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 대한은박지 인수 논란

2012.01.05 12:40:00 호수 0호

무심코 중소기업 삼키다 ‘급체’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큰주인’을 맞게 된 대한은박지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데다 동원도 전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아 극한 대치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대기업을 마다하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해 동원은 무슨 입장일까.

우선협상자 선정 직후 노조 강력 반발
무리한 베팅·허술한 고용 약속에 발끈

동원그룹이 대한은박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은 지난달 22일.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대한은박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로부터 우선협상자로 최종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대한은박지는 알루미늄 압연박 및 가공품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다.

그룹 측은 “대한은박지의 압연 및 가공 부문과 동원시스템즈의 연포장재를 비롯한 기타 포장부문(PET용기, 성형용기, 공관부문)을 결합한다면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치상황까지 치달아

그룹 지주사로 계열사에 대한 각종 지원관리 서비스업무 및 전략수립, 신규사업 추진 등을 수행하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9일 인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어 대한은박지 정밀실사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대한은박지 노조가 강력 반발하면서 완전 인수까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노조가 문제 삼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인수대금 문제다. 동원은 대한은박지 인수를 위해 1247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무니없게 높은 금액이란 게 노조의 주장. 노조에 따르면 대한은박지의 자산총계는 773억원, 부채총계는 695억원, 순자산가치는 100억7000만원이다. 동원의 베팅 금액은 회사가치의 10배가 넘는 돈으로, 노조는 과도한 인수금액을 지적했다.

노조는 “인수에 참가한 다른 기업들은 500억∼700억원 정도를 제시했지만, 동원은 2배가량 많은 금액을 써냈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이라며 “동원이 막대한 금액으로 대한은박지를 인수한다면 반드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엄청난 고통의 감내를 요구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원이 인수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유상감자를 실시하거나 특별배당 등을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한은박지가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대주주의 비리 때문이다. 유상증자 자금을 사외로 유출하면서 회사는 자금난에 허덕이게 됐고, 유상증자금을 불법적으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대규모 횡령 사건까지 터져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이런 이유로 노조는 회사 자금 부분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
두 번째는 고용보장 문제다. 동원은 5년간 대한은박지 직원들의 고용을 보장한다고 제안했다. 인수 조건으로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100억짜리 회사 1247억 제시 왜?
계열사간 순환근무 조건 제시 왜?


그러나 노조의 주장은 다르다. 고용보장 전제가 ‘계열사간 순환근무’란 점을 꼬집었다. 노조는 “동원이 제출한 경영계획서를 보면 계열사간 순환근무를 실시한다고 돼 있다”며 “이는 대한은박지 직원들이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타고 근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로 들린다. 자연적인 사퇴를 유도하는 사실상 해고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노조는 그동안 동원이 인수한 중소기업들의 실태를 그 예로 들기도 했다. 노조는 “동원이 인수한 기업 중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의 생존율이 거의 0%에 가깝다”며 “동원의 고용보장 5년은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노조 측은 대한은박지와 동원시스템즈의 사업 중복도 우려하고 있다. 고용과 직결될 수밖에 없어서다. 노조는 “두 회사에서 생산하는 품목이 겹치는 부분에 대해 대한은박지 직원들의 대량해고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세 번째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인수 문제다. 중소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동원그룹의 행보는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취지를 무색케 한다는 지적이다. 동원그룹의 대한은박지 인수 시도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 흐름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노조는 “동원은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자체 여유 자금 없이 인수전에 나선 것”이라며 “이는 대기업들이 문어발식으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에 탄원서 제출



노조는 최근 대한은박지의 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엔 노조가 문제 삼는 내용과 함께 직원들의 자기개발 목적에 의한 계열사간 순환근무 금지조항 추가, 입찰금 1247억원의 향후 5년간 사용용도 제한 등 동원의 인수조건이 담겼다.

특히 입찰금 사용 제한과 관련 인수자금의 100% 유상증자를 비롯해 ▲유상감자·고액배당 금지 ▲본업이외 설비투자 금지 ▲대한은박지를 통한 동원 계열사 등의 지분 인수 금지 ▲대한은박지와 동원 계열사 합병 금지 ▲자금의 사외유출 금지 ▲대한은박지 재매각 금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같은 요구를 동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총파업에 들어간 상태다. 나아가 100% 수용되지 않으면 총력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별다른 대화 없이 상호 주장만 내세우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동원과 노조. 언제쯤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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