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로열패밀리 골목점령 백태⑪LS그룹-LS네트웍스

2012.05.04 13:09:07 호수 0호

회장님 ‘도 넘은 자전거 사랑’에 상생도로 ‘역주행’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유통대기업 2, 3세들의 골목상권 장악이 점입가경이다. 제빵과 커피는 물론, 심지어 순대와 떡볶이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문어발이 따로 없다. 특히 이들은 탄탄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워 골목상권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힘없는 소상공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밥그릇이 줄어드는 걸 망연자실 바라볼 뿐이다. 소상공인들의 밥상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기업은 대체 어딜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소상공인들의 피눈물을 짜내고 있는 ‘못된 재벌’들을 짚어봤다.

 



구자열 LS전선 회장은 재계서 유명한 자전거 애호가다. 4살 때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해 50여년 간 국내외를 누볐다. 테니스, 골프, 스노보드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지만 자전거를 최고로 꼽는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경기도 안양 엘에스타워까지 자전거로 출근한다. 지난 2009년부터는 대한사이클연맹 회장직도 맡았다.

자전거 애호가

구 회장의 ‘자전거 사랑’은 단순한 취미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0년 4월에는 자전거 수입·유통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다. LS그룹의 유통 담당 계열사인 LS네트웍스가 론칭한 ‘바이클로’가가 바로 그것이다.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로 유명한 국제상사를 인수해 이름을 바꾼 회사다.

바이클로는 서울 잠원동에 1호점을 낸 이후 지금까지 전국에 14개 매장을 열었고 지난해 약 7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자전거 등 스포츠 유통사업의 매출을 현재의 3000억원대에서 2015년 1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는 크게 흔들렸다. 중소상인들은 대기업의 자금력과 유통망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클로가 문을 연 뒤로 매출이 30% 이상 떨어졌다는 게 점포 업주들의 주장이다. 구 회장의 도 넘은 자전거 사랑이 점포 업주들의 밥그릇을 뺏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LS네트웍스는 지난 2월 유통 가맹점 사업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소상인들이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 결국 빵집이나 슈퍼마켓이 그랬던 것처럼 LS네트웍스의 유통 가맹점으로 들어가거나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자전거 업주들이 들고일어났다. 2500여 자전거 점포가 가입한 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은 새누리당과 중소기업청을 찾아가 골목상권 보호를 요청하고 나섰다. 여기에 재벌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정치권과 여론의 질책이 더해졌다.

취미 넘어 직접 사업 진출해 업계는 휘청
사업 중단 한다더니 직영점 그대로 운영

결국 LS네트웍스는 백기를 들었다. 자전거 소매업을 중단을 결정한 것. 중소 자영업자와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위한다는 명목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조치를 반겨야 할 중소상인들은 오히려 크게 분노했다. LS네트웍스가 언론플레이를 하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LS네트웍스가 직영점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업자들의 요구는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직영점의 철수였다. LS네트웍스의 사업 중단 선언이 결국 기존 사업을 계속 하기 위한 꼼수라는 게 중소상인들의 견해다.

LS네트웍스는 철수 계획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매사업, 신제품 개발, 수출사업에 전념하고 직영점을 자전거를 전시·판매하는 쇼룸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소상인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과거 말을 바꾼 ‘전과’가 있어서다.

실제 LS네트웍스는 바이클로를 론칭할 당시 ‘10만원대 자전거를 팔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몇 달 못가 대대적인 자전거 가격할인 공세를 펼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어린이용 자전거를 수입해 팔기도 했다. 상인들로선 LS네트웍스의 말을 곧이듣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사업 중단을 발표한 직후 구 회장이 “자전거는 빵집과 다르다”며 사업 재개를 암시한 바 있어 더욱 그렇다.

“일전도 불사”

현재 중소상인들은 바이클로가 직영점을 철수할 때까지 강력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그럼에도 LS네트웍스는 요지부동으로 묵묵히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골목상권에 진출했던 대기업들이 하나둘씩 철수하고 있는 흐름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물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건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의 속성상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러나 과도한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중소상인들의 밥그릇을 빼앗는 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간과한 처사다. LS그룹의 ‘역주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운 이유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