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추적> ‘길거리유혹 남녀’ 따라갔다 패가망신한 사연

2012.04.04 17:23:12 호수 0호

“살아서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

[일요시사=강의지 기자] 계절에 상관없이 인파로 붐비는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어요?”, “도(道)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십니까?”라는 말들로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습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역 부근에서도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학 개강식과 맞물려 대학교 캠퍼스, 학원가 등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이 소속된 종교도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이런 무차별적인 포교행위를 벌이고 있는 것일까. 혼탁한 세상의 틈을 비집고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사이비종교.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피해사례’를 중심으로 집중 취재해봤다.



사이비종교 피해자카페 늘어…피해호소 마지막 절규하는 사람들
최근엔 강제 납치 · 입소 후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 주는 곳도

A씨는 잠실역에서 운전면허학원 수강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낯선 여자 2명과 마주쳤다. 그들은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관상이 좋아 보이는데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A씨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2명의 여성은 담고 있던 말들을 쏟아냈다. “복이 참 많아보이시는데 공덕을 드리면 액운이 떨어지고 집안에 복이 많이 옵니다.” “우리와 만난 것은 앞으로 액운을 막을 수 있으니 님에겐 행운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A씨의 말을 무시한 채 2명의 여성은 자신들이 공부하는 곳으로 잠깐 가서 이야기 좀 나누자며 A씨를 군자역으로 끌고 갔다.

“관상이 좋아 보여”
진화하는 포교행위


도착해보니 가정집 같이 생긴 건물 제일 위층에 이들이 말하는 공부방이 위치해 있었다. 방은 허름했고 각 방마다 자물쇠 장치가 있었다.

이내 한 명의 여성이 A씨를 방으로 안내하더니 “공덕을 드리기 위해선 제사를 지내야 하는데 가진 돈 얼마나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A씨가 5만원 밖에 없다고 답하자 이 여성은 “공덕을 드리려면 10만원은 줘야 하는데, 일단은 5만원부터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무언가 잘못 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A씨는 도망치듯 그 건물을 빠져나왔다.

A씨는 “그 곳에서 도망친 후에 그들이 엄청난 사이비종교집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터넷과 카페들을 찾아보니 이 종교의 피해자들이 엄청 많고, 피해자들의 글을 읽어보니 심지어 세뇌시키기 위해 ‘환청약’을 주는 곳까지 있더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해당 종교에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D카페는 회원수만 2천여명에 이른다. 이곳에서 또 다른 피해 사례를 엿볼 수 있었다.

B씨는 “지금까지 모두 세 번이나 만났는데 수법이 모두 달랐다”며 끔찍한 기억을 털어놨다.

처음 B씨가 이들과 만난 것은 지난 2009년 겨울. “도를 아십니까”라고 접근해 집 근처까지 따라오고 반복해서 찾아오는 등 끈질기게 굴었다. 그러나 당시 ‘도를 아십니까’라며 접근해 오는 사람들이 논란이 되자 이들은 수법을 바꿨다.

2010년 겨울방학이던 어느 날 B씨는 시내에 나갔다 또 한 번 이들과 마주쳤다. 남자와 여자는 B씨에게 “공부하는 사람들인데 물어 볼 것이 있다”며 접근해왔고, B씨를 자신들의 연락소로 데리고 간 뒤 ‘조상에게 치성을 드려야 한다.’ ‘머리가 무겁고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털어놓아라.’ ‘정성을 들여야 하는데 정성껏 돈을 내라’라며 본격적인 속내를 드러냈다.

세 번째는 평소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고등학교 친구의 연락이었다. 갑작스레 전화가 와서 안부를 묻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 만남을 제의해왔고, B씨는 별 의심 없이 약속장소에 나갔다.

이야기를 나눈 뒤 친구가 B씨를 데리고 간 곳은 해당 종교의 연락소였다. B씨의 친구는 “조상의 업보와 전생에 네가 지었던 죄를 모두 없애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성을 드려야 한다”며 B씨를 독촉했고, 돈이 없으면 남의 돈을 빌려서라도 내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몇 억까지 피해를 봤다는 이야기, 해당종교에 빠져 10년간 돌아오지 않는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이야기, 길거리에서 말을 걸어오자 외면했더니 덩치 큰 남성으로부터 납치당할 뻔 했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포덕꾼’의 눈물
‘포덕꾼 가족’의 피눈물

또 자신이 과거 포덕행위를 하여 사람들을 입소시킨 장본인이었다고 밝힌 이도 있었다.

