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마니아’ 선종구(하이마트 회장) 골프장사업 ‘쪽박’ 사연

2012.02.27 11:23:59 호수 0호

사재에 자녀들 돈, 빚까지 “개털 되게 생겼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이 ‘쪽박’을 차게 생겼다. 대규모 골프장 사업에 무리한 투자를 강행한 게 화근이다. 자신의 사재는 물론, 자녀들의 돈까지 모조리 쓸어 담았다. 이처럼 일가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 골프장 사업에 집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선 회장은 급기야 하이마트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 차입까지 동원했다. 그야말로 빈털터리 신세가 된 것. 업계에서 선 회장이 이번 경영권 지분 매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업비 1500억원 규모의 골프장 사업에 사재 탈탈
관계사에서 일하는 아들딸로부터 투자금 끌어모아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은 재계에서 유명한 ‘골프마니아’다. 웬만한 골프인이라면 선 회장을 다 알 정도다. 70년대 말 지인들의 권유로 골프채를 손에 쥔 이후 빠짐없이 연습장을 찾으며 실력을 갈고 닦았다. 현재 선 회장의 골프실력은 프로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후문이다.

선 회장의 골프에 대한 애착은 남다르다. 경영외적으로 가장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부분도 골프다. 지난해 3월까지는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유진그룹과 경영권 분쟁 끝에 지분 매각 결정을 내린 다음 날까지 라운딩을 나섰다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심지어 선 회장은 취미를 넘어 직접 골프장 사업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골프마니아
골프실력 수준급

선 회장은 현재 엔바인리조트의 실질적인 대주주다. 엔바인리조트는 강원도 춘천시 동산면 일원의 51만여평 대지에 조성된 27홀 규모의 골프장이다. 선 회장이 이 골프장을 매입한 시점은 개발사업이 진행된 지난 2009년 전후로 추정되고 있다.

자세한 사업 내용은 춘천시 고지(제2009-265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지에 따르면 엔바인리조트는 총 사업비 1500억원의 규모로 지난 2009년 9월경 강원도와 춘천시로부터 인가를 얻어 사업을 시작했다. 사업 종류는 춘천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로 정식 명칭은 춘천 엔바인리조트 조성사업으로 붙여졌다. 시행자는 이윤석 엔바인 대표로 돼 있다.


투자금 대부분은 선 회장의 호주머니에서 나왔다. 선 회장은 지난 2005년 이후 하이마트 경영권이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AEP)에 단계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보유 지분 약 14%를 매각해 확보한 1000억여원을 골프장에 투자했다. 여기에 자신의 월급은 물론 하이마트 관계사에 취업한 아들과 딸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개발투자에 집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사업은 시작 직후부터 위기에 직면했다.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한 것. 이 때문에 선 회장과 그의 자녀는 부지 매입비를 제외하고도 약 1700억원 이상의 조성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준공 이후까지 이어졌다. 회원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이 사업은 당초 최소 300~400명의 회원 모집을 목표로 추진됐다. 그러나 골프장과 리조트가 준공된 지난해 중순까지도 회원 모집률은 당초 계획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자녀 관계사 경영 참여
회사 기회 유용 문제

그동안 선 회장이 가만히 있던 건 아니다. 거래처와 지인 등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며 회원권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해 가을 개장을 목표로 진행됐던 사업은 올해8월말까지 개장이 늦춰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골프장을 회원제가 아닌 ‘퍼블릭’으로 전용하는 방안까지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사업은 진전을 보이지 않았고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소요됐다. 자연스레 공사대금이 체납됐다. 체납급 역시 선 회장 본인이 부담했다. 이 과정에서 선 회장은 여유자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매우기 위해 하이마트 지분을 담보로 한 금융권 차입까지 동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선 선 회장이 이번 경영권 지분 매각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선 회장이 골프장 투자로 막대한 채무를 지고 있는 만큼 하이마트 지분 매각이 절실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이마트 측 관계자는 “선 회장 골프장 사업에 투자를 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회사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원 모집율 계획의 30% 밑돌아…금융권 차입까지
업계, 골프장 사업이 유진그룹과의 갈등의 방아쇠?

한편, 일각에서는 선 회장이 벌이고 있는 골프장 사업이 지난해말 유진그룹과의 경영권 갈등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골프장 사업이 이들 사이의 갈등이 촉발되는 '방아쇠'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선 회장은 대우전자 총판권 영업과 양판점 형태 사이에서 고민하던 경영진을 설득, 지금의 하이마트를 있게 한 사실상 창업자다. 선 회장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2002년초 하이마트 국내 영업 본부장직을 맡은 데 이어 동년 말 회사의 사령탑에 올라 하이마트를 국내 최대 가전 전문 유통회사로 키워냈다. 지난 2008년 회사가 유진그룹에 넘어간 뒤에도 경영권을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다.


유진그룹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말의 일이다. 선 회장 아들, 딸의 관계사 경영 참여 및 회사 기회 유용 등이 문제가 됐다. 먼저 선 회장의 아들 현석씨는 하이마트 계열사인 HM투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항공권 발권, 국내외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혼수제품 고객이 많은 하이마트와 연계 마케팅을 통해 신혼여행 사업 등을 하고 있다.

또 선 회장의 딸인 수연씨는 하이마트가 광고 전량을 담당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윌의 지분 37.5%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하이마트는 커뮤니케이션윌이 창립된 지난 2000년도 이후부터 공개경쟁 절차를 생략한 채 광고 전량을 몰아줬다. 때문에 업계에선 회사 기회 유용과 관련해 향후 문제가 불거지리란 관측이 제기됐다. 유진그룹이 선 회장에 불신을 품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때부터인 것으로 전해졌다.

“자세한 내용 몰라”
“갈등과 무관해”

이런 가운데 선 회장의 골프장 투자와 관계사 등에 회원권 분양 압력을 넣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의 골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측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시작됐고, 급기야 유진그룹이 콜옵션을 통해 추가 확보한 지분을 무기로 선 회장을 끌어내리려 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표면화 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이마트 측 관계자는 “골프장 사업 문제가 유진그룹과의 갈등이나 경영권 지분 매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하이마트와 유진그룹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흘러나온 일각의 추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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