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이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21)

2012.04.16 10:49:21 호수 0호

“기회 주지 말고 밀어붙여 기를 꺾어야”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사실상 편취 “경찰에서 시시비비 가리자”
아들 명의로 받은 화장품값 독촉하자 난동

“왜 그러세요. 흥분하지 말고 앉아서 조용히 말씀 하세요.”
문 과장 역시 화를 참을 수 없다는 듯 목소리의 톤을 높여 설득하며 제재를 가했으나, 그 남자는 한판 붙을 각오라도 한 듯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는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지 입고 있던 잠바를 벗어 문 과장 책상을 내려치며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고소를 한다고 날 협박해? 당신이 뭔데 공갈을 치는 거야. 사람 잘못 봤어! 응, 이런 개 같은……!”

욕설도 난무

하필이면 오랜만에 찾아온 선배가 지켜보고 있는데 저런 소란행위가 일어나나 싶어 민망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다. 문 과장이 원만히 처리하기를 기다려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평소 대가 약한 문 과장 성격으로 봐서 기대할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좀 더 지켜볼까? 아니면 이쯤에서 중재에 나서는 게 나을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더 이상 방관하면 일이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만히 문 과장과 사내가 다투는 자리로 다가갔다. 문 과장 옆에서 가슴을 졸이며 불안해하던 여직원이 이때다 싶었는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향해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는 옆 부서로 피했다.

내가 그 남자를 향해 반문하듯 말했다. “무슨 일로 화를 내시는지 모르지만 좀 조용히 말씀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리고 재차 남자의 표정을 살피며 다시 말했다.
“여기는 여직원들도 많은데 그렇게 심한 폭언을 하시면 되겠습니까? 진정하시고 문제가 뭔지 한번 들어봅시다.”
그러자 그는 핏대 선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거칠게 대꾸했다.
“당신은 뭐요? 뭔데 끼어들어.”
잔뜩 경계하며 쳐다보는 시선이 마치 ‘너는 웬 놈이냐’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문 과장이 뒤에서 다가간 나를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는 듯 당황해 하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말조심해요. 이분은 우리 회사 총괄 이사님입니다.”
“뭐? 이사? 이사가 뭐 대수야. 아, 잘되었네.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회사에 높은 사람 낯짝이나 보려고 했는데 잘됐어.”


그가 나를 비웃듯 위아래로 째려보며 잔뜩 인상을 구긴 채 말했다. 나는 기분이 상했지만 상황 판단이 우선이기에 남자의 말에 내색하지 않고 문 과장을 향해 약간 추궁하듯 물었다.
“문 과장, 무슨 일인가? 이분이 왜 이러시는 거야?”
“예, 이사님. 이분은 우리 회사 판매원으로 활동하다가 얼마 전에 그만두었는데 미수금이 많이 남아있어 연락을 취했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통상적인 내용으로 미수금을 상환하라는 독촉장을 보낸 것뿐인데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난리를 치는 겁니다.”
문 과장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뭐야?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내가 난리를 치고 있다고? 시팔, 이놈의 회사 안 되겠구먼. 응? 사장 나오라고 그래!”

문 과장의 말을 막으며 그가 움켜 쥔 겉옷을 힘껏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는 마치 금방이라도 주먹으로 한 대 칠 기세로 문 과장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것 보세요. 여기 싸움하러 왔어요? 가만히 좀 계세요. 무슨 일인지 경위를 알아야 뭐가 잘못된 건지 알 것 아닙니까?”
나는 그를 저지하며 좀 더 강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문 과장에게 하던 얘기를 계속하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요?”
“네, 이분은 판매활동하면서 자신의 명의로 직접 제품을 가져가 판매한 미수금은 없습니다만, 아들명의로 상품을 출고하여 대금을 입금하지 않은 미수가 800만원이나 됩니다.”
“뭐요? 그럼 명의도용을 했단 말인가?”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무슨 내용인지 충분히 짐작할 것 같기에, 미리 기선을 제압하기위해 일부러 법률용어를 섞어가며 말했다.

아들은 미국에

“예. 그래서 이분께 미수금을 갚으라고 독촉장을 보내 상환하지 않으면 민·형사 법적 진행을 한다고 하자 이렇게 찾아와서 협박, 공갈했다고 난리를 치는 겁니다.”
문 과장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내가 바닥에 던져놓은 겉옷을 다시 집어서 문 과장 앞으로 던지며 말했다.
“내가 무슨 죽을죄를 졌기에 고소하겠다고 공갈을 치는 거야! 시팔, 왜 공갈을 쳐!”
그가 더욱 설쳐대며 고함을 질러댔다. 문 과장이 나서며 제지를 했지만 듣지 않았다. 보아하니 남의 얘기를 순순히 들을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막 돼먹은 사람한테 더 이상 좋은 말로 대응한다는 건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 이미 상대의 허점이 뭔지 파악한 이상 정공법으로 나가 옴짝달싹 하지 못하게 기선을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젊잖게 말했다.

“이봐, 문 과장!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어. 이분의 미수금은 단순한 상거래로 일어난 미수금이 아니잖아? 그리고 독촉장 내용이 어디가 잘못됐다는 건가? 명의를 도용해서 제품을 가져간 것은 엄격히 말하자면 편취해간 것으로서 불법행위가 아닌가?”
잠시 말을 중단하고 나서 마치 기 싸움이라도 하듯 그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사내는 뭔가 켕기는 게 있는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지고 있었다.
‘으음, 흔들리고 있군. 좋아 이제는 기회를 주지 말고 확 밀어붙여 기를 꺾어야 한다.’
“문 과장!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듣고 그대로 시행해요.”
문 과장은 이제 뭔가 해결점이 보인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에 화색이 돌며 내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분의 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예, 지금 미국유학 중이랍니다.”

“그럼 유학 중에 우리 회사에 영업판매사원으로 입사를 했다는 말인가?”
“오래 전의 일이라 그것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먼저 이분께 우리 회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면 고소를 하라고 해. 그리고 이분 아들이 제품을 가져가 영업행위도 하지 않고 대금만 떼먹었다면 사기 등의 혐의로 고소를 하면 되지 않겠어?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면 그 대금을 입금해야지, 미국으로 왜 도망갔지?”
“뭐요? 우리아들이 도망을 가긴 왜 가요?”
그 남자는 말꼬리를 물고 덤벼들듯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기가 한풀 꺾였는지 항의하는 정도가 약했다.
“도망을 가고 안가고의 판단은 우리가 하는 겁니다. 회사입장에서는 800만원이나 되는 귀한 재산인 상품을 가져가 연락조차 없이 미국으로 간 건, 물건 대금을 입금하지 않기 위해 도피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이 문제는 우리가 다툴 것이 아니라 경찰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면 될 게 아닙니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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