당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고 어려워진 상황에서 해당종교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C씨. 신도로 활동하던 중 책임자 격인 선감으로부터 포덕을 제의받았다.

포덕은 한마디로 ‘사람 데려오기’를 뜻한다. 해당 종교에서는 이 사람 데려오기를 복을 짓는데 있어 가장 큰 복이라고 칭한다. 포덕을 많이 하면 할수록 조상을 빨리 천도시키고, 나중에 지상천국을 가는데 가장 큰 복이라고 설정해놨기 때문이다.

C씨는 ‘집에서 짐을 챙겨 나와라, 성금도 모셔야 한다, 그래야 집이 편안해 진다’는 선감의 말에 동생에게 없는 말을 지어내 돈을 마련해 성금으로 냈고, 이후 울산으로 내려가서 1년 정도 포덕활동을 했다.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까지 낳아
종교 포교활동 자체 대응 “적극 부정, 솔깃한 유혹 현혹되지 말아야”

C씨는 “그곳 생활하면서 예전에는 몰랐던 구타와, 갈취가 팽배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점점 심해졌고 회의가 느껴져 2번 정도 도망을 쳤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길목에는 항상 그들이 버티고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7월에는 탈퇴의사를 밝힌 여신도를 집단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D씨는 미술대학 재학 중 종교단체의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준다는 꾐에 넘어가 집에서 온갖 명목으로 5000만원 가까운 돈을 갖다 바치고, 급기야 가출하여 그들의 연락소에서 생활했다.

그러던 중 해당 종교의 교리와 체계에 회의를 품고 탈퇴하기로 마음먹었다. “포덕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미칠 것 같아서 터질 것 같고, 정말 죽고 싶고 살아서 여길 안 내보내주면 죽어서라도 나가고 싶다”라는 문자를 선감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그 문자가 계기가 되어 그들은 D씨를 며칠간 굶기고 둔기 등으로 때려 숨지게 했다.

D씨의 엄마는 “어린 여학생을 유혹해 가출하게 하고, 거리 포덕을 시키고, 부모를 기망하여 돈을 가져오게 하고, 고액 대출을 받아 치성금을 내게 하더니 탈퇴하겠다고 하니 죽을 때까지 때렸다”며 “이 살인단체를 벌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해당 사이비종교는 길거리 포덕으로 낚시질을 하여 선량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금전 갈취를 하고 그 과정에서 인권유린 행위를 일삼으며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지만, 포덕을 하는 이들도 같은 피해자일 수 있다”라며 “이들은 어처구니없게도 사이비 종교의 기망과 세뇌에 의해 자신의 의지를 조종당해 집을 나가 합숙생활을 하고 사람을 데려오는 등의 일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집에서 내놓은 자식, 아이를 두고 나간 엄마 혹은 아내 그리고 아빠가 생기는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이비종교 피해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관계기관에서는 별다른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들 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자체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이비종교단체의 포교활동에 대한 사전인지를 통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로 2인 1조로 활동하며 20~30대 젊은 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피해자들은 포교인의 접근방법에 일정한 유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취업, 건강, 성적 등 대상자의 고민거리를 지적해 집중하게 만드는 유형, “근처의 건물을 어떻게 가는냐”고 물으면서 접근하는 유형, “기운이 강하다” “복이 많다”며 접근하는 막무가내형, 또는 아파트나 빌라 등 집을 돌아다니며 “수도원에서 왔다. 물 한잔만 달라”는 유형 등이다. 

첫 발 안 들이는 게 중요
유혹에 현혹되지 말아야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사이비종교 포교활동이라고 의심될 경우 적극적인 부정 의사를 표시한 뒤 즉시 그 자리에서 빠져 나올 것을 주문했다.

종교피해고발센터 관계자는 “사이비 종교의 피해는 물질적·정신적 피해뿐만 아니라 폭력, 실종 등 인명 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의심되는 초반에 빠져나오지 못하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하루에 사이비 종교 피해 관련 문의가 수 십건씩 접수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 외에 수를 고려해보면 피해자 수는 어마어마할 것이다”라며 “현재로서는 사이비종교 단체의 접근방법, 교리 등을 사전에 인지해 포교인이 접근 시 피하는 게 현실적인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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