만5650명에 비해 19.39%나 줄었다.
이렇듯 내국인의 해외여행은 지난해 5월 109만9977명으로 1년 전보다 0.7% 줄어들면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 뒤 6월에는 5.6%, 7월에는 12.5%, 8월에는 11%가 줄었는데 9월에는 19.39%나 급감해 감소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10월 통계는 최종 집계되지 않았지만 전년 동기보다 해외여행객 수가 8~10%가량 줄어든 것으로 관계 기관들은 추정하고 있다. 공무원들이 해외연수를 자제하거나 중단하는 등 사회 전반에 해외여행을 자제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반면 9월 중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58만7853명으로 작년 동기(55만7825명)보다 5.38% 늘었고 같은 기간 방한한 일본인도 20만22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5% 늘었다. 이러한 증가세는 10월에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작년 동기에 비교해 20% 가까이 감소한 것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갈수록 줄어드는 이유는 경기 침체로 불안 심리가 증폭되고 있는데다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여행 상품 가격이 오르고 현지에서 쓸 수 있는 비용마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반증하듯 10월은 여행수지가 7년여 만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여행수지는 9월 3억8600만 달러 적자를 나타내 2004년 5월 2억8700만 달러 적자 이후 4년4개월 만에 가장 작은 규모의 적자를 냈다.
10월 들어서도 해외 여행객 수가 크게 감소한 데다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여행객들의 씀씀이도 줄어 여행수지는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이 지난 10월25일까지 여행수지를 자체 집계한 결과도 3억5000만 달러 흑자로 잠정 추산됐다.
여행수지는 2001년 4월 3억 달러 흑자 이후 줄곧 적자 행진을 이어왔으며 적자 폭도 갈수록 확대돼 서비스수지 적자의 주범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해외여행 경비로 축내는 구조가 고착화돼 우리 경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관광공사는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율 급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끼어 있어 내국인의 해외여행 감소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관광공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절정을 이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로 급감하고 있다”면서 “반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은 늘고 있어 관광수지 적자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극심한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내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나가서도 씀씀이를 크게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작성한 ‘관광수지 현황’에 따르면 8월에 내국인 1인당 해외여행 지출 경비는 988달러인데 반해 외국인은 국내에서 1016달러를 썼다. 해외관광객들도 줄었지만 해외에서 씀씀이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내국인 1인당 월별 해외 지출액이 1000 달러 이하를 기록한 것은 8월이 처음이며, 내국인의 1인당 월별 해외여행 지출액이 방한 외국인의 지출액보다 적은 것은 올 들어 벌써 네 번째다. 그만큼 내국인의 지갑 사정이 나빠졌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8월의 내국인 1인당 해외 골프투어 지출액은 98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2%가 줄어든 반면 외국인의 국내 지출액은 1016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14.6%가 늘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올 상반기 해외골프투어를 나간 골퍼는 지난 1년간 평균 해외투어 횟수는 3.1회로 지난해 조사 시점에 비해 0.9회가 늘었으며 주요 방문 국가는 중국(46.4%)이 가장 많고 태국(36.8%), 일본(10.7%), 미국(8.3%), 필리핀(5.8%) 순이었다.
골프투어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7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74점과 비슷한 수준이며 향후 해외골프투어 희망 국가는 일본이 27.1%, 미국이 21.5%, 호주가 17.3%로 1위에서 3위까지 차지했다.
1월부터 8월까지 내국인의 1인당 해외여행 지출액은 1130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3.9% 줄어들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지출액은 1118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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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면 해외로 나가던 국내 골퍼들이 환율급등의 영향으로 제주로 발길을 돌리면서 제주의 골프장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현재 도내 26개 골프장을 찾은 관광객은 71만3736명(내국인 68만7099명, 외국인 2만663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7만3048명(내국인 54만2502명, 외국인 3만546명)보다 24.6%(14만688명)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월별 골프관광객을 보면 1월과 2월에는 4만~4만4천여명에 그쳤으나 3월부터 5월에는 6만8000~8만9000여명으로 매월 1만명 정도 불어나다가 6월과 7월에는 장마의 영향으로 6만6000~7만1000명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8월 들어서는 장마가 끝나 라운드하기에 적절한 날씨가 이어지고 환율급등에 따른 경제 위기감이 고조돼 해외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도내 골프장 이용객이 9만명으로 다시 늘었고, 10월에는 10만1천532명으로 월간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는 8월 이후 환율급등으로 해외로 나가던 골프여행객들이 제주로 발길을 돌린 데다 도내 골프장업계가 연초부터 카트비를 내리는 등 요금인하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골퍼들의 호감을 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골퍼들이 몰리면서 도내 26개 골프장은 11월은 물론 12월까지 주말(금요일 오후~일요일 오전)에는 이미 95% 이상 예약이 끝나 부킹은 ‘하늘에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실정이며 주중에도 특정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예약이 쉽지 않은 상태다.
강성보 제주도 골프장담당자는 “도내 18개 골프장이 8만원이던 카트비를 4만원으로 내리는가 하면, 일부는 그린피를 중국 수준으로 인하하고 캐디선택제를 도입하는 등 업계의 자구노력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올해 겨울철에는 제주를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 좌석이 주당 30만3870석으로 지난해보다 18%가 증가했고 특히 제주-김포노선은 주당 19만846석으로 26%가 늘어나 제주를 찾는 골프관광객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도는 올해 골프관광객에 의한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3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올해 제주도를 방문한 골퍼를 포함한 총 관광객이 지난 11월4일로 500만명을 넘어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올 들어 현재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등 모두 500만8940명으로 집계돼 지난해(11월27일)보다 23일이나 앞당겨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관광객 446만4469명보다 7.4%가 증가한 것이며 제주도의 올해 관광객 유치목표인 580만 명의 86% 수준이다.
제주도는 환율급등에 따른 해외 관광비용 증가로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내국인들이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고 제주를 기점으로 하는 연안여객선 이용객이 수학여행단을 주축으로 전년대비 29% 이상 증가하면서 관광객 500만명 돌파시점이 빨라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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