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12)

2012.02.13 11:08:46 호수 0호

“연합군을 제압해 적을 다스린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남성 3명 대동, 6000만원어치 환불 요구
기선 제압을 위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

“이제 그런 얘기 그만 합시다.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서면으로 작성해서 내용증명을 보내주세요. 그러면 담당자가 친절히 상담을 해줄 겁니다. 반품 가능한 제품이라면 당연히 해줘야죠.”
상대방 역시 자신의 권위가 먹혀들지 않고 도리어 잘못하면 역공격을 당하겠다고 느꼈는지 싸움보다는 화해를 원하는 어투였다.
“아아, 예, 이사님! 제가 누님에게 연락을 드리라고 하겠습니다. 연락하면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그날 이후 그 사내가 말한 누님이라는 사람은 도통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혹시?’
그 당시 보도국장이라고 한 그의 누님이라는 분이 제품을 싣고 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데 노 차장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노 차장 역시 방금 제품을 싣고 온 사실을 보고받고, 주차장으로 내려가 쌓아 둔 박스를 확인하고 올라오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그에게 일단 필요한 지시부터 했다.
“노 차장, 직원들을 주차장으로 내려 보내서 어떤 경우라도 내 허락 없이 회사 내로 제품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지금 당장 비서실로 가서 반품을 하기 위해 사장님과 면담을 요구하는 사람들을 이리로 데리고 와요.”

취조하듯 거만한 투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사님, 그들이 사장님을 만나겠다고 우기며 내려오려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리고 제품을 회사 내로 끝내 반입하려고 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직원들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반입을 막으세요. 그리고 내가 반품과 관련된 모든 업무의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득하고, 일단 나를 만난 후에 사장님을 만나 뵙도록 주선해 드리겠다고 설득하여 그분들을 모시고 오세요.”
“네!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고 나간 노 차장이 잠시 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 1명과 같은 나이대의 남자 셋을 데리고 내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관리부 직원들이 혹 있을지도 모를 돌발사고를 대비하기라도 하듯 뒤따라와서 그들을 지켜보고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나는 그들을 향해 정중히 웃으며 인사를 했다.

“여기 책임자 되십니까?”
그들 중에 제일 키 큰 남자가 바인더노트를 든 채 무게를 잡고 폼 나게 들어오며, 마치 취조라도 하듯 거만한 말투로 물었다. 순간 말하고 있는 자는 일반인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예, 제가 책임 관리이사입니다.”
“아 그래요.”
남자는 내 대답이 끝나자마자 함께 온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광주에 사는 저의 누님인데 얼마 전까지 이 회사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다 그만두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일단 앉으시죠.”
나는 앉아서 차분히 얘기를 나눠보자는 듯이 테이블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그러자 예의 키 큰 남자는 서있는 여인을 향해 “앉읍시다”라고 권한 후 자신도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서있는 다른 두 명의 남자 중 한 명에게 눈짓을 하며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성만 구면

“자네는 내려가 제품 있는 곳에서 기다려!”
명령하듯 말하는 그의 말에 남자 하나는 사전에 서로 계획이라도 한 듯 아무런 대꾸 없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긴장된 분위기를 대화 분위기로 전환하기 위해 차를 준비하라고 여직원에게 말했다.
“여기 지방에서 귀한 분들이 오셨으니 ‘정성과 사랑이 가득담긴 따뜻한 차’를 부탁해요.”
내가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키 큰 남자가 굳어있던 표정을 바꾸며 잠깐 미소를 지었다.
“이사님께선 아주 특이한 차를 주시는군요.”
“예, 제가 귀한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둔 값진 차가 있어서요.”
나도 그렇게 말하며 태연히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는 서로 상대방을 파악하기 위한 수순과 기선 제압을 위해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를 하며 몇 차례 말을 주고받았다. 대화를 하면서도 나는 앞자리에 말없이 앉아 있는 굳은 표정의 여성을 관찰했다. 그리고는 가급적 상대방의 감정을 사지 않기 위해 부드러운 말투로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다.

“혹시, 저를 알고 있습니까?”
“예, 가끔 사내방송에서 뵈었습니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또렷하게 말했다.
“그래요, 어디에서 활동을 했습니까?”
“광주에서요.”
“그런데 어떤 경위로 회사제품을 가지고 왔습니까?”
내가 묻는 사이 키 큰 남자가 답변을 대신하고 있었다.
“누님은 광주에서 영업을 하다가 피해를 입고, 보관하고 있던 제품을 반품하고자 싣고 온 것입니다.”
“아, 그래요.”
나는 그의 말을 일축하며 다시 물었다.
“차로 싣고 온 제품이 도합 얼마나 됩니까?”
“약 6000만원 상당 됩니다.”
이번에도 키 큰 남자가 끼어들며 말했다.
“제품 목록을 가져왔습니까?”

“어이, 그 서류 좀 보여주지.”
그가 옆에 앉아서 긴장된 모습으로 우리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다른 사내에게 서류를 건네주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사내가 들고 있던 서류봉투를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서류를 대충 눈으로 훑어보고는 노 차장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노 차장! 회사 규정대로 본인 출고 여부와 출고한 제품, 반품한 사실 여부 등을 파악하고 내역을 가져오게.”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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