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1)

2012.02.07 17:38:59 호수 0호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아군… 영원한 협력자도 없어
모방송사 보도국장임을 내세워 반품 요구 협박

시대가 많이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허세와 권위의식을 가진 협력자를 이용하는 자들이 간혹 있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인 지위와 권위를 가진 자가 도리어 약점이 되어 상대방에게 역공의 기회를 제공 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또한 영원한 협력자는 없다. 비록 적의 협력자라고 하더라도 서로 이해만 잘 맞춘다면, 어제는 적의 협력자라도 오늘은 내편의 협력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적의 친구는 나의 친구도 된다’는 말처럼 누구를 얼마나 자신을 위해 유리하게 활용하는가가 바로 지혜로운 자이기 때문이다.

권위 이용해 협박

어느 해 초가을 날 오후의 일이다.
회사에서 신입사원들을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교육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섰다. 돌아보니 사장 비서실 여직원이었다.
평소 깔끔하고 침착한 직원인데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모습으로 성급히 나를 찾고 있었다. 여간해서는 교육 중에 들어오지 않는 게 상식인데 무척이나 긴급한 상황인 모양이었다.
“무슨 일입니까?”
교육을 하다말고 멈춘 채 여비서에게 물었다. 여비서는 신입사원들 앞에서 말하기가 거북한 듯 잠깐 보자는 신호를 보냈다. 해서 교육 중인 사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죄송합니다, 이사님!”
“무슨 일인데 그래?”

“경비실에서 인터폰이 왔는데요. 오래전에 그만둔 영업판매사원과 낯선 남자들이 지방에서 봉고트럭으로 제품을 싣고 와서는 일방적으로 반품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사전 연락도 없이?”
“네. 그 사람들이 싣고 온 제품을 회사 내부로 반입하겠다고 하면서 주차관리 요원의 만류를 듣지 않고 주차장과 접한 도로에 제품을 내려놓은 채 무조건 사장님 면담을 요구하고 있어요. 지금 비서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그런 무례한 사람들이 있나. 그래, 직원들이 그 사람들을 제지하지 않고 뭐 했어?”
“그러지 않아도 영업부 직원들이 사장님과 면담하기 전에 먼저 자신들과 대화를 하자고 하며 만류하였으나 영 듣지 않고, 사장님만을 만나야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장님께 보고를 드렸더니 바쁜 일정이 있다고 하시면서 먼저, 임 이사님께서 그들을 만나 회사의 규정과 원칙대로 처리하기를 원하셔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나는 일단 총무부 교육담당 팀장에게 다음 교육 일정을 당겨 실시하라고 지시하고는 바로 내 사무실로 돌아와 민원실 노 차장을 찾았다. 그러고는 예전 5월경에 있었던 일을 잠깐 회상했다.
5월 어느 날, 모 방송사 보도국이라고 하면서 사장님과 통화를 원하는 전화가 왔다. 마침 사장님이 외출 중이어서 통화가 어렵다고 하자 대신 회사 책임자를 찾는다고 해서 내가 전화를 받게 되었다.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는 묵직한 저음으로 50대 중반쯤으로 느껴졌는데, 통화를 하자마자 대뜸 자신이 모 방송국 보도국장이라고 했다. 그는 광주에 사는 누님의 부탁으로 전화를 했다면서, 누님이란 사람이 우리 회사 모 지점 영업판매 중간 관리자로 활동하다가 그만 두었다고 했다.
그는 누님이 회사를 그만 둘 당시 수천만원 상당의 팔지 못한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데, 그 제품을 소비자가격으로 반품 받고 동시에 대금을 환불해 달라고 했다. 나는 전화한 남자의 의도가 충분히 짐작되어 다시 한 번 그의 신분을 모르는 체 물어보았다.

반격하자 ‘깨갱’

“잠깐, 지금 누구시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아, 나, 모 방송국 보도국 P국장입니다.”
그는 목소리를 쫙 깔고 무게를 한껏 잡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광주에서 활동하셨다는 누님의 성함은 어떻게 됩니까?”
“아, 그건 좀 곤란하고, 반품을 받아주겠다는 것만 말하세요!”
전형적인 고압 자세가 완전히 상대를 무시하는 말투였다. 나는 기분이 몹시 상했으나 어차피 상대방이 민원인이고 내 입장을 생각해서 꾹 참았다.

“알겠습니다만 어차피 반품을 하기 위해서는 신분을 알아야 합니다.”
“회사에서 약속해주면 대신에 다른 사람이 제품을 싣고 가면 되지, 굳이 신분을 알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
그는 반말까지 섞어가며 무리한 요구를 했다.
“저희 회사는 반품을 승낙하는 규정과 절차가 있습니다. 회사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 제품을 싣고 와서 반품한다고 모두 받아주는 게 아닙니다.”
“그럼 받아주지 못하겠다는 말이요?”
그는 노골적으로 흥분하며 화를 돋우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침착하게 업무적인 태도로 말했다.
“못 해주겠다는 게 아니라 본인이 출고한 것에 대한 본인 여부 확인과, 출고 기간, 그리고 반품 가능한 상품 상태 여부 등을 검수하는 절차가 있다는 겁니다.”

“허어, 이거 안 되겠네요. 취재를 하러 가야겠구먼.”
가소롭다는 듯 협박까지 하고 있는 그를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뭐라고요?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취재를 하러 온다고요? 어느 방송국 보도국장이라고 했죠? 지금 당장 취재하러 오세요. 방송국에서 이권에 관련해서 취재를 하러 온다고요? 지금 회사를 협박하는 겁니까? 내가 방송국과 중재위원회에 보도국장이 누님의 이권에 관련해서 취재를 할 수 있는지, 그 문제로 기업에 협박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하신 말은 모두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바랍니다.”
나는 틈을 주지 않고 강하게 반격을 가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내가 먹혀들지 않고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느껴졌는지 슬그머니 꼬리를 낮추기 시작했다.
“내가 언제 현직이라고 했습니까? 전직 보도국장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제가 언제 취재를 하러 간다고 했습니까? 취재를 요청한다고 했지요.”
그는 자신이 방금 협박용으로 써 먹은 말들을 주워 담기 시작하더니 결국에는 발뺌하기에 바빴다. 나 역시 굳이 시비를 불러일으킬 의도는 없었다. 괜히 다투어봐야 회사입장에서 득 될 것이 없었기에 상대방이 자세를 낮추면 걸맞게 대응하면 될 것이라는 판단에 음성을 낮추며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 컨설팅 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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