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씨들 혓바닥’에 탈출구 전면봉쇄 된 박희태의 말로

2012.02.13 11:20:52 호수 0호

초반엔 ‘희태희태’ 했는데 후반은 ‘위태위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화려한 정치적 이력이 죽을 쑤는 양상이다. 새해벽두부터 시작된 ‘고씨’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은 ‘돈 봉투 살포’ 용의자로 박 전 의장을 지목했고 이어 고명진 전 비서가 확인사살을 이어갔다. 이제 박 전 의장은 빼도 박도 못할 백척간두의 위기상황에 탈출구마저 전면 봉쇄된 상황이다. 이제 그의 말로는 검찰의 칼날 앞에 간당간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고승덕 ‘돈 봉투 살포’ 용의자 박희태 지목
고명진의 진술번복에 급물살 탄 검찰 수사



박희태 전 국회의장이 지난 9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비서가 구속된 데 이어 이번엔 본인이 ‘돈 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되면서다.

이제 ‘당 대표→6선 의원→국회의장’으로 화려하게 정치이력의 종지부를 찍으려던 계획은 완전히 물 건너가게 됐다. 특히 박 전 의장은 중도 퇴진한 역대 5번째 국회의장에 이름을 올리며 불명예 퇴진 명단에 합류하게 됐다.

“김효재에 다 보고했다”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의 폭로로 촉발된 박 전 의장의 고행은 사실상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됐던 것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고 의원은 지난달 8일 검찰에 직접 출두해 “지난 2008년 7월 전당대회 2∼3일 전에 의원실로 현금 300만원이 든 돈 봉투가 전달됐으며, 봉투 안에는 박희태라고 적힌 명함이 들어있었다”고 폭로했다.

그간 공공연히 정계 안팎에서 떠돌던 ‘전당대회 돈 선거’의 실체가 낱낱이 공개되자 정국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 전 의장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폭로가 더해졌고, 검찰이 돈줄의 흐름을 밝혀내며 박 전 의장은 난관에 봉착했다.


박 전 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씨가 지난 9일 <동아일보>에 편지를 보내 고 의원으로부터 300만원을 돌려받은 뒤 이 사실을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했다고 밝힌 것.

고씨는 지금까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고 의원으로부터 돈을 돌려받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받은) 돈은 내가 썼고 누구에게 보고하지도 않았다”고 진술해왔다.

하지만 고씨는 편지에서 “정작 책임 있는 분이 자기가 가진 권력과 아랫사람의 희생만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을 보면서 결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고씨는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진술을 번복한 경위를 해명했다.

<동아일보>가 "누구를 지칭하느냐"고 고씨에게 묻자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라며 “그분이 처음에 고 의원에 대해 ‘일면식도 없다’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 여기까지 일이 이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김 수석을 지칭한 것.

여기에 검찰은 박희태 캠프 측이 전당대회 직전 5000만원 상당의 수표를 현금으로 바꾼 사실을 포착했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전대 직전 라미드그룹(구 썬앤문그룹)으로부터 소송사건 수임료 명목으로 받은 수임료 1억원 가운데 우리은행 1000만원권 수표 10장 중 4장을 박 전 의장의 집사로 불리는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이 2008년 6월말 현금으로 바꾼 사실을 확인한 것.

별도의 1000만원도 당시 박희태 캠프 공식회계담당자였던 함모 보좌관에게 넘어가 현금화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전 의장 캠프 측은 라미드그룹으로부터 미심쩍은 돈 1억원을 받았고, 이 돈이 전당대회 직전 현금으로 바뀌어 고승덕 의원과 안병용 은평구 당협위원장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이처럼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고, 폭로들이 더해지며 박 전 의장은 지난 9일 결국 사퇴로 불명예 퇴진에 이르렀다. 지난 9일 박 전 의장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큰 책임을 느끼며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

모든 것을 짊어지겠다. 관련된 사람이 있으면 모두 자신의 책임으로 돌려라”라는 입장을 전했다. 사건의 책임 당사자임을 처음으로 자인한 셈이다.


디도스 특검도 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전 의장의 사퇴만으로 사태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수사내용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사법처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수석 역시 박 전 의장과 비슷한 시기에 검찰 소환조사를 통한 사법처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앞서 박 전 의장은 지난해 10·26 재보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과 관련하여 자신의 비서가 전격 구속된 상태다. 검·경 수사결과 박 전 의장과는 무관한 것으로 결론 났지만 아직도 의혹의 눈초리가 완전 걷힌 것은 아니다. 게다가 디도스 사건은 이제 특검으로 넘어갔다. 때문에 특검의 결과도 박 전 의장으로서는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

무엇보다 본격 박 전 의장의 검찰 수사가 이루어질 경우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에 새누리당 내에서 불고 있는 ‘실세 용퇴론’이 탄력 받을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박 전 의장은 개국공신이던 6인회의 한 사람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정치인생 말년에 박 전 의장은 이제 검찰 소환 통보에 귀 기울이며 전전긍긍하는 처지가 됐다. 그의 말로는 ‘안 봐도 비디오’가 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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