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분쟁’ 핵심 관전포인트

2012.04.03 11:02:42 호수 0호

골육상쟁에 막후 조력자 어른어른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삼성가 상속 분쟁이 확산되고 있다. 3남이 물려받은 재산을 두고 장남에 차녀, 그리고 차남 가족들까지 달라붙었다. 이들이 각자 낸 소송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엄청난 일을 과연 혼자 결정한 것일까다. 삼성가 전쟁에 어른거리는 막후 조력자들을 꼽아봤다.



장남·차녀 이어 차남 며느리 일가도 소송전 합류
배후서 조언 인물 주목…개입 정황도 속속 포착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3남5녀(맹희-창희-건희-인희-숙희-순희-덕희-명희) 가운데 3남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낸 자녀는 장남 맹희씨와 차녀 숙희씨, 차남 창희씨의 며느리 일가다. 이들은 모두 이건희 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실명 전환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보유 주식 중에서 자신들의 몫을 요구하고 있다.

지원군 보인다

이번 소송에서 주목되는 점은 이들의 배후에 누가 있냐는 것이다. 아무리 원한이 크다고 해도 피붙이를 향해 칼을 겨누는 엄청난 일을 혼자 결정할리 없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시 말해 훈수를 두는 막후 지원군이 있다는 얘기다.

일단 ‘반 이건희’측은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뭉친 모양새다. 이들은 모두 소송 대리인으로 화우를 내세웠다. 당초 맹희씨가 소송을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화우는 숙희씨에 이어 창희씨의 차남 식구들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화우 측은 “이들 소송을 병합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우는 창희씨의 부인과 장남 등도 설득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화우는 소송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의사가 있거나 참여 가능성이 있는 삼성가 형제들을 더 만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민사 소송에서 로펌이 받는 수임료는 소송가액의 1∼2% 정도. 이에 따라 화우는 이번 소송에서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승소할 경우 성공 보수조로 수임료는 더 올라간다. 합의를 해도 조정액의 일부를 수임료로 챙긴다.

가장 먼저 소장을 접수한 맹희씨의 배후엔 CJ가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 측은 “회사와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맹희씨의 장남인 이재현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았냐는 미심쩍은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 이재현 회장은 소송을 미리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현 회장은 부친이 소송을 내기 전 가족관계 증명을 위해 소장에 첨부한 ‘제적등본’을 발급받았다. 이재현 회장이 소송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소장 접수 전날 ‘수상한 동행’도 포착됐다. CJ 계열사 법무팀 관계자와 화우 측 변호사가 함께 맹희씨가 거주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된 것. 이 역시 이재현 회장과 CJ의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다. 삼성 측도 CJ 측을 소송 배후로 지목, 이재현 회장의 동태를 살피다 걸리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맹희씨의 부인이자 이재현 회장의 모친인 손복남 CJ 고문이 막후에서 이번 소송을 조종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CJ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숙희씨 뒤에도 든든한 인물이 떡 버티고 있다. 바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다. 조 회장은 고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4남으로, 1987년 구명진씨와 결혼하면서 숙희(남편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사위가 됐다.

삼성가 소송전에서 ‘조정호 역할론’이 부각되는 이유는 그가 ‘골육상쟁’을 한두번 겪어본 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부친의 재산을 두고 형제들과 싸운 경험이 있다. 그 유명한 ‘한진가 형제의 난’이다. 한진가 2세들은 조 창업주가 세상을 뜨고 유산배분 과정에서 재산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주인공은 조 창업주의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3남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4남 조정호 회장이다. 이들은 장남과 3남, 차남과 4남이 각각 편을 나눠 갈등을 겪었고, 급기야 법정다툼으로 비화됐다.

차남-4남에 비해 장남-3남이 비교적 많은 재산을 물려받은 게 발단이 됐다. 당연히 먼저 싸움을 건 쪽도 차남-4남이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정석기업의 주식 일부를 넘기고 3억400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법원의 강제조정에 따라 주식을 나눠가졌지만, 이후에도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치지 않았다. 한진가 형제들은 유언장 진위, 면세점 납품권, 선친 기념관 건립, 김포공항 주유소 등을 두고 재판을 거듭한 바 있다.

창희씨 쪽 소송 당사자는 차남 고 이재찬씨의 유족들이다. 2010년 8월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재찬씨의 부인 최선희씨와 아들 준호, 성호군은 최근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1000억원대 주식인도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최씨는 친정 측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창희씨의 부인 이영자씨와 장남 재관씨는 변호사를 통해 “유산 문제는 과거에 이미 다 정리됐다. 향후에도 이와 관련한 추가 소송은 없다. 소송은 이창희씨 유족의 뜻과는 명백히 다른 최선희씨 단독으로 한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렇다면 ‘큰일’을 최씨 혼자 한 것일까. ‘비운의 황태자’ 재찬씨와 오래전부터 별거해 온 최씨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인 두 아들을 데리고 살고 있다. 2000년 새한그룹이 무너진 뒤부터다. 이후 최씨는 삼성가와 등을 돌리고 지내왔다. 시댁 집안 모임에도 일절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앞서 소송을 낸 맹희·숙희씨와의 사전 교감 가능성은 적다.

단순히 ‘쩐’이 목적일 것으로 좁혀지는데, 결국 누구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냐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시선을 최씨의 친정으로 돌려보면 상황이 달라진다고 입을 모은다. 최씨의 부친이 다름 아닌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인 탓이다.

2004년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 혐의로 구속된 최 전 회장은 2008년 특별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된 이후 재기 의지를 불태웠으나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동아방송예술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배우 김혜정씨, 가수 배인순씨와 이혼한데 이어 장은영 전 KBS 아나운서와도 헤어지면서 ‘돌싱’으로 지내고 있다. 최씨는 김혜정씨와 사이에 낳은 딸이다.

입김 작용했나


최 전 회장도 가족과 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 여동생 혜숙씨는 1995년 “부친(고 최준문 동아그룹 창업주)이 자신의 몫으로 남겨놓은 빌딩과 땅, 주식, 현금 등을 돌려 달라”며 최 전 회장을 상대로 300억원의 재산반환 소송을 제기했었다. 최 전 회장은 수십억원을 주고서야 재판을 끝낼 수 있었지만, 이 노하우(?)를 딸에게 코치하거나 부추겼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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