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7)

2012.05.29 10:40:11 호수 0호

세상모르고 자던 범인, 불청객 등장에 ‘헉’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직감적으로 느껴진 범인 거처, 움츠러든 피해아동
도주하려던 성추행범 단박에 제압 “가만있어!”

혹 불의를 참지 못하는 성미를 잘 아는지라 잘못하여 민 사장이 사고라도 칠까 하는 염려에서 미연에 주의를 주고자 했다. 말을 끝내고 내가 선두로 계단을 오르자 내 뒤를 후배가 따랐고, 딸과 김 사장이 뒤를 이었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몸이 건강치 못한 부인은 맨 나중에 천천히 따라 올라왔다.

2층에는 양쪽으로 작은 골방이 3개씩 모두 6개의 방으로 나열돼 있었는데, 전부 밖으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 중에 유일하게 자물쇠가 채워지지 않은 방이 있었는데 남자 운동화가 아무렇게나 벗어진 채 놓여 있는 것이 왠지 인적이 느껴졌다.

나는 방문 앞에서 멀찍이 있는 김 사장 부인을 향해 손짓발짓으로 이 방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부인이 딸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딸애가 우리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방문 앞까지 와서는 무언가에 놀라는 표정으로 몸을 움츠렸다. 직감적으로 그 방이 놈의 방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혹 실수라도 할까봐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딸애를 뒤에 두고 살며시 노크를 했다.
똑똑.
똑똑.
몇 번이고 두드려도 반응이 없었다. 다시 몇 분을 기다리다가 살며시 방문을 열어보았다. 손에 땀이 흐르는 긴장된 순간이었다.

조심스러운 접근

안을 들여다보니 아주 작은 골방에 덩치가 큰 서른 초반의 사내가 속옷 차림으로 누운 채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그는 방문을 여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코를 골고 있었다. 초라한 방에는 싸구려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벽에 걸려 있고, 휴지통이며 속옷 나부랭이가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나는 김 사장 딸에게 이놈이 맞는지 확인하라고 손짓으로 신호를 했다. 딸애는 나를 방패삼아 내 옆에서 그놈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그리고는 자기 어머니를 향해 도망치듯 걸어갔다.
나는 자고 있는 놈이 김양을 추행한 놈으로 확신하고, 옆에 있던 후배에게 방안으로 들어가라고 신호를 보냈다. 후배도 이미 내 뜻을 알고 있었다는 듯 방안으로 훌 쩍 뛰어 들어서는 놈의 다리를 툭 걷어차며 깨웠다. 
“어이, 아저씨 일어나 봐요.”


그러나 약하게 찼는지 아니면 놈이 잠에 너무 깊이 빠졌는지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후배가 다시 걷어차며 놈을 깨웠다.
“아저씨! 아저씨! 일어나 봐.”
몇 번 건드리고 나서야 잠이 깬 그가 불청객이 왔음을 느꼈는지 “어, 헉!”하며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번쩍 뜨고 있었다. 놈은 갑자기 낯선 사내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서 있음에 놀란 듯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꿈인가 생시인가 헤매고 있었다.
여전히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사태를 파악하려는 놈에게 김 사장이 당장에라도 주먹을 날릴 듯이 외쳤다.
“너, 이 노옴!!”

그러면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려는 김 사장을 내가 붙들고 말렸다. 혹시 잘못해서 불상사가 일어날까 염려 되어서였다.
“누, 누구세요?”
놈이 얼결에 물으며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서려는 순간, 놈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감시하던 후배가 놈의 양어깨를 꽉 붙잡았다.
“가만있어!”
후배가 소리치며 그를 다시 주저앉혔다. 내가 그 놈에게 경고를 주었다.
“어이, 이봐, 꼼짝 말고 그대로 있어. 만약에 움직이면 가만 안둘 꺼야.”
“누구신데 이래요. 왜 그러세요?”
이제 조금 정신이 드는지 놈이 항의하듯 거칠게 물었다.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떨어져 있는 김 사장 딸을 손짓해서 불렀다.

딸이 모친과 함께 두려운 표정으로 다가오더니 그놈을 보고는 고개를 두어 번 끄덕거렸다. 그제야 사태를 눈치 챈 그놈이 비로소 우리가 무슨 일로 왔는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이, 당신, 이 아가씨가 누군지 알지? 똑바로 대답해. 응?”
내가 그렇게 윽박지르는데 김 사장 내외가 놈을 향해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에이, 나쁜 놈! 어떻게 성하지도 않은 내 딸을 건드려….”
악을 쓰듯이 소리 지르는 내외를 보고 있던 놈이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꼈는지 잽싸게 몸을 일으키더니 방을 뛰쳐나가려고 했다.
“잡아!”

건장한 체구의 범인

내가 고함치며 방문을 막아섰다. 내 말이 채 끝나기가 무섭게 후배가 놈을 다시 주저앉히기 위해 목덜미를 꽉 움켜잡고, 동시에 발을 걸어 뒤로 확 잡아당겼다.
헉!
놈이 앞으로 달려가다 목이 걸리자 뒤로 발랑 나자빠졌다. 그것도 잠시, 몸을 가누는가 싶더니 다시 일어나서 방안에 있던 옷걸이를 집어 후배를 후려치려고 했다. 그러나 태권도로 다져진 후배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후배는 놈의 의도를 예견이라도 한 듯, 몸을 날려 한손으로 옷걸이를 붙잡고 다른 한손으로 놈의 멱살을 움켜쥐고는 벽에다 힘껏 밀어버렸다. 그러고는 정강이를 걷어찼다.

그놈은 “퍽” “억” 소리를 내면서 벽에 몸을 부딪치고, 정강이를 걷어차이자 인상을 찌푸리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버텼다. 그는 키가 180cm는 돼 보이고 몸무게도 꽤 나갈 것 같은 건장한 체구였다.
나는 순간적으로 후배와 그놈과의 힘겨루기가 더 이상 지체하다간 상황이 의도한대로 흘러가지 않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급한 김에 신발을 신은 채로 방안으로 뛰어 들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후배와 맞붙고 있는 그놈의 왼쪽 무릎 뒤 오금쪽을 힘껏 걷어찼다.

“억!”하고 일격에 차인 놈이 순간적으로 중심을 잃고 주저앉더니, 다시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몸을 뒤틀었다. 나는 일어서려는 놈의 옆구리를 정권으로 내지름과 동시에 허벅지를 구두발로 다시 한 번 더 걷어차며 제압을 했다.
“야, 이 자식아, 너 감옥가고 싶어? 아니면 죽고 싶어? 어디서 설치는 거야. 응?”
옆구리를 얻어맞고 허벅지를 걷어차인 그놈은 “어 억!”하고 비명을 지르더니 그 자리에 푹 고꾸라지면서 양손으로 몸을 감싸 쥐고 죽겠다는 시늉을 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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